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Ⅱ 구직자가 생각하는 외국계 기업

“유럽 한 바퀴!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17일 동안 찾지 마~”

한 외국계 기업 한국법인에 다니는 이가 카카오톡에 남긴 대화명이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좌절감을 느낄 토종 샐러리맨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가는가. 그래서 ‘이 맛에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취업준비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외국계 기업의 장점과 입사를 위한 조건을 캐물었다.
[외국계 기업] “네이티브 아니면 어림없을 거야…빵빵한 복지 제도 왕 부러워!”
대한민국 직장인의 절대다수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휴가 일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낸다. 업무에 치이고 눈치가 보여 주어진 휴가도 누리지 못하는 것.

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휴가를 비롯한 직원 복지에 관대한 경우가 많다. 아니, 화끈하다. 자기 계발, 건강 증진, 취미 활동, 재충전 등에 기꺼이 투자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하긴 마찬가지지만 이런 면모 때문에 외국계 기업은 ‘여유’라는 이미지를 띠곤 한다.

국내 최대 전자 상거래 사이트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우를 보자. 30일 안식 휴가, 가족기념일 휴가 등과 함께 직원들이 직접 원하는 복리 후생 항목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복리 후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녀 교육, 주택 자금, 건강 관련, 미래 보장 등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뭘 보고 뽑을까?

이렇듯 외국계 기업의 최대 장점으로 복지를 꼽는 경우가 많다. 정확하면서도 유연한 근무 시간과 푸짐한 휴가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외국계 기업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04명의 응답자 가운데 41.9%인 211명이 ‘복지’를 첫손에 꼽았다. 이는 지난해 응답률인 38.9%를 웃도는 수준이다. 복지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응답자의 19%는 ‘해외 근무 기회’를 꼽았다. 말 그대로 세계를 무대로 뛰고 싶은 이들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또 17.5%는 ‘서구식 기업 문화’를 들었다. 합리적인 보수 산정과 명확한 업무 체계, 권위를 탈피한 상하 관계, 확실한 공사(公私) 구분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라는 한국 문화 특유의 끈끈한 인간관계 대신 다소 냉정하지만 깔끔한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이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밖에 ‘연봉(능력에 따른 보상)’(15.1%), ‘기업 인지도(브랜드 가치)’(6.2%)도 꽤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외국계 기업 입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지원자들은 역시 ‘어학 능력’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지난해 60.5%를 얻었던 ‘어학 능력’은 올해 62.5%로 더 높아졌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어학이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또 ‘인턴십 등 관련 직무 경험’(14.7%), ‘해외생활(학업·직장) 경험’(14.3%)이 비슷한 비율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일반적으로 ‘스펙’이라 불리는 출신 학교(2.6%), 직무 관련 자격증(2.4%), 전공 및 학점(2.2%), 봉사활동 경험(1%) 등은 비교적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남다른 시선으로 인재를 뽑듯이, 취업준비생들 역시 국내 기업과는 다른 기준으로 외국계 기업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글 박수진 기자│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