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8호 (1997년 03월 25일)

국정요리, 화려하지만 힘들다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9

청와대의 하루는 김영삼대통령이 오전 6시30분 조깅을 하는 것으로시작한다. 조깅멤버는 김광석경호실장, 고창순주치의, 박진정무비서관, 경호원 3~4명등 10명내외. 한승수 전실장도 조깅멤버였으나현재의 김용태실장은 조깅을 하지 않는다. 이성헌 신한국당 서대문갑위원장도 청와대에 근무할때 조깅멤버였다. 박영환 춘추관장은고정멤버는 아니지만 가끔 조깅대열에 합류한다.종전에는 오전 5시30분부터 조깅을 시작했으나 지난해 가을이후 조깅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 김대통령의 조깅시간은 20분정도. 거리로는 3㎞ 정도이다. 종전에는 30분 정도 뛰었으나 날씨가 추워지면서 조깅시간을 10분 줄이고 그대신 수영을 20분 정도 한다. 날씨가추워 땀도 나지 않는데 오래 뛰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주치의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조깅과 수영을 마친 김대통령은 관저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7시30분쯤 아침식사를 한다. 아침은 소식이다. 된장국에 계란프라이 1개, 우유 한컵 정도로 가볍게 식사를 한다. 된장국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취임초기에는 아침식사시간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요즘은 거의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를 마친 김대통령은 관저에서 대강 조간신문들을 훑어보고 오전 8시30분쯤 본관 집무실로 출근한다. 이때 김기수 수행실장이 관저로 올라가 김대통령을 모시고 내려온다. 본관에 도착하면 의전수석과 비서실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대통령을 맞는다. 비서실장은 매일 이시간 본관 대통령집무실에서 전날에 일어났던 주요 사건과 그날 예정된 주요 정책발표사항등을 보고한다. 또 국정전반에 걸쳐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한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기도 한다.비서실장이 아침에 대통령과 독대하는 시간은 대충 30~40분 정도.비서실장의 스타일과 정국 움직임에 따라 독대시간이 달라진다. 한승수, 김광일 전실장의 경우 1시간 정도였으나 김용태실장은 30분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정국현안이 발생했을때는 시간이 길어진다.정국현안이 발생했을 때는 실장과 함께 수석비서관이 같이 본관으로 올라가 보고하는 경우도 있고, 급한 경우 실장이 본관에 가기전에 수석비서관이 직접 관저로 올라가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만나고 비서실이 있는 신관으로 돌아오는 시각은9시를 조금 넘는다. 이어 오전 9시30분부터 비서실장 주재아래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린다. 주말에는 이 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다.

