전세난으로 본 내 집 마련 시기

올가을 ‘전세대란’ 우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전월세 입주 물량 부족과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의 증가로 수요가 늘고 있는데 비해 공급이 줄어 하반기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주택 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전세난은 전셋값 상승을 일으키고 전셋값 상승은 집값의 상승을 불러오는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수요자들이 지금의 전세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당분간 전셋값 상승 불가피

최근 전세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공급 부족이다. 주택도시연구원의 ‘주택 수급 지도 구축을 위한 모형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원활한 주택 수급을 위해선 수도권의 멸실 주택을 감안해 연간 최소한 20만 가구의 신규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MB 정부도 수도권에서 매년 최소한 30만 가구를 공급해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정보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9만5834가구로 작년 입주 물량(29만7186가구)에 비해 10만여 가구가 줄어들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는 것도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관리처분계획을 통과한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1446가구)의 이주 수요가 몰리면서 인근 단지들의 전세 시세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여기에 사업시행인가 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 중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308가구)는 오는 9~10월 이주가 예정돼 있고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1차(4421가구)와 가락시영2차(3685가구)도 연내 이주에 나선다.

관악구 봉천동 봉천제12-2구역(1249가구), 양천구 신월동 신정1-1지구(2519가구),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7구역(1521가구)과 신길5구역(1236가구) 등도 연내 이주할 예정이다. 또 동대문구 답십리 14·18구역, 청량리 7구역, 용두4·6구역, 영등포 1-3, 1-4구역 등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들이 줄줄이 관리처분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지역의 이주 수요에 따른 전세난은 하반기에 더욱 심화되며 다른 지역의 전셋값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부동산 포커스] 전세 수요 ‘매매 전환기’가 최적
시장의 여러 요인에 따라 현재의 전세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 정책으로 2008년 이후 주택 공급 물량이 계속 감소한 것이 큰 이유가 됐다. 국토해양부의 연도별 분양 승인 실적을 보면 2008년 25만5134가구, 2009년 23만625가구, 2010년 20만958가구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통상 아파트는 2~3년의 공사 기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공급 부족 현상이 2008년과 2009년의 공급량에 의한 것이라면 적어도 2013년까지는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의 ‘5월 주택가격 동향조사’에서도 지난 5월 말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비율은 59%에 달했다. 2004년(59.5%)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업계에선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기준을 전셋값이 매매가 대비 60%에 육박했을 때로 본다.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면 기존 주택 시장은 물론 분양 시장도 활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지방은 이미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서 주택 시장이 모처럼 만의 활황세다. 지방의 전셋값 비율을 보면 부산이 67.5%, 대전 70.3%, 광주 75%, 경남 65.1%로 이미 60%를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이 지역들은 현재 기존 주택 시장은 물론 분양 시장도 연일 강세다. 문을 연 모델하우스마다 사람이 넘쳐나고 청약 경쟁도 뜨겁다.

반면 서울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47%이고 수도권은 49.7% 수준이다. 아직은 전셋값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지방과 달리 서울·수도권은 구매력이 높고 수요가 많아 전셋값 비율이 50%만 돼도 주택 시장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로 전세난이 가중되고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면서 집값이 상승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1999~2000년 1차 전세대란 후 1~2년 뒤인 2001년의 매매가는 서울이 19.3%, 수도권 19.2% 등 2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1년 2차 전세대란 때는 2002년 들어 전셋값과 매매가가 동반 상승했다. 아파트 값이 전년 대비 서울 30.8%, 수도권 29.3%나 상승했고 2003년에도 매매가가 10%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 포커스] 전세 수요 ‘매매 전환기’가 최적
전셋값 비율 8년 만에 최고치

물론 전셋값 비율의 상승만으로 주택 시장이 회복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대표적인 전조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보고 지방 부동산 활황세의 원인과 과정을 보면 수도권 시장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2008년 이전과 같은 급등세를 보이진 않겠지만 현재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매매가도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시점에 맞춰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시장의 회복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자들은 아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지금이 주택 매수의 최적기일 수도 있다. 또 아직은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조건을 누릴 수도 있다.

분양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올 하반기에는 서울 수도권의 유망 물량들이 대거 선보일 전망이어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미분양도 미분양의 원인을 주의 깊게 체크해본 후 향후 미래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판단이 서면 괜찮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선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서 변동금리 상품의 비중이 90%가 넘는 상황은 위험하다. 더욱이 많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에겐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거래 위축도 예상된다. 하지만 2006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의 금리가 지금보다 더 높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리가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김지훈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