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레저산업 왜?

<YONHAP PHOTO-1323> 화성 전곡항에 마리나 시설 개장

(화성=연합뉴스) 23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 개장하는 해상선박계류시설 마리나 전경. 2009.11.19  <<화성시 제공>> 

press108@yna.co.kr/2009-11-19 15:17:31/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화성 전곡항에 마리나 시설 개장 (화성=연합뉴스) 23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 개장하는 해상선박계류시설 마리나 전경. 2009.11.19 <<화성시 제공>> press108@yna.co.kr/2009-11-19 15:17:31/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번 연휴에는 어딜 가서 뭘 해야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을까.’

많은 현대인들이 치열한 생존경쟁 시대에 살면서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최근 30~40대를 중심으로 주말 여가 시간에 보다 적극적으로 잘 놀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일 중심의 생활관이 이제까지 지배해 왔지만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여가 시간 확대와 4~5%대의 경제성장에 따른 가처분소득 증가 등으로 1990년 이후부터 레저 생활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욕구에 따라 국내 레저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987년 2조 원대였던 국내 레저산업 규모는 2009년 43조8000억 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2015년에는 58조5000억 원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논의 중인 대체휴일제와 함께 초·중·고교의 ‘주5일 수업제’가 본격 실시되면 관광·레저산업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 해 골프장 50개씩 늘어나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각 지자체와 민간 개발자들은 레저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각종 개발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미 리조트·골프·스키·워터파크 등은 고급 레저 문화에서 중산층이 즐기는 대중문화로 어느 정도 정착했고, 그 뒤를 이어 최근에는 각종 테마파크·해양스포츠·승마·항공레저 등이 주목받고 있다.

레저산업은 1~4차산업을 아우르며 건설업·숙박업·운송업·지방산업·문화산업·교육산업 등이 복합적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고 관련 분야에 대규모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큰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다.
[Business Focus] 전망 밝다기에…수익성은 ‘글쎄’
우선 레저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개발 열기를 보이는 곳은 골프장이다. 최근 5년간 골프장 수는 매년 30~50개씩 늘어나고 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139개소가 현재 건설되고 있다.

현재 국내 골프장 수는 전국 396개소로 5년 전인 2004년 말(217개소)보다 70% 늘어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회원제, 퍼블릭 골프장과 군용 골프장을 포함한 산업 규모는 2009년 3조2282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삼성·롯데·현대자동차·GS·금호아시아나·한화·CJ·코오롱·동양·대한전선·동부·대림·웅진 등 국내 50대 그룹이 보유한 골프장 수는 총 53개소에 이른다.

즉, 50대 그룹 1개당 1개소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최근에는 건설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 업체들도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골프장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09년 2585만 명에서 2012년 2788만 명으로 최고 수준에 달하지만 그 후에는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골프장들은 골프장 공급 확대에 따른 이용료 인하 경쟁으로 골프장당 매출액이 감소하고 회원권 분양 어려움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2012~2013년을 정점으로 고수익의 블루오션에서 저수익의 레드오션으로 바뀔 수 있다.

해양 스포츠, 승마장 등 계획 봇물

반면 복합 레저 시설인 리조트는 제2라운드를 맞고 있다. 기존 리조트는 스키장을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레저 패턴이 단순 숙박·관광형에서 체류·휴양형으로 변화함에 따라 골프장·워터파크 등 다양한 시설을 구비하고 계절별로 다른 테마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레저 수요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초기의 과대한 투자와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 부진, 성수기·비성수기의 격차 등으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리조트 8개사(용평리조트·보광휘닉스파크·용평리조트·무주리조트·한솔오크밸리리조트·현대성우리조트 등)의 경영 실적을 보면 평균 매출액은 2009년 685억 원으로 전년보다 0.8% 증가에 그쳤으며 평균 영업이익은 25억 원으로 전년보다 3.5% 줄어들었다. 부문별 매출액 비중을 보면 스키 부문의 비중이 가장 높고(24.7%), 객실 매출 비중(21.9%)이 그 뒤를 잇는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리조트와 태백 오투리조트 조성 사업은 방만한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따라오지 못해 우려를 낳고 있다.

1조6800억 원 이상 투입된 알펜시아리조트는 지난해 7월 콘도·스키장·호텔 등 부분 개장했지만 지난 겨울에만 인파가 몰렸을 뿐이고 콘도·상가·골프회원권 등의 사업도 분양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총 5300억 원이 투자된 오투리조트도 시설 분양권이 20~30%로 저조하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져 2009년 한 해 동안 70억~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태백시의 민관 컨소시엄으로 설립된 오투리조트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적자 운영을 이유로 민간 매각 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렇듯 대표적인 레저산업 골프장·리조트 등마저도 경기나 사업 환경에 따라 수익성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각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테마파크·해양스포츠·승마장 등 레저산업 개발 계획을 남발하고 있다.

경기도·화성·제주도 등은 요트산업·해양레저산업 등을 적극 유치하며 대규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경상북도·포항시 등도 승마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승마공원과 승마장 조성 계획을 잇달아 수립, 추진하고 있다.

레저산업 전문가들은 “레저산업이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가능성이 있고 레저 수요가 늘 것은 확실하지만 개발에 대한 정확한 수요 예측과 사업성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각 개발 사업들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레저산업이 지방에 입지한 산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의 한계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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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레저산업은 의외로 수익 내기 어려워”
[Business Focus] 전망 밝다기에…수익성은 ‘글쎄’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최근 테마파크·골프장·리조트 등 레저산업 개발이 붐처럼 확대되고 있지만 그 사업성과 수익성을 잘 검토해 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많은 레저산업 투자자들이 사업성을 제대로 타진하지 않은 채 장밋빛 계획만 갖고 개발에 나서지만 레저산업은 ‘만만한 사업이 아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레저산업 구조가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 소장은 “레저 시설을 짓기 위한 대규모 부지는 알다시피 결코 싸지 않고 각종 규제로 인·허가도 쉽지 않다”며 “지역민의 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주변 보상까지 고려하면 시설을 조성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한다. 따라서 고비용에 대한 투자비를 만회하기 위해 레저 시설 이용료가 싸게 책정될 수 없고 대중적인 이용이 쉽지 않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잘 되는 레저 사업에는 너무 많은 사업자가 몰려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최근 워터파크가 잘 되니까 4~5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결과 일부는 도산하기도 했다”며 “또한 골프장은 최근 너무 많이 들어서 분양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지금과 같이 경제 확장세가 지속된다면 레저산업이 발전하겠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 잘되는 레저라고 해서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며 “쇼핑몰에서 영화와 식사를 한곳에서 해결하는 것처럼 레저산업도 골프·리조트·승마 등이 복합된 레저 복합 단지 타입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