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주무르는 사업가 수두룩 … 네오위즈 나성균· 인크루트 이광석 사장 등이 대표주자

아직 채 여드름 자국도 가시지 않은 듯한 앳된 얼굴에 헐렁한 캐주얼 복장의 젊은이들이 서울벤처밸리를 누비고 다닌다. 이제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아직도 대학 또는 대학원에 이름을 걸고 있는 20대의 신세대 벤처기업 사장들. 나이가 어리다고 얕보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이미 수십억 혹은 수백억원대를 주무르며 탄탄하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가’도 속출하고 있다.한국의 ‘마이클 델’ (델 컴퓨터 사장)이나 ‘제프 베조스’(아마존 사장)를 꿈꾸는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들)’. 그렇다고 이들이 돈이나 성공만 좇는 ‘황금만능주의자’나 ‘성공지상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일에 대한 무서운 열정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인터넷과 함께 자라난 디지털세대로서의 경험이 이들의 무기다. 심지어 뚜렷한 사업비전과 확고한 경영철학, 이에 걸맞는 능력 및 기술력까지 겸비한 신세대 CEO들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한국의 디지털경제를 이끌고 나갈 ‘미래의 주역’이자 ‘떠오르는 별들’인 셈이다.우선 20대 CEO의 대표주자로는 네오위즈의 나성균 사장(28), ICG의 김상우 사장(25),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의 김병진사장(23), 인크루트의 이광석사장(26), 와이즈소프트의 서상윤사장(24), 보안마법사의 박창민 사장(25), A3시큐어 컨설팅 김휘강사장(24) 등이 꼽힌다.◆ 자유분방한 옷차림, “외판원 아니냐” 오해도네오위즈의 나성균사장은 카이스트(KAIST) 경영과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던 지난 97년6월에 자본금 6억원으로 회사를 설립해 98년 5억3천만원, 지난해 85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하고 올해 매출목표인 1백50억원은 상반기에 이미 달성했다. 모뎀을 통한 인터넷 자동접속서비스 ‘원클릭’과 채팅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 ‘세이클럽(www.sayclub.com)’이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6월1~2일 액면가(100원)의 3백50배가 넘는 3만5천원에 공모주 청약을 끝내고, 6월27일 코스닥에 등록했다. 현재 전체 거래주식(7백50만주)의 30.8%(2백25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는 나사장의 경우 공모가 기준 주식보유액수가 6천8백여억원에 달한다.이렇듯 성공한 신세대 벤처의 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나사장은 그러나 창업 초창기 실제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 유난히 앳된 용모와 자유분방한 옷차림 덕분(?)에 ‘외판원이 아니냐’는 오해를 비롯해 나이 때문에 겪은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 나사장은 또 ‘돈은 꼭 필요할 때 제대로 써야 한다’는 사고방식과 검소한 생활태도 덕분에 ‘짠돌이’로도 유명하다. 나사장은 그러나 “당초 인터넷 시대에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행복’을 주자는 목표에서 기업을 만들고 인터넷 접속을 쉽게 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던 만큼 앞으로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을 최종목표로 풍요로운 인터넷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연세대 천문기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인크루트(주)의 이광석사장은 국내 최초의 인터넷 채용정보 시스템인 ‘인크루트(www. incruit.com)’를 이미 98년6월에 선보였고, 이보다 앞선 97년 디렉토리 방식의 인터넷 검색엔진인 ‘집(ZIP)’(www.zip.org)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크루트는 현재 국내 채용정보사이트중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이에 따라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한 인크루트는 지난해 한솔텔레콤의 출자(2억5천만원) 등에 힘입어 자본금 3억원, 매출액 23억원대(2000년 예상)의 벤처기업으로 성장중이다.