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100배 즐기기

한경비즈니스 독자라면 재테크와 자기 계발에 누구보다 열심인 사람들일 겁니다. 그렇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주식은 하락장, 부동산은 정체, 예금은 저금리, 경기가 좋지 않으니 고용 시장도 얼어붙었지요. 그러나 ‘부자는 불황을 사고 개미는 호황을 산다’는 명언처럼 진짜 성공하는 사람은 얼어붙은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또 ‘쉬는 것도 투자’라고 하지요. 휴식은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의 일부라는 얘기지요.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사무실 밖에서 불현듯 떠오르기도 합니다. 가족·연인과 함께 이번 추석을 함께할 수 있는 영화·공연과 딱 지금에 어울리는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영화

통증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추석 극장가는 전통적으로 코미디와 신파영화가 지배했다. 강풀 작가의 감성이 녹아든 곽경택 감독의 ‘통증’은 전형적인 신파 멜로로 승부를 걸었다.

어릴 적 자신의 실수 때문에 가족을 잃은 죄책감으로 온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남순(권상우 분)은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에 타인의 고통도 알아채지 못할뿐더러 마음의 상처란 말은 그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번 피가 나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아 작은 통증조차 치명적인 여자 동현(정려원 분)을 만난다. 그렇게 전혀 다른 운명에 처한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사는 꿈을 꾼다.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그동안 ‘친구’, ‘챔피언’, ‘똥개’, ‘태풍’ 등 주로 거친 호흡과 액션의 남성적 영화들을 만들어 온 곽 감독으로서는 굉장히 특별한 사랑 이야기다.

곽 감독 특유의 선 굵은 연출은 오히려 신파 정서에 더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보는 이의 마음을 쿡쿡 찔러댄다. 동현이 남순의 ‘혀 짧은’ 소리를 지적하는 대목 등 현실을 환기하는 웃음 포인트도 적절하다.


챔프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이환경 감독은 ‘각설탕’ 이후 다시 경주마 영화로 눈을 돌렸다. 이런 특별한 유형의 장르 영화가 드문 충무로에서 그는 ‘말 전문’ 감독이라고 불릴만하다.

‘각설탕’이 말 ‘천둥이’와 시은(임수정 분)의 오랜 우정을 그렸다면 ‘챔프’는 그보다 더한 신파 정서에 기댄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승호(차태현 분)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신경을 다친 채 어린 딸(김수정 분)과 살아간다. 그러다 사고로 새끼를 잃고 다리를 다쳐 더 이상 사람을 태우지 않는 경주마 ‘우박이’가 우승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 사람과 동물이 경주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것. 지나치게 무모한 도전이기에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랄까.

‘챔프’는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천장골관 인대염’ 진단을 받은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는 경마 사상 최저가에 낙찰됐지만 마주와 조교사의 특화된 재활 훈련과 보살핌으로, 국내 유수의 경주 대회에서 13회나 우승하고 몸값의 74배를 벌어들여 화제를 모았다.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지난 3편까지 오직 추석 대목에만 1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대표적인 추석 코미디 영화다.

기업의 성공에 심취해 안일한 생활을 보내던 홍회장(김수미 분) 일가는 난생처음 출국 금지 해제 소식에 첫 해외여행을 준비한다.

살림의 달인으로 거듭난 백호파의 1인자 장인재(신현준 분), 언제 어디서나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장석재(탁재훈 분), 사소한 일에도 크게 흥분하는 가문의 쌈닭 장경재(임형준 분) 등 80% 이상 일본 로케이션을 소화하며 대소동극의 주인공이 된다.

일본 4대 온천 중 하나인 와타야 별장을 시작으로 후쿠오카 국제공항, 사가현, 진노 녹차 산지, 구마모토현, 나갓키현 세키야 호텔 등 일본 최고의 명소들이 주요한 볼거리다.

기존 중심 출연진에다 최고의 무식함을 자랑하는 정준하와 익숙한 목소리 그대로의 현영은 물론 어처구니없는 뒷북 수사의 달인으로 정웅인이 등장하는 등 장소와 출연진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이 4편의 핵심이다.


