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빈 배다리술도가 대표

배다리막걸리라고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시던 막걸리로 유명하다. 1915년 이후 5대째 배다리술도가를 이어오고 있는 박상빈 대표는 그 내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박 전 대통령이 배다리술도가(당시 능곡양조장)의 막걸리를 처음 접한 것은 1966년 한양골프장에서 돌아오던 길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 3년 전인 1963년 행주산성 대첩비 준공식에서 처음 마신 바 있다. 당시 경호실에서 행사 1주일 전부터 술도가에서 합숙하며 막걸리 제조 과정을 감시했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리에 배다리막걸리가 각인된 것은 1966년이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과 주말마다 한양골프장에서 골프를 하고 돌아가던 길에 “막걸리나 마시러 가자”고 해서 찾아간 것이 삼송리의 한 실비집이었다.

당시 실비집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가 교회에서 돌아온 그의 아내가 뒤늦게 알아보고 놀라기도 했다. 이때 박 전 대통령이 “이 막걸리가 뭐냐?”고 물었고, 이 일이 있은 뒤 청와대 직원이 술도가를 찾아와 “각하가 당신네 막걸리가 맛있다고 하니 매주 갖다 달라”고 요청하게 됐다.
박정희 대통령의 막걸리, 맛보실래요?
건축가의 길 접고 5대째 전통 이어

당시 술도가에는 청와대에 납품하는 막걸리만을 위해 33㎡(10평)의 발효실을 마련했는데, 그 열쇠를 고양경찰서 정보과장이 관리했다. 그런데 한여름 높은 온도에 재료가 끓어올라 다 버리게 된 이후부터는 박 대표의 아버지인 박관원 전 대표에게도 열쇠를 줬다.

박 전 대통령은 전국을 순시할 때도 아이스박스에 배다리막걸리를 채워 다녔다. 말년에는 차지철 경호실장이 권하는 양주를 주로 마시고 막걸리는 입가심으로만 마셨다고 전해진다. 배다리막걸리는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1979년 10월 26일 아침에도 청와대에 서 말이 보내졌다.

배다리막걸리가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1998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소를 몰고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박정희 대통령이 마시던 막걸리를 갖다 달라”고 요청하면서였다. 배다리막걸리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만찬주(5개 막걸리 공동)로 쓰였다.

건축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원래 술도가를 맡을 생각이 없었다. 사양 산업이 되어가는 시장 분위기 때문인지 4대째 술도가를 맡았던 그의 아버지도 대를 이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아버지의 칠순 때 발간하려고 했던 회고록 초고를 읽으며 전통을 이어야겠다고 결심, 건축가의 길을 접고 2004년 술도가를 맡았다.

다행히 2008년 일본에서 시작된 막걸리 열풍으로 시장이 살아나면서 배다리막걸리도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9년에는 누보막걸리를 기획해 신세계백화점에서 보졸레누보 와인과 맞붙어 판매량에서 이기기도 했다.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한 박 대표의 의지는 올해 내놓은 천년초막걸리에서 결실을 봤다.

고양시에서 재배한 경기미와 특산품인 천년초(드라세나)로 빚은 웰빙 막걸리로 2011년 고양시 전국체전에서 건배주로 쓰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선인장 술 선호도가 높은 일본에서 관심이 많다. 살균 막걸리로 발전시켜 수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