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25개 동 밀집…‘67억 원’아파트의 경쟁률이 69 대 1

‘마천루 도시’ 해운대의 비밀
해운대가 달라졌다. 초고층 빌딩 숲이 장관을 이룬다. 집값은 고공 행진 중이고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분양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공급과잉 우려도 나오지만 오히려 곳곳에서 대박 소식이 들린다. 심지어 최근 분양에 나선 ‘엘시티 더샵’은 3.3㎡당 7200만 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청약 경쟁률은 평균 17.2 대 1, 최고 경쟁률은 68.5 대 1에 달하며 1순위에서 청약 접수를 마무리했다. ‘마천루 신화’를 쓰고 있는 해운대를 직접 찾았다.

글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모습입니다. 하얀 백사장 뒤로 높은 빌딩들이 우뚝 서 있습니다. 그냥 빌딩도 아닌 초고층 빌딩들이 숲을 이루는 그 모습은 마치 해외 관광지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입니다.”

택시 운전사 조모(59) 씨가 해운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60년 가까이 거주해 온 그야말로 부산 토박이다. 부산역에서 조 씨의 택시를 타고 30여 분(16.6km)을 달려 광안대교를 건너자 그 옆으로 넓은 백사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해운대다. 그의 말처럼 백사장 뒤쪽으로 높이 솟은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즈넉한 어촌 마을이 아닌 초고층 마천루가 즐비한 부촌의 모습이었다.

‘초고층 건축물’은 층수가 50층 이상 또는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 관리에 관한 특별법). 부산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초고층 빌딩은 총 95개 동이다. 그중 부산에 28개 동이 집중돼 있고 해운대에만 무려 25개 동이 솟아 있다. 서울시 전체 초고층 빌딩의 수가 19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더샵 센텀스타’로 시작된 신화

해운대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해운대 첫째 마천루는 포스코건설이 2002년 분양한 ‘더샵 센텀스타’였다. 당시 건축업 후발 주자였던 포스코건설은 ‘더샵’ 브랜드를 론칭하고 부산시 수영만에 더샵 센텀파크(3750가구, 51층)를 선보여 분양에 성공했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8 대 1이었다. 탄력을 받은 포스코건설은 2003년 48층 높이의 ‘해운대 아델리스(510가구, 48층)’, 2004년 해운대 최초의 초고층 빌딩 ‘더샵 센텀스타(848가구, 60층)’를 선보였다. 해운대 인근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더샵 센텀파크’ 84㎡는 최초 분양가 대비 3억 원 이상 상승한 5억 원, ‘더샵 센텀스타’ 98㎡는 분양가 대비 1억3000만 원 오른 4억3000만 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이 마천루 바통을 이어 받았다. 현대산업개발의 ‘해운대 아이파크’와 두산건설의 ‘해운대 위브더제니스’는 2007년 1월 나란히 분양에 나섰다. 해운대 아이파크는 72층(292m), 해운대 위브더제니스는 80층(301m) 높이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특히 두 곳은 초고가 분양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운대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987만 원, 펜트하우스는 4500만 원에 달했다. 해운대 위브더제니스의 분양가 역시 3.3㎡당 평균 2293만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결과는 다소 엇갈렸다. 해운대 아이파크는 청약률 2.79 대 1, 초기 계약률 48%를 기록한 뒤 2010년 입주 전 완판에 성공했다. 당시 해운대 아이파크의 분양 등을 주도한 박창민 영업본부장은 2011년 3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건설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운대 아이파크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신경을 많이 썼던 사업지였다”면서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박 본부장이 사장으로 발탁된 데에는 해운대 아이파크 분양 성공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해운대 위브더제니스는 현재까지도 펜트하우스 등 일부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조망권 차이가 이 같은 결과를 가져 왔다고 입을 모은다. 두 빌딩이 나란히 서 있는 가운데 아이파크가 위브더제니스의 시야를 가리다 보니 위브더제니스의 저층은 투자 가치 및 실거주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같은 시기, 비슷한 가격에 분양된 가운데 조망권이 좋은 아이파크로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2007년 해운대 위브더제니스 분양에 실패한 두산건설은 2009년 일산 위브더제니스마저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아직까지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초기에는 아이파크보다 관심을 적게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입주 후에는 오히려 저층 작은 평형을 필두로 반응이 더 좋았다”면서 “현재 분양이 거의 다 완료된 상태로 실패한 사업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해운대 아이파크와 해운대 위브더제니스의 높은 분양가다.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은 왜 그렇게 분양가를 높게 측정했을까. 이에 대해선 앞서 2007년 해운대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대우월드마크센텀(37층, 496가구)’의 성공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월드마크센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764만 원이었다. 3.3㎡당 900만 원대였던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도 파격적인 고분양가였지만 분양은 성공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눈치를 보던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이 월드마크센텀의 성공 소식에 안심하고 가격을 더 높였던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운대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당시 월드마크센텀은 생활 기반 시설들이 밀집해 해운대의 중심지로 꼽히는 센텀역과 바로 연결돼 뛰어난 입지를 자랑했다”며 “해운대 아이파크와 위브더제니스에 거주해도 센텀역 생활권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동해야 하는데 가격은 더 비싸다는 것이 함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해운대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해운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최근 1년 동안 8.5%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약 4% 오른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집값 상승률이다. 명실상부한 ‘부산의 강남’으로 거듭난 해운대다.
최근 해운대가 또 다른 마천루 신화를 썼다. 10월 14일 분양된 부산 해운대구 주상복합 아파트 ‘엘시티 더샵’이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전용면적 320㎡ 엘시티 더샵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3.3㎡당 7002만 원에 달했다. 67억6000만 원짜리 아파트다. 엘시티 더샵 전체 평균 분양가도 3.3㎡당 2730만 원으로 부산 지역 최고가를 기록했다.

