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는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심사에서 소공동 면세점 수성에 성공했지만 잠실 월드타워점에선 고배를 마셨다. 호텔롯데는 현재 국내에서 시내 5개(서울 3개, 부산·제주 각1개), 공항(인천·김포) 2개를 포함해 총 7개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점 점포별 매출액은 소공점이 1조9763억 원, 월드타워점 4820억 원, 코엑스점 1732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월드타워점은 소공점의 4분의 1 규모이며 호텔롯데 전체 매출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고객을 통해 유입되는 백화점 트래픽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월드타워점이 소공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면세점이 매출 85% 차지
호텔롯데는 이번 월드타워점 영업권 상실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상장,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 KDB대우증권 등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하고 현재 2차 실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 투자 업계에선 경쟁 업체인 호텔신라의 주가수익률(PER) 기준으로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를 대략 12조 원대로 추산한다. PER는 주가가 주당이익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공모가를 결정할 때 상대 가치 평가 방법으로 주로 사용한다.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 12조 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을 같은 기간 호텔신라의 PER(11월 17일 종가 기준)를 적용해 계산된 시가총액을 평균으로 나눈 금액이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48억 원으로 여기에 호텔신라 PER 48배를 적용하면 기업 가치는 8조8170억 원이 나오고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1138억 원에 PER 126배를 적용하면 19조956억 원으로 매겨진다. 이를 다시 산술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14조 원이 되는 것.
하지만 이번 월드타워점 탈락으로 영업이익 감소액을 감안하면 추산된 14조 원에 12%의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 할인율은 지난해 호텔롯데 전체 영업이익에서 월드타워점이 차지하는 비율로, 할인율을 적용하면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는 약 12조3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줄어든 기업 가치 만큼 공모가 역시 낮아질 전망이다. 공모가가 낮게 책정된다면 호텔롯데는 지배 구조 개선에 필요한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호텔롯데는 현재 롯데제과(3.21%)·롯데쇼핑(8.83%)·롯데칠성음료(5.92%)·롯데케미칼(12.68%)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번 IPO에서 얻게 될 자금은 향후 그룹의 복잡한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순환 출자 구조를 개선하려면 호텔롯데는 자회사의 최소 지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합병 이전 지주회사 자회사의 손자회사 외에는 계열사의 주식 취득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투자 업계에선 최소 2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비상장사 인수까지 고려한다면 소요 자금 규모는 7조~9조 원대까지 커진다.
한편 호텔롯데의 지분 0.55%를 보유한 부산롯데호텔은 2014년 감사 보고서 주석에서 호텔롯데의 주식 가치를 주당 14만8512원으로 평가했다. 이를 기준으로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를 매긴다면 7조6000억 원(주가×총발행 주식 수) 정도다. 여기에 다시 12% 할인율을 적용하면 기업 가치는 대략 6조7000억 원으로 재평가된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IPO가 롯데그룹 차원을 넘어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는 현재 국내 비상장 상태로 남아 있는 기업 중에는 기업 가치가 가장 커 주식시장 활성화 등과 같은 거시정책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영향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비상장사 중 최대어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주주는 일본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최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19.07%의 지분율을 갖고 있다. 뒤를 이어 일본 주식회사 L의 제4 투자회사와 제9 투자회사가 각각 15.63%, 10.41%씩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일본 광윤사 5%를 비롯해 일본 주식회사 L이 소유하고 있어 일본 기업의 지분율은 무려 99.4%다.
호텔롯데는 매년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거듭했다. 부문별 매출 비율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85%로 압도적인 가운데 국내 면세점 시장은 해를 거듭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7조9030억 원으로 집계됐고 올해는 9조167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나머지 부문별 매출은 호텔과 롯데월드가 각각 10%, 4%씩 매출에 기여했고 리조트 및 골프장은 1%다.
호텔롯데의 2011년 매출액은 2조9670억 원으로 집계돼 직전 연도 대비 26%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전년에 비해 17%, 10% 뛴 3조4810억 원과 3조827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고성장은 지난해에도 이어져 4조7160억 원을 기록하며 23%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올해 매출액은 5조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일각에선 매출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과실은 고스란히 일본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총 255억 원을 배당했다. 이 중 부산롯데호텔에 대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254억 원을 일본 주주들이 챙겨갔다.
롯데가 호텔롯데의 IPO를 결정한 것도 이런 시각을 불식하고 복잡한 순환 출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롯데의 계획대로 차질 없이 IPO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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