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초혁신 기술


인류는 이용할 수 있는 물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구의 물의 총량은 14억 ㎦로 어마어마한 양이지만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담수량은 단 2.5%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 현상이 심화되고 지하수의 고갈 및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 공급량은 제한적인 반면 미래 물 수요는 인구의 증가, 산업화의 진전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용 가능한 담수의 감소와 물 수요의 증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물의 새로운 공급 방안으로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 시설과 사용한 물을 다시 쓰는 재이용 시설이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중동, 미국 서부, 호주, 스페인 등에서 담수 시설이 늘고 있으며 대도시 및 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재이용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싱가포르는 약 4조 원을 들여 싱가포르 도시 전체의 물을 재이용할 수 있는 대심도하수처리터널(DTS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GS건설이 시공한 전주 하수 처리시설.2004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작년 4월 끝마쳤다.
GS건설이 시공한 전주 하수 처리시설.2004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작년 4월 끝마쳤다.
멤브레인 시장 연 19.5% 성장

물 생산의 최적화 방법으로 멤브레인(수처리 여과막) 방식의 수처리가 부상하고 있다. 멤브레인 방식 수처리는 실온에서 물리적인 막을 사용해 물을 걸러내는 것이다. 이는 물을 끓이는 방식보다 효율적인 비용으로 담수 처리를 할 수 있으며 하수 재이용이나 오염원 제거 측면에서도 기존 방식에 비해 효과적이다.

사실 멤브레인 기술은 이미 20년 전 개발된 방식이지만 그동안 높은 제품 가격과 과도한 전기 소모량 등 경제적 효율이 낮아 시장 확산이 더뎠다. 하지만 제조 기술의 발달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2007년 멤브레인 시스템 시장은 61억 달러였으나 연평균 19.5%씩 성장하며 2016년에는 303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 산업 전체의 시장 성장률이 같은 기간 연평균 4.7%임을 감안하면 4배 이상 빠른 성장률이다.

마이크로 필터(MF), 울트라 필터(UF), 나노 필터(NF), 역삼투압 필터(RO) 등 멤브레인 종류별로 선도 기업은 차이가 있지만 각 영역에서 글로벌 톱 5의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다우·니토덴코·도레이·제너럴일렉트릭(GE)·지멘스·아사히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 기반의 글로벌 경쟁 시장이 된 물 산업에서 신흥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멤브레인 담수 분야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싱가포르 기업 하이플럭스는 이 시장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하이플럭스는 10년 전만 해도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벤처기업이었으나 싱가포르의 담수 플랜트 사업에 참여해 실력을 쌓고 중동·중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9년에는 GE컨소시엄을 누르고 세계 최대 담수 시설인 알제리 막타 담수 플랜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이플럭스의 사례는 국내 기업들에 큰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은 수십 년 이상의 기술 개발 역사를 갖고 있어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반 기술 역량을 효과적으로 응용해 수처리 시설에 적용하는 사업 실적을 쌓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LG전자가 수처리 사업을 차세대 먹을거리 사업으로 정하고 지난해 7월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손잡고 합작 법인을 설립, 대우엔텍을 인수한 바 있다. GS건설은 세계적 수처리 업체인 스페인 ‘이니마’를 인수해 종합 수처리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밖에 코오롱·웅진·SK·두산·제일모직·삼성전자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수처리 사업에 현재 뛰어들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