불티나게 팔린 ‘67억 원’ 아파트
‘마천루 도시’ 해운대의 비밀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역대 최고가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렸다는 사실이다. 엘시티 더샵은 839가구 모집에 무려 1만4450명이 몰리며 평균 17.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 1순위 당해 지역에서 완판됐다. 최고 경쟁률은 68.5 대 1에 달했다.

계약률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10월 28일 계약 첫날 이미 50%를 넘는 계약률을 기록하고 30일 계약률 70%를 달성했다. 이후 예비 당첨자 170명과 3순위 예약자 2600여 명과의 계약을 통해 현재 93% 정도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송지영 (주)엘시티 광고홍보본부 이사는 “사실상 완판됐다”면서 “엘시티의 상품성에 더샵의 브랜드 가치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옛 한국콘도와 주변 부지 6만5934㎡에 들어서는 엘시티 더샵은 101층, 411.6m 높이의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 동(A동 339.1m, B동 333.1m)으로 조성된다. 3개 동 중 가장 높은 랜드마크타워에는 롯데호텔이 운영 예정인 6성급 관광호텔과 장기 투숙이 가능한 레지던스호텔, 파노라마 전망대 등이 들어선다. 또 85층 주거타워 2개 동에는 전용면적 144㎡, 161㎡, 186㎡ 각 292가구와 244㎡의 펜트하우스 6가구 등 총 882가구가 조성된다. 3개 타워 하단부 포디움에는 실내외 워터파크와 쇼핑몰을 포함한 각종 관광·상업 시설이 들어선다.

엘시티 더샵의 가장 큰 장점은 입지 여건이다. 엘시티 더샵은 백사장과 바로 접해 있는 이른바 ‘비치 프런트(Beach-front)’ 주거지로 통한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주민 박모(43·여)씨는 “국내에서는 그동안 백사장과 바로 맞닿아 있는 주거 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백사장 조망권을 갖는 비치 프런트 아파트가 바다 조망권만 갖는 베이 프런트 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분양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올 초부터 분양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해운대 아이파크와 두산 위브더제니스 입주민들의 갈아타기 시점과도 맞아떨어졌다는 것. 아이파크와 위브더제니스는 2011년 입주했고 엘시티 더샵의 입주 예정일은 2019년이다. 1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만큼 갈아타기를 고려하는 입주민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브더제니스의 실거래 가격은 3.3㎡당 2144만 원으로 3.3㎡당 평균 2700만 원인 엘시티 더샵에 대한 가격 거부감도 크지 않다. 실제로 엘시티 더샵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실거주자들의 청약 비중이 컸고 그중에서도 아이파크와 위브더제니스에서 갈아타기 한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천루 도시’ 해운대의 비밀