북촌방향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추석 영화들의 생존 틈바구니 속에서 쉼표 같은 영화가 바로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이다.

최근 ‘절친’ 배우들과의 끈끈한 교류로 보다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유머와 예술관은 여전하다.

이제는 작품을 쉬고 있는 영화감독 성준(유준상 분)은 친한 선배(김상중 분)를 만나러 북촌에 간다.

선배를 통해 자신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교수(송선미 분)와 단골 술집의 여주인(김보경 분)을 알게 된다. ‘소설’이라는 술집에서 늘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가운데 ‘홍상수 영화’ 특유의 웃음과 오해,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일탈의 순간이 흥미진진하게 밝혀진다.

소설의 여주인은 성준의 예전 여자 친구와 무척 닮았다. 그 여자 친구의 문자에 답은 하지 않지만 그 여주인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그들 사이를 오가며 애타게 사랑을 갈구하고, 또한 쉽게 잊어버리고 돌아서는 홍상수 영화에서 나타나는 남자의 기질은 그대로다.

이전 홍상수 영화의 흐름과 절묘하게 이어져 있기에 여기서부터 홍상수와 만날 관객이라면 한없이 낯설겠지만, 기존 그의 팬들이라면 더없이 반길만한 영화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5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는 ‘쏘우’와 함께 당대 할리우드 하드코어 스릴러 장르를 대표하는 시리즈다.

회를 거듭하며 사건은 더욱 거대해지고 그 사건 현장의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워크숍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다리가 붕괴되는 끔찍한 사고로 자신과 동료들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죽는 환영을 본 샘(니콜라스 다고스토 분)은 곧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며 여자 친구와 함께 버스에서 내린다.

곧이어 거짓말처럼 실제로 사고가 일어나고 그와 함께 나왔던 동료들은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그들은 죽었어야 하는 운명이었기에 환영에서 죽은 순서대로 다시 하나둘 죽기 시작한다. 그러다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죽이면 그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초반부의 다리 붕괴 사고는 백미다. 거의 실시간의 쾌감으로 완성된 그 참혹한 순간의 재현은 그야말로 이 시리즈를 즐기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낼만하다. 게다가 이번 영화는 시리즈 최초로 3D로 즐길 수 있다.


공연

맘마미아!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는 추석 연휴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제격이다.

2004년 국내 초연된 이후 40~50대 중·장년층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국민 뮤지컬의 반열에 오른 작품.

결혼을 앞둔 소피가 엄마 도나의 옛 일기장을 훔쳐보다 자신의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를 발견하고, 그들을 한꺼번에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드라마의 중심축이다.

여기에 도나와 친구들이 전하는 추억과 우정, 사랑, 엄마와 딸을 주축으로 한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 자아 찾기 등이 더해져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댄싱 퀸’, ‘맘마미아’, ‘허니허니’, ‘아이 해브 어 드림’ 등 익숙한 아바의 음악과 스토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가사는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이다. 220벌에 달하는 화려한 반짝이 의상들과 신나게 춤추는 배우들의 무대는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8월 30일~2012년 2월 | 디큐브아트센터 디큐브씨어터(신도림역) | 1544-1555


셜록 홈즈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뮤지컬 ‘셜록 홈즈’는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1887년에 발표한 동명의 추리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눈여겨볼 것은 홈즈와 왓슨 등 등장인물만 빌려왔을 뿐 모든 이야기들이 새로 창조됐다는 점이다.

홈즈의 파트너 왓슨을 여자 캐릭터로 만든 것뿐만 아니라 이번 공연 ‘엔더슨가의 비밀’을 시작으로 매년 여름마다 다른 에피소드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미스터리 추리극을 표방하고 있는 뮤지컬 ‘엔더슨가의 비밀’은 19세기 영국 런던 최고의 가문 엔더슨가에서 울려 퍼진 두 방의 총소리와 함께 사라진 한 여인을 찾기 위해 엔더슨가의 세 남자가 명탐정 셜록 홈즈(김원준·송용진 분)를 찾아가고 그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홈즈와 그의 파트너 왓슨(방진의·구민진 분)이 살인자와의 추리 게임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9월 25일까지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 (02)588-7708


