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헌의 리더의 스피치

대선을 앞두고 많은 의견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우리 사회 리더들이 크고 작은 해프닝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본인의 진심이야 어떻든 몇 개의 자극적인 키워드로 압축되는 고정화된 이미지에 리더들은 어쩌면 답답하고 화가 날지도 모른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리더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청중은 말하는 사람의 진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표현력을 본다는 것이다.

얼마 전 김성주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진생 쿠키’ 발언은 직접 몸으로 세계를 뛰면서 비즈니스를 개척해 온 그녀가 수동적이고 답답한 현실에 직격탄을 날리며 던진 조언이었다. 아이 보는 주부라도 인삼 과자를 구워 구글에 올리면 여기저기서 사려고 하니 제발 세상 탓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는 조언일 것이다.

이런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청중의 반응은 이렇다. “영어를 할 줄 알아야 뭐라도 올리지?”, “이게 사업이지 그냥 쿠키 굽는 일이 아니잖아?”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집안일만 하는 주부에게 이런 일들은 ‘큰 사고를 치는 일’이기에 김성주 위원장의 발언은 청중에게 뜬구름 같은 소리가 되는 것이다.

리더가 말할 때 유의할 사항 중의 하나는 저만치 높은 곳에서 청중에게 어서 올라오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리더가 내려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하고 싶은 리더라면 이른바 청중의 눈높이에서 ‘한 걸음씩 전진(Step by step)’하는 설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요 당신은 잘나서 그런 것도 하는데 난 이것밖에 안돼요”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리더의 설득이 너무 거창하게 시작됐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를 독려하고 싶었다면 “쿠키를 구워서 사진을 찍고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연습부터 하면서 세상과 만나려는 시도를 하세요”라고 제안하는 게 오히려 받아들이기가 쉽다. 리더의 말은 첫 번째로 상대의 눈높이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즉 청중이 발 딛고 올라설 정도의 목표부터 시작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리더의 스피치] ‘진생 쿠키’와 ‘생식기’를 위한 변명, 청중은 진심이 아닌 표현력을 본다
최근 이슈화된 황상민 연세대 교수의 ‘생식기’ 발언도 마찬가지다. 황 교수가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다시 보면 말의 의도는 이것이다. “우리가 여성성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겪은 여성성이거나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역할 혹은 아내의 역할을 하면서 그 여성적인 역할을 제대로 경험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외모가 아닌 역할에서 여성성을 인정받아야 여성 대통령의 의미가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단어 선택이 서툴렀다는 점이다. 굳이 ‘생식기’라는 단어가 아니라 ‘신체적 특징’이나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이 바람직했었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정확한 단어를 고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각 단어가 가진 이미지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무난하게 들을 수 있는 적절한 단어 선택도 스피치의 한 기술이다. 남성 리더들에게 달갑지는 않겠지만 ‘예쁜 단어’를 선정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퍼블릭 스피치엔 누군가를 폄훼하거나 희화화하는 표현을 삼가야 한다. 너무 자극적인 단어만 골라 한 사람의 의도를 과장하는 언론도 문제이지만 한 사회의 리더라면 이제 청중 앞에서 말할 때 자신의 말을 듣는 청중의 소리 없는 반응을 감지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남성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린다. 이는 기존 남성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자체가 여성보다 강하고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리더여, 매사에 신중하고 또 신중하라.
[리더의 스피치] ‘진생 쿠키’와 ‘생식기’를 위한 변명, 청중은 진심이 아닌 표현력을 본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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