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대박 기업의 비밀 - 한국콜마]
27년간 연 평균 20% 성장…거래처 관리·연구개발이 ‘대박 포인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최근 몇 년간 보여 온 한국콜마의 실적은 말 그대로 ‘대박’이다. 수년간 연평균 20%대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는 등 실적이 고성장 궤도에 있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ODM 기업인 미국의 PTP와 캐나다의 CSR을 인수하기도 했다. 올 1분기에는 해외 매출 증가에 힘입어 경쟁사이자 화장품 ODM업계 1위인 코스맥스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6월 9일 20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서며 대박을 터뜨렸다. 기관투자가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모집 금액의 9배가 넘는 자금이 수요 예측(사전 청약)에 몰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가 3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들을 상대로 벌인 수요 예측에 48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한국콜마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 등급(A0)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ODM 업체로서 지위와 안정적 재무구조를 높게 평가받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가 회사채 시장 첫 데뷔전에서 깜짝 놀랄 만한 수요 예측 성적표를 받았다”며 “동일 등급 대비 견조한 재무 안정성과 절대 금리 매력에 기관들이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회사채 발행에 나선 한국콜마로서도 금융비용 감축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한국콜마는 1990년 설립된 이후 27년 동안 줄곧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199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2000년 1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200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2003년에는 코스피200 종목에 선정됐다. 2012년 2월 제약회사 비알엔사이언스(현 콜마파마)를 인수, 제약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화장품 ODM 신화’ 한국콜마의 성공 비결
◆ 2015년 매출 1조 돌파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 밑으로 화장품과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상장 계열사 한국콜마, 건강기능식품·특수영양식품 등을 다루는 콜마비앤에이치를 두고 있다.

국내 비상장 계열사로는 에치엔지(화장품 제조 판매), 한국콜마경인(화장품 제조 판매), 내츄럴스토리(화장품 제조 판매), 선앤원코스메틱(화장품 도소매업), 콜마스크(마스크팩 전문 제조사), 콜마파마(의약품 제조 판매), 씨엔아이개발(부동산 임대업), 한국크라시에약품(의약품 판매), 파마사이언스코리아(의약품 판매), 케이디파마(의약품·건강기능식품 도소매), 보스톤특허기술사업화 전문투자조합(투자조합), 포마인드(컴퓨터 관리 유지·보수·개발), 근오농림(작물 재배 및 농업 임대업) 등 13개의 회사를 운영 중이다. 국외 비상장 계열사는 콜마코스메틱 베이징, 콜마코스메틱 우시 등 6곳이 있다.

한국콜마홀딩스와 이들 계열사의 총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2015년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뒤에도 두 자릿수 성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콜마는 2015년 매출이 5358억원으로 2014년에 비해 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 늘어난 607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24.6% 늘어난 6675억원, 영업이익은 21.0% 증가한 73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내년엔 한국콜마의 단독 매출이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0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5%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06억원으로 18%, 당기순이익은 156억원으로 13.6% 각각 증가했다.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역시 2015년 매출이 2014년에 비해 35% 성장한 2996억원, 영업이익은 66%나 오른 5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304억원과 614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31%, 13.40%의 성장률을 보였다.

◆ 대박 비밀① 철저한 거래처 관리…500여 곳과 거래

이러한 한국콜마의 지속적인 성장 배경에는 철저한 거래처 관리가 있기에 가능했다. 거래처가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까지 합해 500여 곳에 달한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콜마는 올해 미국과 중국의 ‘전진기지’를 중심으로 세계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해 공급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이 한창이다.

지난해 9월과 11월에 각각 미국 화장품 ODM 업체인 프로세스테크놀로지앤드패키징과 캐나다 ODM 업체 코스메틱솔루션스를 인수해 현지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콜마가 기존에 보유한 기능성 기초 화장품 중심의 제품군과 달리 피인수 회사들은 색조 화장품을 주로 생산해 왔다. 두 회사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10년 전 진출한 중국에서도 재도약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에는 기존 베이징콜마의 생산 규모를 기존 대비 다섯 배 확대해 연간 생산능력을 1억200만 개로 늘린데 이어 상하이 인접 지역인 우시 신구에 중국 제2공장을 설립 중이다.

제2공장은 내년 완공 예정으로 대지 면적 최대 6만6114㎡ 규모다. 기초·색조화장품 등 연간 4억2000만 개의 제품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 ODM 신화’ 한국콜마의 성공 비결
(사진) 서울 구로에 있는 한국콜마 석오생명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신제품 개발 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콜마 제공


◆ 대박 비밀② 아낌없는 연구·개발…300개의 특허

한국콜마 성장의 둘째 비결은 바로 기술력이다. 전체 직원 중 연구 인력 비율만 30%에 달한다. 올해는 채용 비율을 더 늘리고 있다.

올해 신입 공채 사원 103명 중 40% 이상을 연구 인력으로 선발했다. 연구·개발(R&D)에도 매출의 5%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등록 특허만 300개에 육박한다.

지난해 차세대 일류 상품으로 선정된 ‘이데베논 안정화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데베논은 레티놀 이후 가장 각광받는 차세대 항산화·항노화 활성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성분보다 주름 개선 효과가 세 배 이상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이 성분은 안정성 확보와 피부 침투가 어렵기 때문에 제품 개발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은 이데베논의 안정화 및 피부 침투도를 높이고 기능성 주름 개선 화장품을 내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 2300만 개가 팔린 카버코리아 A.H.C의 ‘더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는 눈가에 바르던 아이크림을 얼굴 전체에 바른다는 콘셉트에 맞춰 피부 흡수력을 개선한 게 통했다.

한국콜마는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쌓아 온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장품과 의약품 등의 융·복합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융·복합 제품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초화장품연구소·색조화장품연구소·생명과학연구소 등 개별 연구소를 모아 서울에 통합기술원을 세울 예정이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기술원 체제가 완비되면 전체 연구 인력만 300명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 넘어야 할 큰 산…‘승계 작업’

이렇듯이 잘나가는 한국콜마이지만 마냥 웃을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꼭 해결해야만 하는 골치 아픈 일이 남아있다. 바로 승계 작업이다.

1947년생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2015년 장남 윤상현 사장에게 주식 2만 주(0.12%)를 증여하며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승계 작업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올해 3월 윤 회장이 보유한 한국콜마홀딩스 주식 167만5000주를 윤 사장에게 증여했지만 아직도 윤 사장의 지분은 18.67%에 머무르고 있다. 윤 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30.24%를 받으려면 막대한 증여세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녹록하지 않은 작업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계열회사 에치엔지를 주목하고 있다. 에치엔지는 2004년 자본금 2억원에 설립된 회사로, 한국콜마가 생산한 의약품 및 화장품을 유통한다. 에치엔지의 지분은 윤 회장의 장녀 여원 씨가 39.36%, 윤 사장이 15.64%를 갖고 있다.

에치엔지는 최근 3년간 매출이 4배 늘어날 정도로 고성장하고 있는데(2015년 1250억원), 매출의 약 30%를 한국콜마에 의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콜마가 직접 유통하면 되는 구조인데 굳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일명 ‘통행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행세는 불필요한 거래를 만들어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한국콜마 측은 “에치엔지가 올린 특수관계인 매출이 36% 수준인데, 어떻게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면서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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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