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제도 속속 도입…근무 의욕 자극

맥주 등 술을 무료로 회사에서 마신다(EC나비).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면 가방을 사준다(소니). 때때로 아침까지 술 마시고 휴가를 낸다(모바일팩토리). 이불에서 나오기 싫으면 그대로 쉰다(apnfinda). 배꼽을 쳐다볼 정도로 1년에 하루는 꼭 무의미한 휴가를 간다(Datamine). 싫은 고객과는 거래하지 말라(나카자토스프링제작소). 신입 사원만으로 점포를 꾸린다(걸리버인터내셔널). 붐비는 가게는 만들지 않는다(니시마쓰야체인). 임원 교체는 강제적으로 한다(사이버에이전트). 일본에서 제일 길게 조례를 한다(오키나와교육출판). 오타쿠 사원을 일부러 뽑는다(니혼여행). 사내에 인연을 연결해 주는 신사를 운영한다(니혼쇼쿠켄HD). 전체 사원이 후계자를 육성한다(H&M). 5번째 자녀 출산에 축하금 500만 엔을 준다(소프트뱅크그룹).

꽤 독특한 사내 제도다. 해당 회사만의 거의 유일한 사내 제도다. 그런데 잘 찾아보면 이런 회사들은 또 있다. 히타치솔루션은 건강진단 결과에 따라 잔업, 심야 근무, 해외 출장을 관리한다. 진단 분석도 보통 수치보다 엄격하게 운영된다. 야자키소교는 신입 사원 예정자를 대상으로 엄격하고 가혹한 해외 경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이때 가족이나 현지 일본인과의 연락을 불허하고 또한 일본어와 자금도 사용할 수 없다. 직접 벌어 버티라는 의미다.

닛코트래블의 최종 면접은 고객의 몫이다. 상사와 사장의 개입을 원천 제거해 처음부터 고객 욕구를 중시하도록 했다. 롯카이테(六花亭)는 사내 한정의 일간신문 ‘로쿠와(六輪)’를 발행하는데 1년 365일 하루도 휴간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물론 전체 직원의 일상사와 개선 제안 등이 게재된다.

요즘 많은 일본 기업이 ‘사내 제도’에 주목한다. 거액의 경비 지출 없이 근무 의욕을 자극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타성적인 질타나 금전적인 보상만으로는 동기부여를 극대화할 수 없다는 그간의 경험칙에 근거한다.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분배·제어하는 일이 많지만 대개는 순간 성과에 그쳤다. 아니면 돈이 많이 들거나 기간이 길어져 낭패였다. 방법은 없을까. 그 힌트가 독특한 사내 제도다. 비용 대비 효과 만점의 장치 도구라는 호평은 이들 기업이 하나같이 불황 속에서 탁월한 기업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일본] 눈길 끄는 ‘독특한’ 사내 제도
‘비용 대비 효과 만점’ 인식 확산

사내 제도는 종류가 수없이 많다. 회사마다 장기간에 걸쳐 독특하게 채택·운영 중이기 때문에 목적·내용·대상 등이 제각각이다. 즉 기업 특수적인 추구 목적, 직장 환경과 아주 밀접하다. 다만 일정 부분 그룹화는 가능하다. 크게 보면 ▷경영 수법 ▷근무 방법 ▷복리후생 ▷인사제도 등으로 나뉜다.

경영 수법은 회사 가치와 철학을 독특한 자사만의 구조로 만들어 낸 제도다. 직원 등 기업의 경영 자원 배분 문제다. 싫은 거래처와는 거래를 끊거나 붐비는 점포를 만들지 않겠다는 형태다. 타 부서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불편하게 했을 때 벌금을 매기는 ‘통증 과금(課金)’ 제도와 정반대 취지의 ‘Will 장려’ 제도를 도입한 디스코 사례가 그렇다. 감동 창조를 내건 야마하발동기의 비경(秘境) 전문 영업부 설치도 경영 수법이다.

주력 제품인 오토바이로 전국 비경을 찾아다닐 고객을 위한 영업 자원의 집중 배치다. 근무 방법과 제도는 일반적인 사내 제도다. 어떻게 일하고 활력을 이끌어낼지의 고민 결과다. 매주 40개의 신제품 탄생 회의를 주재하는 아이리스오야마, 육아로 자리를 잠시 비울 엄마 직원의 업무를 대행해 줄 전문 스태프를 뽑는 시세이도의 ‘캥거루 스태프’ 제도, 낡은 집에서 판촉 회의를 해 고객의 니즈를 읽으려는 도큐한즈의 회의 시스템 등이 독특하다.

