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 업계에서 「천재적 소프트웨어」로 꼽는 작품들이 있다. 딱히 몇 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포토샵, 하이퍼카드, 애플 컴퓨터의 맥 OS, MMD 등이 이런 범주에 드는 소프트웨어들이다. 포토샵은 컴퓨터상에서 사진을 자유자재로 가공하고 합성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기능이 방대하고 표현에 한계가 없다는 평을듣고 있다. 하이퍼카드 역시 매킨토시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멀티미디어 제작용 언어로서 쉬우면서도 탁월한 기능을 자랑한다. 맥OS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매킨토시 컴퓨터의 운영체제이며,MMD(Multimedia Director)는 CD 타이틀을 제작할 때의 필수 도구이다. CD에 동화상 등이 담기게 된 것은 이 소프트웨어의 공헌이다.물론 이 얘기는 학계 등에서 공인한 정설은 아니다. 단지 통설 정도로 받아들여질 뿐인데, 어쨌든 여기서 두가지 재미있는 사실이발견된다. 하나는 미국의 전문가들이 빌 게이츠의 도스나 윈도를「천재적 소프트웨어」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컴퓨터 역사상 도스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야 이론이 있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천재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는 의미인 것같다. 윈도의 경우는 맥 OS에서 상당부분을 베껴온 것이니만큼 더 말할 나위도 없다.또 다른 하나는 MMD를 제외한 나머지 소프트웨어들이 모두 애플 컴퓨터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포토샵의 경우 지금은 PC 버전도 나와있으나 원래는 맥용 프로그램이다. 또 MMD는 범용 프로그램이니사실상 IBM호환기종쪽의 천재적 소프트웨어는 없는 셈이다.◆ G3 인기폭발, 적자 멈추고 주가상승이처럼 전문가들이 보는 천재적 프로그램 가운데 절대 다수가 애플측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 적지않다. 즉 기술적 측면에서는 애플측이 앞서 있다는 한 증거인 것이다. 폐쇄적 정책 때문에대중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매킨토시가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로나 IBM호환기종보다 뛰어난 시스템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인정하는 바다. 그리고 애플을 일궈낸 스티브 잡스야말로 진정한 천재라는데에 많은 이들이 동감을 표시한다. 반면 그는 경영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불운아이기도 하다.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지난해 8월 아멜리오 회장 후임으로 사령탑을 맡은 스티브 잡스는 예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가 내놓은 첫작품 파워맥 G3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래 5월말현재 지금까지 50여만대가 팔리면서 애플의 옛 영화를 찾아줄 희망으로 떠올랐다. 애플 역사상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컴퓨터가 팔린것은 G3기종이 처음이며 특히 IBM 호환기종까지 포함해 같은 기간동안 가장 많이 팔린 컴퓨터라는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덕분에 재정상태도 호전, 98회계연도(97.10∼98.9)들어 1~2분기 연속 흑자를기록함으로써 만년 계속될 듯싶은 적자행진도 멈춰졌다. 10달러 이하에서 맴돌던 주가 역시 덩달아 폭등해 최근에는 주당 3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G3가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둘수 있었던 배경은 가격 대비 기능이 뛰어난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창업 이래 한치의 흔들림도없이 견지되어왔던 기본 전략, 즉 배타성을 사실상 포기한데 따른것으로 풀이되고 있다.먼저 G3의 기능을 보자. 컴퓨터의 성능은 뭐니뭐니해도 CPU에 의해결정되기 마련이다. 애플측의 주장을 인용하면 G3에 채택된 파워PC750 프로세서는 싱크로너스 D램(SDRAM), 백사이드 캐시 등 하드웨어적으로 앞선 기술을 실현함으로써 효율성, 절전성, 성능의 세가지 측면에서 탁월함을 자랑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만한기술은 백사이드 캐시로서, CPU와 캐시간에 데이터를 주고 받는 속도는 각 117MHz(G3/233MHz), 133MHz(G3/266MHz)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 G3 266MHz 모델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펜티엄Ⅱ 300MHz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것이 애플측의 설명이다.G3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판매 포인트는 윈도와의 호환. 