노머니커뮤니케이션(주)은 애드바와 광고복권으로 인터넷 광고마케팅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 지난해 7월 노머니를 세운 김병진사장은 업계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애드바와 광고복권을 비롯해 PC통신의 IP업체들을 인터넷기반으로 전환시켜주는 ‘씨피랜드’, 전국의 PC방과 연계한 전자상거래 사업, 무선데이터 사업 등 이미 7개의 사업모델을 선보였다. 덕분에 지난해 11월 9억9천만원의 주식을 공모한 결과 5분만에 1백20억원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루었다.신세대 CEO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김사장은 카이스트나 서울대 등 유명대 출신의 다른 신세대 CEO들과는 달리 여의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97년부터 정보제공사업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리포트 작성에 필요한 참고자료를 PC통신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지니콘텐츠’를 친형인 호선씨와 함께 설립, 한때 대학생 대상 IP시장의 90%를 장악하기도 했다.이밖에 보안마법사의 박창민 사장과 A3시큐어 컨설팅 김휘강사장은 카이스트 해킹클럽인 ‘쿠스’ 출신으로, 최근 취약한 국내 보안시장에 보안소프트웨어 개발 및 컨설팅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와이즈소프트 서상윤사장은 리눅스기반의 기업지식경영시스템(KMS)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유니워크의 문형배사장(29·광운대 제어계측공학과 97학번 휴학), 홍성욱 리눅스커뮤니케이션 사장(28·단국대 경영학과 97학번 휴학) 등도 리눅스 분야에서 떠오르는 신세대 CEO들이다.★ 인터뷰 / 김상우 ICG사장“돈 보다는 일에서 보람찾겠다”ICG(Internet Consulting Group) 김상우사장(24)은 인터넷 컨설팅업계의 기린아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거쳐 현재 같은 대학 경영공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올해 1월 ICG를 설립한 뒤 제일화재 옥시 풀무원 동양고속페리 코리아데이터시스템즈(KDS) 등의 e-비즈니스 컨설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지금도 굵직한 기업들이 ICG의 컨설팅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상황. 이와 함께 증권정보 사이트인 ‘개미군단미디어’, 푸시기술을 이용해 사용자별 맞춤정보를 제공하는 ‘캐스트미디어’, 게임컨설팅회사인 ‘게임브릿지’ 등을 인큐베이팅했다.이같은 급성장 비결에 대해 김사장은 “한발 앞서 디지털 경제를 읽을 수 있는 안목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사장은 창업전 LG, SK 등 주요 대기업 임원진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강의하던 전문강사 출신. 또한 웹넷코리아, 닥스클럽 기술담당 이사로 현장경험도 쌓았다. 이런 경력과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혜안 덕분에 올해초 경영권 파동을 빚었던 골드뱅크의 부사장으로도 영입돼 활약하고 있다.김사장을 빛나게 하는 것은 단순히 비즈니스 감각이나 사업실적이 아니다. 바로 그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비전이다.“제가 꿈꾸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차렸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비즈니스를 하며 동고동락하는 회사, 개인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이 ‘꿈’같은 회사를 위해 그가 역할모델로 삼은 인물이 일본 막부시대에 전국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상반되는 인물. 히데요시가 정벌한 땅을 부하들에게 나눠주는 당근전략으로 환심을 산 대신 이에야스는 땅보다는 인간미와 신뢰로 부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 히데요시가 으리으리한 집에서 황제처럼 군림하고 또 전쟁때는 뒤에서 명령만 하는 스타일이었던데 비해 이에야스는 전쟁 때 앞장서서 위험을 감수하고, 식사할 때는 마부와 똑같은 식사를 한 동고동락 및 솔선수범형 지도자로 꼽힌다.김사장은 “현재 일부 벤처기업들이 스톡옵션으로 인재들을 유혹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히데요시형에 가깝다”며 “열심히 일하면서도 돈에 집착하지 않는 솔선수범형 경영인으로서의 역할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연봉 2천4백만원에 차도, 집도 없는 ‘가난한 사장’으로 알려져 있는 김사장이 자신의 꿈을 이룰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