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729호 (2009년 11월 23일)

평생 재무관리가 중요한 이유

기사입력 2009.11.17 오후 01:40

평생 재무관리가 중요한 이유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자폐를 겪고 있는 시골 청년이 마라톤에 완주하는 감동 스토리다. 엄마 심부름에 날쌔게 뛰어다닐 줄 알던 주인공 기봉이는 페이스 조절이 필요한 마라톤은 불가능했다. 자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기 에너지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초반부터 무리한 에너지를 쏟아 완주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몰아쳤던 금융 위기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자 서점가엔 한동안 보이지 않던 ‘10억 만들기’ 열풍이 재연되고 있다. 주변에도 아직까지 근무시간에 주식과 선물 옵션 계좌를 드나들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직장인이 많다. 경제 위기 속에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용 불안감을 십분 이해하지만 삶의 다양한 재무 목표별로 배분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수익을 좇는 상품에만 올인해 시간과 열정을 빼앗기는 젊은이들이 많다.

부부간의 비전 나누기 중요

이러한 단기 수익 자금들은 목표가 불분명해 결국 삶의 우선순위가 아닌 곳에 쓰이게 된다. 주식으로 대박 난 수익으로 자동차를 구입하고 수익률 몇 % 더 받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만기가 되면 당장 넓은 집으로 옮길 생각부터 한다. 굳이 행동경제학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을 알면 답은 보인다. 단기적인 재테크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관리를 하더라도 금융 위기를 겪은 아직까지 불안한 모습의 투기적인 재테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달리기에 임할 때도 100m 질주인지, 장거리 마라톤인지 알고 코스를 예상해 호흡 조절을 하듯 인생에 대한 재무 그림도 이렇게 바라봐야 한다.

라이프사이클 즉, 생애 주기를 봐서도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첫째, 부부간의 경제적인 활동과 비전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 사교육비나 내 집 마련 어려움 등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맞벌이 가정이 많아졌다. 젊은 세대의 경우 당장의 맞벌이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부간에 합리적으로 역할을 나누고 재무 목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의 원인 중 하나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조바심, 이를 통한 경제적인 부담과 맞벌이의 영향도 크다. 일부의 경우지만 조급하고 무리한 내 집 마련으로 경제적인 부담에 아이를 낳지 않거나 맞벌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어려운 경제 환경과 절박감에 맞벌이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기회비용이 더 큰 경우가 있다. 더구나 40대 이상 여성 직장인의 절반이 단순 노무직이란 통계가 있듯 자녀 양육에 힘쓰며 비전을 키울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판단일 수 있다. 소규모 창업 등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살려 남편의 도움을 얻는 것도 지혜다.

직장·육아 등 가족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뒤 그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재무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노후를 앞둔 세대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큰 투자가 필요 없을 법한 정년 퇴직자가 부동산을 잘못 사거나 사업을 벌여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는 가끔 언론에서 보듯,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최악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노후 30년을 준비하자는 금융 상품들이 많지만 노후 삶에 대한 수치적인 접근만 해선 곤란하다. 더군다나 베이비붐 세대의 증가와 함께 조기 퇴직과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지금의 상황에선 이모작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경제문제를 비롯한 정서적인 행복을 위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해피시니어’ 운동 등을 눈여겨보자. 잘 할 수 있는 일을 노후에 아내와 함께 계획하는 것은 아름다운 준비가 될 것이다.

힘차게 나가던 자동차도 긴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힘에 부치는 중간쯤에서 기어 변속이 필요하듯 우리 인생과 재테크도 고속 질주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결국 긴 인생을 볼 때 ‘누가 얼마만큼 오랫동안 현금 흐름을 만드느냐’다. 그 안에서 합리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출을 관리하고 기회비용을 잃지 않도록 재무 목표를 잘 잡고 합리적으로 투자해 인생의 다양한 목표를 준비한다면 분명 우리 안에 희망이 있다.

길게 보면 각자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개인과 가족의 비전을 키워가는 것이 가장 큰 ‘재테크’다.

김의수 TNV 어드바이저 수석팀장 pfms@tnvadvisors.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9-11-17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