김성녀의 ‘벽속의 요정’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중년 관객, 부모님과 함께 볼 만한 따뜻한 작품을 찾는 이들에게는 관록의 배우 김성녀의 모노 뮤지컬 드라마 ‘벽속의 요정’이 안성맞춤이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벽속의 요정’은 이념 대립으로 40년 동안 벽 속에 숨어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 가난과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온 어머니, 그리고 벽 속의 아버지를 요정이라고 믿으며 성장한 딸이 전하는 애틋한 사랑의 찬가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다. 눈물 겨운 감동의 스토리보다 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극을 이끌고 있는 배우 김성녀의 신들린 듯한 연기다.

환갑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인 그녀는 꼬마 아이에서부터 갈래머리의 소녀·엄마·아빠·건달 등 무려 32명의 인물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9월 25일까지 | PMC 대학로 자유극장 | (02)745-8289


이은결 사단의 팝매직 콘서트 ‘이스케이프(ESCAPE)’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지켜보는 마술쇼를 TV가 아닌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된다면?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은 없을 거다.

팝 매직 콘서트 ‘이스케이프(ESCAPE)’는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 이은결이 어디선가 본 듯한, 독창성을 잃은 마술 공연에 반기를 들고 국내 마술의 대중화를 위해 마련한 공연이다.

4명의 후배 마술사 한설희·노병욱·이훈·조성진이 매직 프로듀서 겸 연출, MC를 맡은 이은결과 함께 무대에 올라 화려한 매직 쇼를 펼쳐 보인다.

자신만의 비법을 감춰야 하는 마술사들의 합동 공연은 뜻밖이지만, 마술의 대중화를 위해 각자의 마술하는 과정과 제작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 가족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매직 레시피를 과감히 공개하는 반전의 무대를 선사한다. 단순한 마술 쇼가 아닌, 마술사들의 꿈과 노력의 시간들을 무대 위에서 직접 확인해 보자.

10월 3일까지 | 타임스퀘어 CGV 팝아트홀 | 1588-0688


렌트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젊음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뮤지컬 ‘렌트’ 공연장을 찾아보자.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마약·동성애자·트랜스젠더·에이즈 등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고 록과 리듬&블루스(R&B)·탱고·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오페레타 형식으로 배치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젊은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번 공연은 2002년부터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박칼린이 연출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원작이 갖고 있는 매력을 최대한 살릴 계획이라고 밝힌 박칼린 연출의 ‘렌트’에는 가수 브라이언이 강태을·윤공주·김지우 등과 함께 무대에 올라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을 노래한다.

10월 9일까지 | 충무아트홀 대극장|1544-1555


서적

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Special Report Ⅳ] 열심히 일한 당신 ‘휴식으로 풀어라’
“지금은 가장 빠르지 않을지라도, 나중엔 가장 멀리 가 있을 수 있다.” 양준혁은 데뷔 첫해인 1993년 신인왕을 받은 이후 상복(賞福)과 거리가 멀었다.

신인 때는 이종범의 그늘에 가렸고, 1998년 이종범이 일본으로 떠나자 같은 팀 후배 이승엽에게 1인자의 자리를 내줘야 했다. 1등과는 거리가 먼 그는 은퇴 후에야 비로소 프로야구 최고 기록 보유자가 된다.

통산 최다경기·최다홈런·최다안타·최다타점·최다득점·최다타수·최다루타·최다2루타·최다사사구 등 공격 부문 10개 중 9개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기록의 사나이’가 됐다. 그리고 지금 SBS의 해설위원으로서, 또 양준혁야구재단을 설립해 누구보다 바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야구에서는 1등이 아니었지만 인생에서는 승리자인 것이다.

지금 학교·직장에서 1등을 하지 못해, 혹은 승진에서 물먹어서 좌절에 빠져 있다면 이 책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지금 좌절하기에 인생은 너무나 길기에.

