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이 한달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임박하면 증권가에선 판에 박힌듯한 정부의 정책수순이 관심권에 들어오는 것이하나의 관례처럼 돼버렸다. 그동안 증권당국에서 「단골메뉴」로써먹은 수단은 외국인한도 확대예고와 증시안정기금의 시장개입.지난해 「6.27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둔 5월3일엔 종목당 12%이던외국인한도를 15%로 확대해 약2개월 뒤인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발표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4월 총선을 한달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종목당 한도를 18%로 늘리고 동일인한도도 3%에서 4%로 늘려오는 4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엔 선거 이후에 한도를 늘린 반면 이번엔 선거 직전부터 늘린다는 점이다.이같은 외국인 한도확대 예고조치가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를 잡아가는 「외곽치기」이자 「지원사격조」라면 증안기금의 시장개입은 직접 실탄을 동원해 온몸으로 맞부딪치는 「육탄전」이다.◆ 채권매각 통한 일석이조, 매수전 펴 주가 올리기지난 90년 5월에 설립된 이후 증안기금은 선거때마다 진가를 발휘하곤 했다. 증안기금과 선거의 관계는 92년의 「12.18 대선」 때로거슬러 올라간다.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17일 후장 마감무렵에전격적으로 「안전판」을 풀어 연발사격에 들어갔다. 당일 오후장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일대비 6포인트가량 오르던 종합주가지수가마감시간 20분정도 남겨둔 3시께 하락세로 돌변했다. 대선결과 예측불허라는 전망이 짙어진 상황에서 일반투자자들이 투매양상을 보였던 것이다.이를 놓칠세라 마감을 5분 남겨둔 시점에서 증안기금은 주가지수에영향력이 큰 은행주와 건설주등 대형주에3백만주(4백70억원어치)의 대량 매수주문을 터뜨렸다. 약1백일동안의 침묵을 깨고 증안기금이 시장개입에 나선 것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막판에 전산장애까지 일으켜 증권사 객장에선 종가를 띄우기 위한 고의적인 전산사고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전산장애로 마감시간이 평소보다 30분 연장된 끝에 어쨌거나 당일의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6.51포인트 오른 660.60으로 마감했다.작년 6월의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6월26일엔 1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매수작전을 감행했다. 그날 대형주를 중심으로1천79억원어치의 매수주문을 내 이중 1천억원어치나 체결시킨 것이다. 이같은 거래금액은 당일 거래대금(4천34억원)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때문에 「증시안정기금」이 아니라 「선거안정기금」이란 말도 나온다. 당연히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안정기금」이 동원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아니나 다를까 증안기금은 지난 6일 보유채권중 1천86억원어치를한투 대투 국투 등 3개 투신사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모두 4천억원이 넘는 채권매각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현금(실탄)」 확보전략이다. 시장개입 채비를 갖추고 여차하면 주식매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현재 증안기금의 실탄동원 능력은 최근채권 매각대금 4천억원과 이미 현금형태로 한국증권금융에 맡겨둔6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1조원에 달한다.증권당국으로선 이번 채권매각을 통해 일석이조의 「양동작전」을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안기금이 시장개입을 준비하고있다는 「변죽」을 울림으로써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한편 필요에따라 실제로 매수전을 펴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6년전인 90년5월4일 2조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해 나흘뒤인 8일엔4조원으로 늘린 증안기금은 자산규모가 어느덧 6조원에 달하는 증시의 거대한 공룡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식으로 4조1천4백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금과 채권형태로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한자산이 1조8천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지난 2월하순 외국인 한도확대를 예고한 이후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지만 실제 한도가 늘어나는 4월1일이 다가올수록 차츰 약발이 먹힐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증안기금 증시개입도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한도확대에 맞춰 최소한 「반짝주가」는 기대되지만 이를 틈탄 물량털기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하튼 단순한 증시부양 차원이든 선거철 선심용이든 투자자들이 「정책의 볼모」에서 벗어나는 일도 그만큼 늦춰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