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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7
/양윤모기자yoonmo@hankyung.com
2006.10.27 /양윤모기자yoonmo@hankyung.com
암스테르담 교외에 오래된 고급 주거지역이 있다. 우거진 숲 곳곳에 저택들이 있는데 외부인 눈에는 주택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도로부터 인상적이다. 자동찻길을 중심으로 3개로 구획돼 있다. 중앙에 찻길과 양쪽의 인도까지는 그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모습이다.

이곳에는 인도와 차도 사이에 또 하나의 길이 있는데 잘게 부서진 목재 조각이 잘 깔려 있다.

말이 다니는 길이다. 사람길, 말길, 찻길 위로는 가로수가 울창하게 맞닿아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3만3050㎡(구 1만 평) 부지의 고택으로, 현지 문화재로 지정된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저도 이 부촌에 있다. 물론 우리 정부 재산이다.

약 400년 전, 17C 상반기 이곳 네덜란드에서 튤립 광풍이 분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경제에서 거품을 이야기할 때면 제일 먼저 거론되는 사례가 바로 그때 튤립 투기 열풍이다.

거품이 얼마나 끼었으면 튤립 구근 하나가 집 한 채 값까지 치솟았을까. 튤립 뿌리 하나가 성인 목수의 20년치 임금과 맞먹었다.

거품 경제의 진수를 보여준 실례다. 거품 얘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급증하는 부채에 주목해 보기 위해서다.

특히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뇌관이라는 지적은 최근 들어 부쩍 자주 제기되고 있다.

700조 원을 넘어선 빚(200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713조 원, 한국은행)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던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과 언론 매체의 경고다.

가계에 비해 규모는 2배나 되지만 기업 부채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민간 기업의 부채는 1500조 원을 넘어섰지만(200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1506조 원, 한은) 기업에는 자산도 많아 전체적으로 볼 때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평이다.

중국 출구전략의 이유도 ‘거품’ 대비

그러나 가계 부채는 증가 속도나 규모에 비해 소득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계의 자산도 불안정하다. 부채 증가만큼 자산도 늘어나고 있나. 무엇보다 가계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가격에 거품은 없을까.

최근 중국이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면서 내세운 큰 이유가 자산의 버블, 곧 거품 경제 문제에 대한 대응 논리였다.

결국 거품이 문제다. 그리고 거품의 뒷면에 바로 부채라는 문제가 도사린다.

개념적으로는 명확하지만 구체적으로 정의하기가 어려운 것이 거품이다. 다만 전문가들이 부채 증가와 거품을 연계하는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부동산 모기지 론으로 비롯된 미국의 거품 형성과 붕괴도 그렇고, 금세기 초 정보기술(IT) 버블도 그러했다.

겉으로는 가격과 자산 가치의 불균형이 개별 상품별 거품이라고 볼 때 부채의 증가는 거품 경제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든 거품에 대한 속성을 한번 정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먼저 모든 버블은 반드시 터진다는 점이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서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근로자 평균소득의 몇 년치분을 넘어서고, 중국의 주가가 어떠하니 하면서 거품 경고와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곤 한다.
이 과정에서 분명한 진실은 거품은 반드시 터진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사실은 모든 활황기에서 ‘이번만은 거품이 아니라’고 대다수가 말하고 그렇게 믿는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거품은 터진 뒤에야 그게 거품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래서 일단 버블이 붕괴되면 경제학자 등 온갖 전문가들은 그 상황이 왜 버블 국면이었는지를 설명하느라 열을 올리는 것이다.

거품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거품기에, 거품의 형성과 팽창 과정에서 자산을 키운다는 사실이다. 비용에 비해, 떠안는 부채에 비해 자산이 커질수록 돈은 많이 벌게 된다.

한마디로 거품의 위험 속에서야 통상적 소득 이상의 돈을 번다는 얘기인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한 가지 있다.

거품이 폭발하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거품에 대해 이 4가지만이라도 이해하고 리듬을 탈 수 있다면 걱정도 없겠다.

그렇게 본다면 경제에 거품을 빼야 한다, 버블을 경계한다는 것은 정책 당국의 걱정이겠고, 그 거품기의 활용은 곡예 운전이 만연한 현대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위험천만한 생존 전략일지 모른다.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