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국동 한국화교경제인협회 회장(45)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최근 열린 중국 16차 전국대표대회로 중화권 자본흐름에 대한 국내 관심이 증가하면서 중국이나 동남아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화교 네트워크 활용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원회장은 2005년 열리는 제8차 세계화상대회의 한국 유치로 마음이 들떠있다. 올 초 이미 유치신청서를 냈고, 11월 말 세계 3대 중화총상회가 위치한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지로 개최지 홍보를 위해 떠날 예정이다. 세계화상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전세계 화교기업인들의 최대 모임.세계 화상계 거두들이 대거 참가하는 행사다. 매회 참가 화상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많은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원회장을 만나 세계화상대회의 개최 가능성과 국내 화교 네트워크의 활용방안을 알아봤다.한국화교경제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요.화교가 있는 나라에는 상공회의소라고도 불리는 중화총상회란 단체가 있습니다. 자국 내 화교들의 경제활동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화교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하죠. 국내에서는 우리가 그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 협회는 세계 화교자본의 국내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화교는 유태인과 더불어 세계 자본흐름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국내에 투자한 화교자본은 미미하죠. 이는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화교 네트워크를 적절히 이용할 줄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부나 국내 기업인들이 나서는 것보다 국내 화교들이 세계 화교들을 국내에 불러들이는 게 더 쉽겠지요.지난 99년부터 한국화교로는 처음으로 세계화상대회에 참가해 현재 전세계 80여개국에 위치한 중화총상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 주요 아시아 화상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지요.현재 오는 2005년에 열리는 제5차 세계 화상대회를 서울에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산업자원부와 서울시도 나서서 측면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상대회를 국내에 유치한다면 중화권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세계화상대회의 서울 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현재 일본이 가장 큰 경쟁자입니다. 일본의 경우 과거에 비해 화교세력이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일본 내 중국 유학생이 14만명에 달하고 최근 대륙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신화교들을 합치면 40만명에 이릅니다.마카오도 지난해 중국에 반환됐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추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의 경우 국내 화교 기반이 취약하다는 게 가장 큰 약점입니다. 따라서 차이나타운 건립이나 국내 화교들의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한 형편이지요.유치가능성은 50%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개최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의 중화총상회에 찾아가 본격적으로 유치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세계화상대회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화교네트워크가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중국이나 동남아에 퍼진 화교들의 경제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의 강한 결속력 때문이지요. 이미 세계화상대회가 본격적으로 제 모습을 찾아가면서 세계 화교들의 결속력이 유례없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화상대회의 경우 전세계 화상 거두들이 참가하는 만큼 현장에서 바로 어떤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서로의 얼굴을 터는 데 만족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중국진출의 승패가 ‘퀀시’(관계)가 좌우하듯이 화교간에도 일단 친구가 되면 비즈니스는 자동적으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회 현장에서 잠시 만나게 되지만 다시 그 나라를 찾으면 현지 화교들로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습니다.실제 저는 싱가포르 중화총상회와도 대회에서 만나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방문할 때는 총리 동생이 직접 공항에 마중 나올 정도니까요.중국 내에서 화교를 보는 시각은 어떻습니까.중국도 화교들에게 호의적입니다. 실제 제가 중국 도시에 가면 시장이 공항으로 직접 마중 나오는 게 대부분입니다. 국내에서 찾아간 대기업 인사와의 약속을 제쳐두고 저를 먼저 만난 사례가 있을 정도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관료들 역시 꼭 저희를 찾습니다.중국의 몇몇 도시의 경우 매년 3~4회 협회를 방문할 정도니까요. 실제 최근 실권을 잡은 한 중국의 장관급 인사도 저희와 만나면 웃옷을 벗고 유쾌하게 보내서인지 같이 간 국내 기업인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놀라더군요. 아무래도 같은 중국인으로서 대하는데 편하기 때문이겠죠. 나중에 중국에 갈 때는 다시 그 관료들을 찾아가면 매우 반가워하죠.국내 기업들이 화교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보십니까.최근 협회에도 화교 네트워크를 이용하려는 국내 기업인들의 문의가 늘었습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의 경우 어떤 인맥이나 사전 지식 없이 중국으로 들어갔다 실패하고 오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화교들을 통한다면 중국기업들과 협상이 잘 풀리고 중국정부의 규제도 덜 받게 되죠.일례로 얼마전 시내버스에 광고판을 설치하는 국내 중소기업 사장의 부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사업권을 따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혼자 힘으로 힘들다더군요. 그래서 제가 현지에 가서 베이징에서 시내버스회사를 운영하는 사장과 간단히 점심을 먹게 되었죠. 식사 후 바로 사업권을 따내게 됐습니다. 그만큼 화교를 통하면 중국 비즈니스에 유리한 면이 많습니다.국내 화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반이 미미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일단 과거 정부정책이 문제겠지요. 상업용도 토지 취득의 경우 200평 이하로 묶었던 게 대표적인 예지요. 하지만 99년 이후 화교들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 풀렸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사회에 남아 있는 화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입니다.간혹 화교들의 뿌리가 중국이기 때문에 번 돈을 모두 중국으로 보낸다는 이야기도 나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간 국내 화교들은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두가 화교의 실상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죠.화교 역시 부모, 친구, 고향 모두가 한국에 있다는 거지요. 외국에 나간 국내 화교들의 경우도 돈을 벌게 되면 중국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물론 한국인뿐만 아니라 과거 핍박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은 화교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서로가 좀더 깊은 포용력을 가지고 마음의 문을 열어야 되겠습니다.최근 국내 화교들의 현황은 어떻습니까.국내 화교들의 경우 드러나지 않고 일하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92년 중국문호가 개방되면서 국내 화교들의 경우 과거 요식업이나 한의사와 같은 전통업종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IT, 무역, 게임, 여행,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습니다.더구나 한류열풍의 불을 댕긴 것도 사실상 국내 화교들의 힘이었습니다. 화교들이 국내 방송국 드라마나 온라인 게임 수출에 가교 역할을 담당했던 거죠.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국내 2만여명의 화교들은 대부분 산둥성 출신입니다. 따라서 9,000만 인구의 산둥성 시장은 국내 내수시장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국내 기업인들이 좀더 화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면 중국진출에서도 큰 이익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화교들은 한류열풍이나 중국투자에도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앞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진출에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거라고 예상됩니다. 협회 역시 세계 화상 네트워크의 한국 내 주요 거점으로서 나아가 한ㆍ중교류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명실상부한 경제인단체로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