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명의 포졸이 한 도둑 못 막는다」.아무리 막강한 공권력이라도 도둑질하겠다고 작정한 사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속담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에서 보면 개인의생명과 재산을 경찰이나 검찰 등 국가공권력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몇년새 발생한 「지존파」 「막가파」 등의 범행행태는 개인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지키게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불의의 사고로부터 자신이나 가족을 스스로 지킬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이같은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안전산업과 안전상품들이다. 그중 안전상품은 가스분사기 전기충격기 등 개인용 호신기기와 집안에서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성 제품들이다. 이들 제품은 물신주의 황금주의 생명경시주의로부터 파생되는 위험을예방해 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가스분사기 전기충격기 휴대용가스스프레이 등은 안전상품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총기류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는 국내에서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보안용으로 선호되고 있다. 일명 가스총이라고도 불리는 가스분사기는 분말과 액체 두가지로 장전된 원액을 권총으로 발사한다. 최루액을 맞을 경우 피부가 화끈거리고 눈물 콧물재채기가 나온다. 웬만한 장정이라도 30분 정도는 힘을 사용하기힘들다.◆ 구매조건 까다로워 판매는 부진사정거리는 보통 3∼5m이며 가격은 15만원에서 35만원 사이. 대한안전 제일정밀 금성산업 등이 주요 생산업체다. 경비용역업체나 관공서 은행 등이 주요 고객이다. 개인호신용으로 판매되는 경우는극히 드물다고 한다. 들고 다니기가 불편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사격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순간전압 3만에서 6만V의 전기충격을 가해 범죄자를 퇴치하는 전기충격기도 점차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2백m까지 들리는 경보음과파란 불꽃이 튀는 전기봉은 상대방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하다.개인보다는 경비용역업체 등에서 주로 찾는다. 현재 시중에는 3단전기충격기와 일반전기충격기 두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3단전기충격기는 대만과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가격은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다양하다.이들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기훈 이제안전산업 사장은 『호신용으로 이들 제품을 문의하는 사람은 많으나 구매조건이 까다로워 판매는 부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사장은 전과자를 제외한 일반인중에서도 미성년자와 시력 0.8미만자에게는 판매가 불허되고 있으며 또한 구매하는 경우라도 주거지 파출소에 신체검사서와 총포소지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부가가치 높여주는 기능까지가스분사기와 전기충격기의 불만사항을 개선한 것이 휴대용 가스스프레이. 국내에는 중소 무역업체 브라우니가 미국 DMA사에서 「페퍼블록(PEPPER BLOC)」을 들여와 11월말부터 시판할 예정이다. 이제품은 인도산 고춧가루를 원액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눈물과 콧물이 나오면서 40분 정도 활동장애를 일으킨다. 만년필 모양과 열쇠고리 모양 두 종류가 있다. 유효사정거리는 6m다. 이 제품도 가스총과 마찬가지로 구매할 때는 관할 파출소에 신고해야 한다.가스분사기 전기충격기 등이 치한이나 강도로부터 생명과 재산을지키는 무기라고 한다면 전자제품이나 도시가스 등 문명의 이기로부터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상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유아용품 전문업체인 아가방은 집안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으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하는 안전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콘센트커버,비디오안전커버, 사각모서리커버, 퍼즐메트 등을 대리점을 통해 시판한다. 콘센트커버는 유아들이 젓가락이나 꼬챙이를 콘센트 구멍에 집어넣어 감전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제품. 비디오안전커버도 어린이들이 비디오테이프 구멍에 손을 넣지 못하도록 한다. 이밖에도 퍼즐매트는 아기가 놀다가 넘어질 경우 뇌진탕이나 골절상을 방지하도록 고안된 스펀지매트다. 아가방이 판매하는 제품은 전부 국산이며 가격은 5백원에서 3만원 사이다.황은정 홍보실장은 『2년전부터 이들 제품을 판매해 왔는데 최근에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판매동향을 설명했다.YK물산도 이와 유사한 유아용 안전상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1백20여종에 달하는 미국 「세이프티 퍼스트 (SAFETY FIRST)」사의 유아용 안전제품을 수입 판매중이다. 이들 제품은주로 실내 주방 욕실 베란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할수 있도록 고안됐다. 유아 및 아동용품 전문매장이나 케이블 TV의홈쇼핑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가격은 2천원에서 6천원 사이가 주류를 이룬다.섀시문 고정장치는 어린이들의 아파트 베란다 추락사고를 예방하기위해 섀시문을 고정하는 장치다. 욕실용으로는 변기잠금장치와 미끄럼방지 매트가 있다. 화장실 변기는 물이 항상 고여 있기 때문에아이들이 빠지거나 고인 물을 마시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방지하기 위해 변기를 잠그는 장치를 설치한다. 또한 욕실은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한데 타일바닥에 미끄럼방지 매트를 설치하면 이를 막을 수 있다.대형냉장고를 사용하는 가정이 늘면서 어린이가 냉장고 안에 들어가 화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냉장고 잠금장치는 함부로냉장고 문을 열지 못하도록 문과 옆면을 연결해서 부착, 문을 고착시켜 준다. 가스레인지 안전대는 가스레인지나 오븐에 부착해서 음식물이나 불로 인한 화상을 방지하는 장치다.이밖에도 가스사용 증가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안전상품도 국내 중소업체들에 의해 시판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비눗물로가스누출을 점검하는 일이 번거롭고 익숙지 않은 주부를 겨냥하고있다.아이디어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미경시스템은 휴대용 가스누출 검지기(Gas Wing)와 가스누출시 자동으로 119에 신고하는 가스자동신고기(Twin Call)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강력한 가스감지센서를 부착하고 있어 도시가스 LPG 부탄 일산화탄소 등의 누출을경고해 준다. 가격은 휴대용이 3만5천원이고 자동신고기는 36만원대. 이 회사 박철규 사장은 『자체 개발한 제품과 개인발명가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며 『가스보일러와 가스레인지 등 모든 제품의 가스누출을 파악할 수 있다』고설명했다.이들 안전제품은 범법자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대도시 범죄발생률이나 유아안전사고 위험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다만 이들 잠재수요를 현실적 구매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품질 가격 유통 등을 적절히 구사하는 전략과 함께 각종 안전상품 구매에 따른 규제완화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