기발함의 극치는 복리후생 관련 제도다. 사내 적용 룰과 각종 설비 및 사회공헌(CSR), 사내 행사 등이 해당된다. 룰은 3개월을 1년으로 보고 결산·총회를 연 4회 실시해 연휴까지 설정한 링크앤드모티베이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영업 이전에 음악을 틀어주는 로손, 재해 때 전국 딜러에게 나눠줄 물을 확보해둔 도요타자동차 등이 유명하다. 사무실 옆에 탁아소를 설치한 시치진도호쿠, 본사를 고급 리조트로 꾸민 후쿠이보라, 살찐 사원의 다이어트를 위해 만보계 경쟁을 도입한 다니타 등도 눈길을 끈다.

인사제도와 관련된 사내 제도도 각양각색이다. 근무 방법, 노무관리, 인사 시스템, 표창 제도, 육아 지원, 임금 제도, 직원 교육, 채용 제도 등의 세부 항목을 커버한다. 직원의 우울증 대비 대책을 수립한 닛산부터 사장과 직원이 연 40회 대화하는 기린맥주, 애견과 함께 출퇴근하는 마스재팬, 단신 부임 절대 반대의 미쓰비시화학, 자녀 출산 이전부터 육아 지원에 나선 P&G재팬, 불임 치료 지원에 나선 추추안나 등의 지원 제도가 유명하다.


단순한 흉내만으로는 효과 기대 어려워

사내 제도는 단순한 흉내만으로 기대 효과를 누릴 수는 없다. 성공하자면 3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제도설치·운영에 대한 회사 전체의 공감·공유의식이다. 버려진 제도가 좀비처럼 잔존하면 회사 전체가 혈류 단절로 기능부전에 빠진다. 이 때문에 정확한 상황 인식이 먼저다. 회사·직원의 고민·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캐치한 후 이를 적용·체화하는 과정이다.

일례로 회사 목표와 개인 목표가 일치하면 사내·외의 커뮤니케이션은 저절로 탁월해지는 법이다. 마지막은 상식 파괴의 차별성이다. 대개 궤도 이탈이 심한 사내 제도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기발한 아이디어라면 사내·외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참여 의지도 덩달아 강화되게 마련이다. 극단적인 제도이지만 자사 실정과 니즈로부터 비롯됐다면 내발적인 기대 효과가 상당하다.

실제 저비용·고효율의 사내 제도는 3요소를 두루 갖췄다. 사내 제도 제안 단계부터 정확하고 명확한 입장 정리를 완성해 뒀다. 바람 흐름이 좋은 사내 소통을 통해 도출된 노사 양자의 제안 결과가 대부분 사내 제도로 설정됐다. 노사 거리를 좁히고 업적 향상에 성공한 사내 제도는 충실한 교육제도에서 출발한다. 현장의 의욕 향상 유도 조치다. 이 회사라면 개인적으로 할 것이라는 확신을 제공하는 교육과정 설치다. 회사가 개인을 지원하는 신뢰 제공이다. 위에서 아래를 챙겨준다는 믿음도 공통적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최고경영자(CEO)의 존재 역할이다. 권한·책임의 현장 일임으로 주체성을 부각시키고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자유로운 근무 형태를 제공하는 것도 공통분모다. 다만 대기업이면 비용·노력이 많이 드는 인사·임금 시스템 등 기반 제도의 변화 시도보다 복리후생 차원의 사내 제도를 활용하는 형태가 많다. 그만큼 신중하다. 반면 창업 업력이 짧고 기업 규모가 작다면 독특한 아이디어의 사내 제도가 많다. 날렵하기에 흡수력과 적응력이 빠른 게 특징이다.
[일본] 눈길 끄는 ‘독특한’ 사내 제도
카약의 특이 제도
월급, 주사위로 결정…‘회사는 재밌게 일하는 곳’


특이 제도로 가장 유명한 회사를 꼽는다면 단연 카약이다. 이 회사의 시스템·룰은 기발·독특·파격적인 사내 제도로 구성된다. ‘산과 바다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본사를 도쿄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세우고 일탈을 꿈꾸는 직원을 위해 ‘떠나는 지사’란 제도까지 뒀다. 근무 공간보다 중요한 건 근무 의욕이기 때문이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1년에 2~3개월 국내외 명소에 임시 사무실을 차린다.

‘24시간 놀고 24시간 일하기’의 실천이다. 압권은 ‘주사위 월급’이다. 월급 전날 모두 모여 주사위 숫자에 따라 월급 증가분을 정한다. 1~6까지니 깎일 일은 애초부터 없다. 6이 나오면 기본급에 0.06%를 곱해 준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회의 제도는 ‘양이 질을 낳는다’는 카약 스타일에 맞춰 상상력을 철저히 낭비하도록 한다. 집단 발상의 ‘브레인스토밍’이다. 단 상대방에 대한 긍정·인정이 원칙이다. 또 명함엔 자신의 얼굴 만화가 인쇄된다. 퇴직자를 위해서는 전직(前職) 명함과 추천장(스마일 월급 명세와 동료 추천장 등)을 선물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