양준혁 지음 | 280쪽 | 중앙북스 | 1만3000원 | 난이도★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27가지 원리

주식 계좌를 트고,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깔고, 주식 입문서를 읽었다면 당신은 이제 막 회사에 들어간 신입 사원과 같다. 이론은 갖췄지만 실전 감각은 전무한 상태. 종목 선정, 매매 타이밍, 시장 대응, 마인드 컨트롤 등 시장에는 이론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무수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개인은 돈을 잃고 외국인은 돈을 버는 이유를 ‘개인은 호황을 사고, 외국인은 불황을 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가을에 열매를 거두는 법인데, 개인은 큰손들이 열매를 거둘 때 비로소 씨를 뿌리고 혹한의 겨울을 맞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해답은 ‘외국인이 살 때 같이 사고, 외국인보다 한 발 앞서 팔라’는 것이다.

이 책은 주식 입문서라기보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27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하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조언하는 전략서다. 도표나 그래프가 등장하지 않아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켐피스 지음 | 267쪽 | 한스미디어 | 1만4000원 | 난이도★★


주식투자 주가조작부터 배워라

2006년 LG가 방계인 구본호의 레드캡투어, 2007년 민주당 비례 대표로까지 뽑혔던 정국교의 H&T, 2007년 두산가 4세인 박중원의 뉴월코프, 2005년 10배의 가격 폭등을 기록했던 플래닛82, 2006년 다단계 업체 제이유 회원 3000명이 동원된 루보 등 희대의 주가조작 사건을 소설 형식을 빌려 생생하게 묘사한 책이다.

대개 신문 지면의 단편적인 기사만을 통해 알고 있던 사건의 흐름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탄생함으로써 일반인들은 드라마를 보듯 사건이 벌어지는 장면을 내부에서 들여다보듯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증권부 기자로 시작해 경찰과 검찰 출입 기자를 거치면서 희대의 주가조작 사건의 방대한 기록을 재료로 삼아 치밀하게 검토하고 창조력을 발휘해 먹기 쉬운 요리로 만들어 냈다. 실체 없는 주가 급등을 추종하다가는 반드시 피를 토하고 마는 결말을 맞이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안형영 지음 | 355쪽 | 미르북스 | 1만8000원 | 난이도★★


부채의 습격

2010년 2월 미국에서 출간된(한국엔 2010년 10월) 이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통화공급량을 늘린 뒤 경제성장과 고용에 변화를 주기까지는 보통 6~9개월이 걸린다.

그 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12~18개월이 걸린다. 2009년 전반기에 전 세계적인 대규모 통화량 증가가 일어났으니 18~27개월 후인 2010년 후반~2011년부터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진행되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다시 이 책을 읽으면 그 정확한 예측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또 “지금은 외관상 호경기일 뿐 섣불리 반등을 예측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2010년 2월에 말이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는 부채의 증가가 어떻게 경제적 파국으로 이어지는지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계 미국 이민자인 저자는 이미 한국은 가계 부채의 증가로 한국은행이 금리 정책을 효율적으로 쓰기 힘든 시점에 와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변동금리의 위험성을 깨닫고 고정금리 대출이 왜 좋은지 알게 될 것이다. 다만 저자의 예측과 달리 인플레이션은 2011년 8월 하락 장세에서 한풀 꺾이긴 했지만 그의 논거는 충분히 들어볼 만하다.

더글러스 김 지음 | 284쪽 | 길벗 | 1만3500원 | 난이도★★★


위기경제학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경제학자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2008년 금융 위기의 실체를 해부한 책으로 2010년 출간됐다. 올 8월 더블 딥 논란으로 국제 금융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책이다.

다만 그의 네임 밸류와 최근의 금융 위기로 다시 들춰 보긴 했지만 이 책은 2007~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등의 파생상품 부실에 초점을 두고 있어 최근의 위기에 대해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제목처럼 이 책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에서부터 1930년대 대공황 등 금융 위기의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위기의 공통적인 원인과 해결 방법을 분석한다. 책 안에서도 우울한 그의 전망은 그대로다. 책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에게는 다소 절망적일 수 있지만, 위기는 준비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법이므로 그의 주장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누리엘 루비니 지음 | 506쪽 | 청림출판 | 2만6000원 | 난이도★★★★


영화=주성철 씨네21 기자·공연=정세원 더 뮤지컬 기자·서적=우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