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인터파크 등 온라인 오픈마켓들 차 판매 ‘시동’…‘정착은 시간문제’
‘성큼’ 다가온 자동차 온라인 구매 시대
(사진) 인터파크는 1월부터 외제차 구매 대행업체인 디파츠를 쇼핑몰에 공식 입점시켜 수입차 판매를 시작했다. /인터파크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인터넷에서 어떤 물건이든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그간 자동차는 예외였다. 자동차 업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쉽게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결론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온라인에서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파는 경우가 점차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5000만원 수입차 20대, 3시간 만에 완판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유통 과정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간 수입차 업체들이 이따금 진행해 왔던 국내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활성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셜 커머스 티켓몬스터(이하 티몬)가 고급 외제차 브랜드 재규어의 ‘재규어 XE’ 20대를 한정 판매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당시 티몬은 700만원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내놓았는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3시간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티몬 측이 국내 재규어 공식 법인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논의 없이 판매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때부터 온라인 자동차 판매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5000만원 상당 가격의 차량 20대가 불과 3시간 만에 소진되는 것을 보고 관련 업계가 온라인 자동차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오픈마켓 옥션은 한국GM과 손잡고 쉐보레의 신차 ‘더 뉴 아베오’ 10대를 한정 판매했다. 오픈마켓이 영업점이나 구매 대행이 아닌 본사와 직접 제휴해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500만원 파격 할인으로 1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또한 같은 달 르노삼성은 QM6 출시 당시 홈페이지 내 판매몰을 직접 운영하며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 시동을 걸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단순한 ‘이벤트’ 형식에 그쳤다는 평가다. 지속적으로 판매되기보다 일시적인 판매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인터파크가 1월부터 수입차 구매 대행 서비스를 본격 시행한 것이다.

인터파크는 일본 마쓰다와 이탈리아 피아트의 자동차 2종을 선택해 판매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해 온라인 자동차 쇼핑 선두 주자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옥션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업체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올해 또다시 온라인 판매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도 자동차 판매를 검토 중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판매 방식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자동차 판매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회사 내부에서 이뤄지는 중”이라며 “이르면 올해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자동차 판매 열풍이 일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몇 번의 클릭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날이 성큼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국내에서 출시되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한국 시장 성공 여부도 자동차 온라인 판매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주력 판매 채널이 온라인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판매 모델이 성공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판매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온·오프 경계 곧 무너진다”
‘성큼’ 다가온 자동차 온라인 구매 시대
온라인 판매가 정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들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대리점과 영업 사원들의 반발이다. 온라인 판매가 자리 잡게 되면 이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동차 판매 사원들이온라인 자동차 판매에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BMW·벤츠 등 고급 외제차 업체가 온라인 판매를 꺼린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고급차 이미지가 깎일 것을 우려해서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굳이 영업 사원들의 반발을 감수해 가며 온라인 판매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확산되더라도 당분간은 비인기 모델의 재고 처리나 국내에 공식 딜러가 없는 수입차 위주의 판매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수년 안에는 온라인 판매가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 중인데 가장 좋은 해결책이 온라인 판매”라며 “그동안 간헐적이었지만 향후 자동차 온라인 판매 채널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자동차 시장에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