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중저가 ‘인기’… 절제된 디자인 ‘대세’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한동안 거세게 불었던 명품, 고급화의 열기가 한풀 꺾이는 듯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던 고급화, 감성화 추세는 실리를 추구하는 이성적 성향과 융화되면서 가격, 기능, 브랜드 이미지를 고루 추구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

가격합리성(Reasonability)

과거 가격만을 중시하는 무조건적 절약소비가 아닌 적정 품질과 이미지가 보장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 부담이 낮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도 무조건적 과시소비는 지양하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주관적인 소비성향이 형성되면서 합리적 가격대의 중저가 제품에 대한 대중적인 수요가 증대될 전망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제조업체 제품과 품질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20~30% 저렴한 대형 유통점의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를 선호하고 있다.

또 평판TV 등 과거 대표적 첨단 고가제품의 가격 하락 속도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대중적 소비를 촉발하는 ‘스위트 스폿 가격대’(Sweet Spot Price)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고소득층, 또는 얼리어답터 시장의 한계성이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고급제품의 가격하락은 일반 소비자에게 구매를 결정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능맞춤성(Customization)

기술발전이 급진전되면서 다양한 복합상품이 등장하자 복잡하고 사용이 어려운 과다 기능 제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불만과 거부감이 증폭되고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첨단 기능을 고루 갖춘 다기능폰이 주류를 이뤄 휴대전화의 90%가 MP3플레이어 기능을, 신규 모델의 25∼50%가 DMB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일부 청소년,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한두 번 사용하고 말 무의미한 기능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기능만 갖춘 선택형, 맞춤형 상품을 요구하게 된다.

앞으로는 핵심적인 기능을 부각하면서도 사용의 편리성을 강조한 실용적 기능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IT 분야에서도 복잡한 기능과 화려한 디자인을 지양한 단순 기능, 디자인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용편리성을 중시해 부가 기능은 최소화하고 핵심 기능을 전면에 부각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 중이다. 구글의 경우 지도, 번역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핵심 기능인 정보검색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초기화면에는 불과 30개 단어로 구성된 6개 메뉴만을 배치해 호응을 얻고 있다.

디자인 단순성(Simplicity)

핵심 기능의 강조는 단순하고 절제된 이미지를 중시하는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심플한 디자인과 기능은 전세계적 추세다. 필립스의 경우 2004년부터 헬스케어, 라이프스타일, 테크놀로지를 기업의 주요 테마로 선정하고 ‘센스 앤드 심플리시티’(Sense and Simplicity)라는 이름의 대대적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즉 제품의 사용 편리성과 디자인의 단순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전략인 셈이다. 그 결과 필립스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17%나 상승하기도 했다.

단순함을 강조하는 일본의 무인양품은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적용해 소재의 색과 모양을 그대로 살려 인위적인 조작을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 가령 감자칩 경우에도 타 업체는 감자를 동일한 크기로 만들지만 무인양품은 자연 그대로의 모양을 사용한다. 단순함의 제품 컨셉에 맞춰 간결미를 강조하는 디자인은 소비자가 개성과 공간의 특성에 따라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 다양한 컬러, 다기능 제품이 출시되면서 화려하고 복합적인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면 이제부터는 단순하고 핵심 기능이 부각된 제품이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비용이라면 이왕이면 더 다양한 기능을 첨가하겠다는 제조업체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판단해 최적의 기능, 디자인, 브랜드를 조합할 수 있어야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순화·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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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