해운대는 포스코건설의 자존심

마지막으로 해운대에서 포스코건설과 더샵의 브랜드 파워를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7월 사업비 2조7000억 원 규모의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 개발 사업’의 시행사 (주)엘시티PFV와 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시공사 선정에는 대림산업과 롯데건설도 참여해 치열한 삼파전을 펼쳤다. 단순히 2015년 건설사 도급 순위만 놓고 보면 포스코건설(4위)이 대림산업(6위)과 롯데건설(7위)에 근소하게 앞선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로 따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급 이미지를 탄탄히 다져온 대림산업의 ‘e편한 세상’과 롯데건설의 ‘롯데캐슬’은 서울·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톱클래스’급 브랜드로 거듭나며 포스코건설의 ‘더샵’보다 선호도가 높다.

변수는 바로 해운대였다. 해운대에서의 ‘더샵’은 다른 지역에서의 그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부산 지역에서만 1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며 지역에서 브랜드 입지를 굳혀 왔다.

특히 부산 지역에서는 소비자 만족도 부문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경쟁사보다 높은 공사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엘시티PFV의 한 관계자는 “대림건설의 ‘e편한 세상’은 너무 대중적이라고 판단돼 일찌감치 경쟁 구도에서 밀려났고 사실상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의 진검 승부였다”면서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에 조성될 관광호텔을 롯데호텔이 운영할 예정인 만큼 롯데건설이 시공하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고 롯데자이언츠 야구단을 통한 인지도도 높았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 다수의 사건·사고가 잇달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포스코건설은 지난 10월 15일 착공식을 갖고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준공 예정일은 2019년 11월이다.


[인터뷰] 박희도 엘시티 사업단 현장소장

“탁월한 기술력으로 자존심 지킬 것”

‘마천루 도시’ 해운대의 비밀
해운대 엘시티 더샵 공사 현장을 11월 10일 찾았다. 압도적인 규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총면적은 무려 66만1138㎡로 63스퀘어의 2.8배에 달한다. 공사 현장에서는 200여 명의 인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2019년 101층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 해운대 마천루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사업단까지 구성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전체 조직에서 사업단은 ‘브라질 CSP 사업단’을 포함해 단 2개뿐이다. 박희도 엘시티 사업단 현장소장을 만났다.

현재 공사 진행 단계는 어느 정도인가.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주거타워 1개 동은 본격적인 건축 공사에 돌입했고 나머지 주거타워 1개 동은 아직 터파기 작업 중이다. 지난 10월 15일 착공식을 가진 엘시티 더샵의 준공 예정일은 2019년 11월이다.”

포스코건설의 초고층 기술력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포스코건설은 국내에서 초고층 건물 시공 경험이 가장 많다. 2014년 7월 준공한 송도 동북아무역센터(305m)를 비롯해 초고층 건물 시공 실적이 8건이나 된다. 또한 초고층 분야별 전문 인력만 200명 이상이며 초고층 분야 관련 특허가 86건, 신기술이 5건으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기술 개발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엘시티 공사에 적용되는 초고층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먼저 초고층 건물을 시공할 때는 반드시 강풍과 지진에 대비해 시공하는데, 엘시티는 초속 40m 이상의 강풍과 6.5의 리히터 규모에도 견딜 수 있도록 층 중간중간에 ‘RC 아웃리거 벨트 월(건물의 횡력 저항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물)’ 공법이 적용된다. 바닷가 바로 앞에 지어지는 엘시티의 특성을 고려해 해안 지역 건축물에 날아드는 염분량에 따라 최적의 외장재를 선정하는 시스템과 신개념 강재 부식 방지 공법도 도입한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송도가 포스코의 미래라면 해운대는 포스코의 자존심이다. 지난 15년간 초고층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해운대 1등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