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인간이 건축물을 만들지만, 거꾸로 건축물이 인간을 규정하기도 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동원해 평범하지만 의미심장한 이 진리를 실감나게 그려 보인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주말을 보내는 백화점과 박물관, 그리고 아파트 모델하우스, 학교, 병원, 감옥에 담겨진 꿈틀대는 욕망과 숨겨진 코드가 하나씩 모습을 나타낸다.사람 사이의 권력 관계는 ‘오피스 레이아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직장 상사의 따가운 시선이 뒤통수에 느껴지는 경험을 종종하게 된다. 상사는 부하 직원을 언제나 자유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하급자는 상급자를 쉽게 볼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상사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보고 있지 않은지 알 수 없는 구조일 때 ‘감시’ 효과는 극대화된다.사무실 자리 배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조금씩 변화했다. 1960~70년대는 상급자 책상을 중심으로 그 앞에 대리와 대리, 사원과 사원이 차례로 책상을 붙이고 마주앉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상급자는 팀원 모두를 한눈에 볼 수 있지만 팀원들은 눈을 돌리지 않는 한 상급자를 볼 수 없는 구조다. 프라이버시 개념이 확대된 1980~90년대에는 가장 뒷줄에 팀장이 앉고 그 앞으로 팀원들이 독립 책상을 갖고 차례로 앉는 배치 형태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 2000년 이후 각자 벽을 향해 앉고 개인별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각의 비대칭성과 비대등성이라는 기본 원리는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건축은 단순화하면 공간을 나누는 것이다. 건축가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 과정에서 시각의 비대칭성과 같은 권력 관계가 개입되게 마련이다.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건축물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30년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으로 지어진 미쓰코시 백화점(현 신세계 본점)이다. 이 건물 옥상에 들어선 ‘옥상정원’은 당시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천재 시인이자 건축가인 이상은 옥상정원의 단골손님이었다.본래 서양에서 백화점은 귀족만 이용하던 숍을 중하위 중산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해 집적해 놓은 곳이다. 그런 백화점이 식민지 조선에선 귀족 문화로 이식된 것이다. /윤석금 지음/리더스북/1만2000원/선대인 지음/더난출판/1만3000원/리처드 탈러 외 지음/안진환 옮김/리더스북/1만5500원/이종선 지음/갤리온/1만3000원/이승한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1만3000원/말콤 글래드웰 지음/노정태 옮김/김영사/1만3000원/부자아빠 지음/새빛에듀넷/1만5000원/SERICEO 콘텐츠팀 편/삼성경제연구소/1만2000원/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고경호 지음/다산북스/1만1000원남덕우 지음/삼성경제연구소/400쪽/1만5000원1970년대 한국 경제의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회고록이다. 1969년 40대 중반의 젊은 경제학 교수에서 재무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후 10여 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 아래서 핵심 경제 관료로 활약한 저자의 증언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일간지에 연재한 내용을 토대로 개인적인 삶 등 못 다한 이야기를 추가해 새롭게 묶어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김홍식 옮김/비즈니스맵/440쪽/1만8000원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해외 언론에 보도되는 단편적인 코멘트나 인터뷰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쟁쟁한 경제학자들의 논문을 한곳에 모았다. 전쟁·지구온난화·부동산 등 첨예한 경제 현안들을 이들이 어떻게 분석하는지 엿볼 수 있다.임종업 지음/청림출판/340쪽/1만3800원대한민국 곳곳에 숨어 있는 책벌레들의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숨은 책의 고수들이 살아있다. 어릴 때부터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없고 보지 못한 책을 대하면 번번이 웃어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불린 조선시대 이덕무나 책만 사들이다 결국 가산을 탕진한 최한기의 후예들이다.이하람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352쪽/1만2800원방송 작가로 20대 끝자락을 달려가던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제2의 성장통을 느낀다. 무작정 짐을 꾸린 저자는 그 후 2년 동안 8개국 26개 도시를 여행했다. 유럽에서는 사랑의 양면성을, 터키와 이집트에서는 타인을 대하는 법을, 일본에서는 하루는 다스리는 법을, 몽골에서는 욕심을 비우는 법을 배웠다. 이 모든 것을 담은 저자의 파란 일기장을 공개한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