종래에도호환 소프트웨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속도에 큰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새로이 장착된 버츄얼 PC라는 소프트웨어는 G3에서 윈도 프로그램을 구동할 경우 적어도 펜티엄 133MHz급의 속도를 구현해준다고 한다. 여기에 4GB 하드, 100MB의 ZIP 드라이브, ATI의 3DRAGEⅡ+ 비디오 카드 등 강력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애플은 이러한 G3의 가격을 1천6백99달러(233MHz)와2천1백19달러(266MHz·각각 모니터 제외)로 책정, 일반 PC 수준으로 낮춰 팔고 있다. 과거 『어차피 매킨토시는 특수 계층만이 사용하는 특수 컴퓨터』라며 고가정책을 고수했던데 비하면 큰 변신이아닐 수 없다.◆ 탁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유지애플의 변화는 G3에 이어 준비중인 또 하나의 카드, 「i맥」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5월 시범 공개된 i맥은 본체모니터(15인치) 일체형의 가정용 컴퓨터로서 우선 흰색과 청색이배합된 반투명 케이스가 디자인상의 파격을 느끼게 한다. 슬림형키보드, 타원형이 아닌 동그란 모습의 마우스 등도 깜찍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컴퓨터라기 보다는 패션 가전의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G3에서 입증된 파워PC 750 프로세서와 각종 첨단장치를 기본 장착하는 등 성능 측면도 간과하지 않았다. 애플은 i맥의 가격을 과거 같았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1천2백99달러의 저가로 책정했다. 그리고는 『내년의 기술을 지닌컴퓨터를 올해의 가격으로 판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i맥은 오는 8월 시판에 들어간다.애플은 G3와 i맥만으로 명성을 되찾을 생각인가. 그렇지는 않다.스티브 잡스는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잡스의 기본 방침은 IBM 기종의 프로그램 및 제반 주변기기와 완벽에 가까운 호환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매킨토시의 트레이드 마크인 「탁월한 사용자 편의성」은 그대로 지속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과거 IBM용, 맥용으로 명백하게 나뉘어져 있던 소프트웨어들은 앞으로 약간의 애플리케이션 변경만으로 쉽게 양 진영을 넘나들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많은 소프트웨어 제작자들을 맥진영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운영체제면에서 잡스는 최고의 컴퓨팅 성능을 갖고 있는 「랩소디(Rhapsody)」와 최고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멀티미디어 기술을 지닌 맥OS 8.x대 버전을 궁극적으로는 통합할 계획이다. 유닉스 기반의 랩소디는 맥 OS에 비해 진전된 기능을 많이 갖고 있다. 예컨대 속도가 저하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선점형 멀티태스킹, 시스템이다운될 경우 해당 프로그램만을 재부팅시키는 메모리 보호 기능,메모리 부족시 하드디스크를 램 대용으로 사용하는 가상 메모리 기능 등에서 랩소디는 지금까지의 운영체제 중 가장 완벽한 것으로알려져 있다. 잡스는 이 통합 운영체제를 「맥OS X」(「엑스」가아니라 로마자 숫자표기로 「10」으로 읽는다)이라고 명명하고는『84년 맥OS가 도입된 이래 가장 큰 발전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맥OS X은 내년 3/4분기에 발표된다.애플측은 하드웨어면에서도 IBM쪽 기능들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인텔의 그래픽 가속기능(AGP)이라든가 주변기기 장착 표준규격인USB 등이 그것이다. 결국 애플은 △사용자 편의성 측면이 뛰어난맥OS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실제 운영체제는 안정성이 뛰어난 랩소디로 바꾸며 △제반 주변기기는 IBM과의 호환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잡스는 천재답게, 지금까지 나온 컴퓨터의 장점만을 취한 새로운 시스템을 꿈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