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41호 (2019년 09월 11일)

위기의 대형마트,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운영 시간 규제에 ‘발목’

-밤 12시 이후 문 닫아야 해 새벽배송 불가능, 업황 악화에 ‘대형마트 규제’ 폐지 논란 

상품 구매 방식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마트도 과거에 비해 손님들의 발길이 줄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부 모습.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근 발표된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2분기 실적은 참담했다. 2분기 별도 기준 71억원, 연결 기준 299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1996년 첫 출점 이후 사상 첫 분기 적자다.


이마트와 함께 ‘대형마트 3강’ 체제를 구축 중인 경쟁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마트는 2분기 33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73억원 영업 손실)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여서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마트·롯데마트와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올해 초 공개한 2018년도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쪼그라든 상황이다. 이처럼 실적이 악화되면서 대형마트 내부에서는 최근 영업시간 제한과 신규 출점 등의 발목을 잡아온 ‘대형마트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이커머스와 공정한 경쟁 어려워”


대형마트와 관련한 규제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찾을 수 있다. 규제가 적용된 배경은 대략 201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들이 매년 거리 곳곳에 늘어나면서 손님들이 몰렸고 이에 따라 골목상권이 죽어간다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정부는 2012년 전통 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며 대형마트 신규 출점과 영업시간을 제한한다는 내용 등을 유통산업발전법에 포함했고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업계에서는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최근 경영 환경이 급변한 만큼 이런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잘나가던 시절’ 규제가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대형마트들이 영업이익까지 대규모 적자 전환된 상태여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적 부진을 온전히 규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소비자 니즈에 발맞춘 빠른 배송과 정보기술(IT)의 발달에 힘입어 상품 구매 방식이 과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 대형마트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규제의 칼끝이 여전히 대형마트만 겨누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계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이커머스들과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규제와 관련한 논의를 새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뼈아픈 것은 ‘자유롭지 못한 영업시간’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매월 공휴일 중 2일을 의무 휴업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문을 열 수 없다.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는 ‘매장 운영 시간제한’도 지켜야 한다. 반대로 이커머스 기업들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으며 쑥쑥 커나가 대형마트업계에서는 ‘역차별’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규 출점도 사실상 막혀 있다. 출점하려는 곳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 상인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출점이 어렵도록 한 ‘상생협약’이라는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주변 상인들이 대형마트의 출점을 곱게 바라볼 리 없어 상생협약을 체결한 뒤 새로운 점포를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대형마트들도 저마다 ‘온라인’을 외치며 배송 강화와 물류센터 구축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규제로 인한 전통 시장 활성화 효과도 의문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주력하다 온라인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한 터라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가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온라인에서도 대형마트들은 규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최근 화두인 새벽배송을 예로 들 수 있다. 곳곳에 분포된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단숨에 전국권 서비스를 시행하며 기존 이커머스 대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장 운영 시간이라는 규제가 이를 불가능하게 했다. 새벽배송을 위한 작업이 한창 이뤄져야 할 시간에 점포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마트만 하더라도 새롭게 경기도 김포에 물류센터를 지어 수도권에서만 새벽배송을 시행 중이다. 


게다가 대형마트 규제로 기대했던 전통 시장과 소상공인 수혜 효과 역시 나타나지 않아 규제 철폐에 대한 대형마트업계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시장 경기동향 조사 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소상공인과 전통 시장 체감경기지수(BSI)를 보면 대형마트 규제 강화 전과 후를 비교해도 그 효과를 누렸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수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외 직구까지 밥 먹듯 즐기는 시대에서 물리적으로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전통 시장이 효과를 누릴 리 없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유통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신규 출점 제한만 철폐하더라도 그간 끊임없이 혁신하며 성장한 국내 유통 기업들이 변화에 맞춰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상점들을 만들어 내고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히 매장이 들어선 거리나 지역 역시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는 하나의 시장을 정부가 강제로 전통 시장이라는 경쟁자에게 할당하려고 하는 옳지 않는 규제다. 규제는 한 기업이 독과점해 소비자 피해가 유발돼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마트의 규제 철폐를 위한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만약 유통 규제가 없었더라면 이 정도도 유지하지 못하고 전통 시장이나 재래시장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 중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통 규제 철폐는 이런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형마트 내부의 얘기들처럼 단순히 규제 때문에 실적이 나빠진 것이 아니다. 트렌드 변화와 경기 침체가 원인”이라며 “규제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없애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되거나 없앤다면 소상공인들이 모두 들고일어날 것이고 대형마트들을 둘러싼 잡음만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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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9-0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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