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잦아지면 늙어가는 증거라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과거의 일 따위는 아예 입밖에 내지도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것이 뭐가 나쁜가. 나이 지긋해지면서 잊고 있었던 고향이나 동창생들, 옛 스승을 그리워하며 찾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이런 점에 착안한 ‘추억마케팅’이 요즘 인기다.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함으로써 특정 상품의 판매 또는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추억마케팅의 기본 개념. 최근에는 인터넷업체들이 동창찾기, 스승찾기 등 ‘찾아주기’ 웹사이트를 속속 개설, 이같은 추억마케팅에 불을 붙이고 있다.◆ 대우자동차 ‘여고동창생 찾기’ 중년층 호응올들어 추억마케팅으로 눈길을 끈 대표적 업체는 대우자동차다. 대우자동차는 중형차 매그너스를 출시하면서 지난 3~4월에 걸쳐 ‘여고동창생 찾기’라는 이색 캠페인을 펼쳤다. 매그너스가 40대 초·중반의 중년층을 주 타깃으로 한 만큼 이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만한 소재로 ‘추억’은 안성맞춤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여고동창생’ 이었을까. 광고캠페인을 기획한 코래드 대우자동차팀 김성철부장은 “일반 가정의 구매결정권을 여성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런 배경에서 기획된 여고동창생 찾기 광고는 우선 충청도 한 시골여학교의 빛바랜 졸업사진과 ‘꿈많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때 그 얼굴들을 찾고 싶습니다’라는 감성적인 멘트 덕분에 40~50대의 중년 주부층의 눈길을 끌었다. 최대참여 동창회 모교에 장학금 총 1억원 지급, 최다참여 3개 동창회에 매그너스 제공 등 대우자동차가 내건 조건들도 매력적이었다. 덕분에 이 캠페인에는 모두 5백60개 학교의 동창생 11만여명이 참여했고, 대우는 약속대로 최다 참여학교 10곳을 선정해 총 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대우자동차 마케팅팀 배두한과장은 “이 캠페인을 통해 중년 주부층에 여고동창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면서 매그너스의 인지도를 높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추억마케팅을 가장 적절히 활용하고 또 덕을 본 업체는 해태제과다. 해태제과는 지난 2월초 한 고객으로부터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23년 전 여고 2학년(성신여대부속여고)이었던 주부 박충희씨(41, 경기도 고양시)가 당시 교사였던 김학민씨(59, 현 건대부고교사)와 아이스크림내기 약속을 한 사연이었다. 해당 아이스크림은 해태의 ‘부라보콘’이었고,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약속한 날짜 및 장소는 2000년 2월22일 덕수궁 앞이었다. 주부 박씨는 특히 IMF당시 ‘해태부도’ 소식을 접하면서 부라보콘이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사연을 마감했다.올해로 부라보콘 출시 30주년을 맞는 해태로선 호재중의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해태는 즉시 이 사연을 인쇄매체 광고로 내보냈고, 사연을 읽은 당시의 여고생 40여명과 교사 김학민씨는 ‘약속대로’ 올해 2월22일 오후 2시 덕수궁 앞에서 만나 부라보콘을 먹으며 정겨운 추억을 나누었다. 해태로선 ‘부라보콘’의 인기가 껑충 뛰는 순간이었다.웹에서의 추억마케팅은 보고 싶은 사람을 직접 찾아 준다는 점에서 좀더 직접적이고 개인적이다. 현재 사람찾기 전문사이트만 해도 50여개에 달한다. 인터넷채팅으로 유명한 하늘사랑(www.skylove.co.kr)은 옛 친구와 동창, 스승, 첫사랑 등을 찾아주는 ‘사랑찾기’ 사이트를 운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