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로 환골탈태…현대차의 도전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가 공식 출범했다. 현대자동차는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정의선 부회장, 양웅철 부회장,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비롯한 회사 주요 임직원과 국내외 언론인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제네시스의 론칭을 선언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현대’ 브랜드 간 강력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방침이다. 브랜드 명칭은 성능·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진보와 혁신을 지속해 고급차의 신기원을 열겠다는 의미에서 ‘제네시스’로 결정했다.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 중심의 진보(Human-centered Luxury)’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예측과 연구를 통해 기술 그 이상의 혁신으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인간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는 ▷안전·편의·커넥티비티(연결성) 기반의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 등 ‘4대 핵심 속성’을 통해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할 계획이다. 남들의 시선에 따라 자신의 품격을 결정하지 않는 최근 고급차 시장의 뉴 럭셔리 고객 성향을 고려한 것이다.

향후 5년간 4종의 신규 모델 추가
‘인간 중심의 진보’를 직접적으로 보여 줄 제네시스 브랜드의 제품 라인업은 2020년까지 6종으로 구성된다.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대형 럭셔리 세단인 기존 2세대 제네시스 차량과 12월 출시 예정인 초대형 럭셔리 세단으로 시작하지만 향후 5년 동안 4종의 신규 개발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새롭게 개발될 모델은 중형 럭셔리 세단, 대형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이다. 먼저 중형 럭셔리 세단은 후륜구동 기반의 플랫폼을 적용하며 2017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2020년까지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차종마다 별도의 차명을 갖고 있는 현대 브랜드와 달리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새로운 글로벌 차명 체계를 도입한다. 신규 차명 체계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알파벳 ‘G’와 차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숫자’가 조합된 방식을 활용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은 ‘G90(지 나인티)’, 대형 럭셔리 세단인 기존 2세대 제네시스는 ‘G80(지 에이티)’, 2017년 하반기에 출시할 중형 럭셔리 세단은 ‘G70(지 세븐티)’로 이름 지었다. 앞으로 나올 중·대형 럭셔리 SUV와 고급 스포츠형 쿠페 등의 차량에도 이 같은 ‘G’를 기반으로 한 알파뉴메릭(문자+숫자) 방식의 차명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새로운 차명 체계는 국가별·지역별로 차량 출시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해당 지역에서의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시점에 맞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대형 럭셔리 세단인 기존 2세대 제네시스 차량은 앞으로 있을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 시점에 맞춰 국가별·지역별로 ‘G80’로 변경할 예정이다. 또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고객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일관성을 강조하기 위해 2세대 제네시스 차량에 적용했던 ‘윙 타입(날개 모양) 엠블럼’을 기반으로 고급감과 시인성을 개선한 ‘신규 윙 타입 엠블럼’을 적용한다.
'제네시스'로 환골탈태…현대차의 도전
2004년부터 론칭 검토
제네시스는 새롭게 출범한 브랜드로서 고객들의 가장 냉정한 검증을 받게 될 상품 경쟁력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핵심적인 상품 차별화 요소는 차량 운행 시 운전자의 위험을 최소화해 주는 지능형 안전,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직관적 편의 기술, 단절이 없는 통신의 커넥티비티 등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과 후륜구동 등의 고급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구현한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이다.
여기에 기존 현대차의 강점인 품질, 정숙성, 후석 컴포트(편안함), 충돌 안전성 등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주행 성능, 고급감, 혁신 기술 등 고급차의 필수 요소는 기본기로서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보다 강조하는 디자인 차별화는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은 2017년 하반기에 출시하는 중형 럭셔리 세단에 부분적으로 반영되며 이후에 나오는 신규 차량들을 통해 본격 구현된다.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이와 관련해 “현대와 제네시스 두 브랜드의 디자인 역량 강화 차원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를 영입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현대차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크 동커볼케는 1990년 푸조 자동차 디자이너로 시작해 1992년부터 아우디·람보르기니·세아트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고 2012년부터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로 재직해 왔다.
사실 현대차는 2004년 1세대 제네시스 차량 개발 시점부터 차량이 출시되는 2008년을 목표로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복수의 라인업 확보가 필수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브랜드를 론칭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 10여 년간 소재·설계·시험·파워트레인·전자·디자인 등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위한 내부 역량 축적에 주력했다. 특히 글로벌 주요 자동차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개발·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초 소재 단계부터 차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에 따라 차체 강성, 주행 성능, 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전 부문의 혁신과 진보는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글로벌 명차 ‘2세대 제네시스’ 탄생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13년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는 탄탄한 뼈대를 바탕으로 5대 기본 성능(동력 성능, 안전성, 승차감 및 핸들링, 정숙성, 내구성)과 디자인을 글로벌 명차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미 연구·개발과 디자인 부문의 전담 조직 구성을 마쳤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집중하면서도 현대자동차 전체에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도록 전담 조직과 프로세스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현대차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