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을 좋아하는 음악인이 많을 것 같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유희열은 유난히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표현보다 도전하고 실험하는 정신이 강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묵묵히 해 온 것일 뿐인지도 모르지만.실제로 유희열 자신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새로운 장르나 음악을 시도하려고 할 때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로 완벽을 기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겨우 시도를 하거나 결국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음악인들이 꽤 있는데 그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단 시도하고 보는 스타일이라고.물론 이 음반, 는 사진작가 안성진과 함께 처음 뜻을 모은 이후 3년이라는 적잖은 시간 끝에 나온 결실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아직 낯선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음악만으로 채운 특별한 기획음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유희열이라는 아티스트에 힘입은 바 컸으리라.유희열, 롤러코스터, 강호정(긱스 멤버)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인디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의 ‘낯선’ 음악으로 채워져 있는 . 그럼에도 이 음반이 판매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것 역시 유희열이라는 아티스트의 힘이다. 몇 년 전 이미 ‘유희열 삽화집’이라는 음반+삽화집의 패키지를 냈던 그인지라 ‘사진집+음반’의 패키지가 대단히 파격적일 것은 없지만 그렇다 해도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참신한 기획이긴 하다. 게다가 그 안에 담긴 음악들에서도 국내에서 자주 접해보지 않은 장르라는 점에서 생소함과 함께 신선함이 묻어난다.토이의 새음악 감상 ‘매력’일렉트로니카, 쉽게 말해 전자음악이다. 크게 볼 때 테크노 음악의 범주에 속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일단 테크노 하면 떠오르는(사실 이것도 선입견일 수 있지만) 젊은이들이 빽빽이 들어 찬 댄스플로어, 숨 가쁜 댄스 비트, 현란한 조명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안으로 차갑게 감겨드는 반복적이고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감상용의 전자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A Walk…’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 국내의 대표적인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토이의 새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역시 그의 팬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일 것이다.그런데 한 가지. 음반기획자의 곡임에도 12번째 트랙에 조심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토이의 ‘Silly Love Song’은 안타깝게도 음반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와 따로 떨어진 느낌이다. 그 특유의 감성이 역시 다른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들과 달라서일까.상당히 독특한 음악적 감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인디 음반인 까닭에 특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전자양, ‘웨어 더 스토리 엔즈’ 등의 음악이 반갑다.특히 전자양의 ‘N.Y.C’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음악적 감각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익히 잘 알려진 DJ 달파란이나 프랙탈, 세인트 바이너리, 루시드 폴 등도 자신들의 개성을 잘 발휘하고 있고 긱스 멤버 강호정의 경우 특유의 펑키함을 잘 살리고 있으면서도 색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East4A의 ‘illusion’은 고혹적인 여성 보컬과 함께 거부하기 힘든 매력적인 ‘환각’의 세계로 듣는 이를 이끈다. 내용물의 시시콜콜한 평가를 떠나 일단 시도 그 자체만으로 미덕인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