◆ 회의시간 길어 업무 차질 비판도

정무, 경제, 외교안보, 민정, 사회복지, 정책기획 등 각수석실별로해당수석실관할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정책 등을 보고하고 이견이있거나 수석실별로 조정이 필요한 경우 의견을 조율한다. 11명의수석비서관중 의전수석을 빼고 전부 보고를 하기 때문에 수석실별로 5분 정도만 간단히 보고해도 1시간은 족히 걸린다. 현안이 있어전체수석비서관들이 논의를 할 때면 1시간30분 정도를 넘기기가 일쑤다.회의가 너무 길어 수석비서관들의 오전업무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는 비판도 있다. 따라서 현안이 있을 경우 실장이 관계수석비서관들을 회의가 끝난뒤 따로 불러 협의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노동법을 개정할 때는 수석비서관들 사이에 의견조율이 끝내 안돼 관계수석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내부분열양상을 보이기도 했다.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리기 전에 각 수석실별로는 수석비서관 주재아래 비서관회의가 열린다. 수석실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오전 8시쯤 비서관회의는 시작된다. 비서관별로 해당업무를 수석비서관에게보고하는 시간이다. 가볍게 차를 마시면서 해당업무를 보고하고 수석비서관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고할 내용도 가다듬는다. 이처럼비서관회의가 오전 8시쯤 열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와대직원들은오전 7시30분이면 여직원을 포함, 전원 출근한다. 출근시간이 이른편이다. 집이 좀 먼 경우 이시간에 도착하려면 오전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외부에서 볼 때 청와대에 근무한다고 하면 괜찮은줄 알지만 알고보면 고생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얘기다. 과거정권처럼 청와대에 근무했다고해서 소속부처로 돌아갈 때 승진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위 「떡값」이나 「하사금」명목으로 주는 「별도의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소위 청와대의 끗발이 통하는 시대도아니다. 청와대근무의 메리트를 찾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자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문민정부출범 초기만해도 개혁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출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에 직원들의사기는 높았다. 그러나 정권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이같은자부심도 갖기가 어려워졌다. 오히려 청와대에 근무한다는 사실이창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실토하는 직원들도 꽤 있다. 5, 6공시절만해도 청와대직원들의 주머니사정은 괜찮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전두환 전대통령은 수석비서관은 물론 비서관에게도 가끔 거액의 하사금을 주고 직원들에게도 명절이나 하계휴가시 격려금을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좀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전대통령시절 퇴직하는 여직원이 서민아파트 한채값의 돈을 받았다는얘기도 있다. 5, 6공을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전전대통령의 손이 노태우 전대통령보다는 10배 정도로 컸다고 한다.이 인사가 청와대를 떠날 때 전전대통령이 건네준 위로금은 2천만원 정도였으나 노전대통령의 경우 직급도 높아졌는데 2백만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물론 김대통령은 떡값은 커녕 위로금도 없다. 그러다보니 장학로부속1실장과 홍인길전총무수석의 뇌물사건이 터졌을 때 청와대직원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엄청났다. 소위 개혁주체세력이라는민주계인사들이, 그것도 김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이 거액의 뇌물을받았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청와대직원들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 뇌물사건 터져 청렴문민에 배신감

김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요즘 청와대직원들의 고민은 앞으로의 진로와 거취문제이다. 관료출신인 경우 임기가 끝나기 전에소속부처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소속부처로 돌아가 자리를잡고 있어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들을하고 있다. 새정권이 들어서 소속부처에 돌아갈 자리가 없을 경우외곽에서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특히 6공에서 문민정부로 넘어오는 시기에 청와대근무를 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권력의 비정함을 얘기한다. 청와대에 입성한 세력이 기존 자리를 차지하고, 나가는 사람들의 자리를 챙겨주지 않는 바람에 정권말 기 청와대근무자들이 애를 많이 태웠다는 것이다.

그래도 관료출신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신분은 보장된다. 민주계출신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경우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나가야 하는데 불러주는 사람은 없고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민주계가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면 그래도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지만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도를 찾아야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민주계가 단합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구심점을 찾아 단합해야 정권을 재창출하든가 정권재창출에 기여, 나름대로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들의 장래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민주계출신 한 직원은 『무엇을 바라고YS를 지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직장을 버리고 YS를 따라다닐 때는내인생을 걸겠다는 각오였다』며 『솔직히 말해 청와대를 떠나면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실토하고 있다.그는 『지금 문민정부가 욕을 먹고 있지만 역사는 평가해줄 것으로믿는다』며 『그래도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얘기를 자식들에게 할수있지 않겠느냐』고 자위하고 있다.청와대근무에 별 메리트가 없다고 하지만 공무원사회에서는 아직도선망의 대상이다. 정부부처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관료들이 차출돼오고 경력을 관리하는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책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부처에서는 정책을 입안하거나판단할 때 정치적인 면은 별로 고려하지 않지만 청와대에서는 국정운영의 전체적인 시각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해야한다. 정치적인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또 업무를 다루는 폭이 넓은 점도 장점중 하나다. 경제부처 출신의한 비서관은 『비서관이 한 부처의 업무를 전부 다뤄야하기 때문에그만큼 부처근무보다는 시야가 넓어진다 』며 『고위관료에게 필요한 정치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관료출신이 아닌 민주계출신이거나 별정직 직원들의 경우도 이같은 점은마찬가지다. 사안을 보는 시각과 판단력 등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또 고급정보를 접함으로써 얻는 무형의 자산들도 많은 편이다.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과 인맥을 형성할수 있다는 점도 한국사회에서는 큰 자산이다. 청와대직원들의 사기가 과거에 비해 많이떨어졌지만 그래도 권부에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와대직원들은 선택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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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