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호동 기반으로 4개점 성공
안녕식당의 심정철 대표는 2009년 길동에 처음으로 이자카야 ‘안녕’을 창업했다. 이후 2012년 천호동에 이자카야 안녕 2호점을 오픈했다. 2015년 안녕식당을 오픈하며, 현재 이자카야 안녕 2호점은 심 대표의 지인이 운영 중이다. 이 외에 건대에도 이자카야 안녕 점포가 하나 더 있다. ‘안녕’이라는 이름이 붙은 점포만 벌써 4개다. 이 ‘안녕 시리즈’ 식당 중 3개가 강동구에 위치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독특한 소품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할아버지 세대가 썼을 법한 괘종시계가 정겨운 태엽 소리를 내고 일력달력은 가게 전반에 복고풍을 자아낸다. 바 형식의 테이블 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피규어와 도자기 인형이 가득하다. 특별 시즌 한정 판매품이거나 오래된 골동품이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도 제법 많다. 심 대표는 “가게 오픈을 위해 급하게 모은 물건들이 아니다”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동대문 도깨비 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모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품뿐 아니라 조명도 특이하다. 안녕식당 내 모든 조명은 심 대표가 직접 디자인하고 설치했다. 전구 주변에 옷 라벨 수십 개를 매달아 만든 것부터 애플 CF를 보고 따라 만들었다는 것까지 개성이 넘친다. 심 대표는 “뮤직비디오나 CF를 보면서 조명을 연구한다”며 “조명은 직접 제작하고 각 조명마다 조광기를 달아 수동으로 하나하나 적당한 조도를 조정한다”고 말했다.
물론 밥집인 만큼 음식 맛은 기본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포인트가 있다. 음식 하나를 담아내더라도 ‘플레이팅(음식을 예쁘게 담아내는 것)’에 유독 신경을 쓴다. ‘보기도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대부분 7000~8000원 수준. 그럼에도 접시에 담아 나온 음식만 보면 고급 일식집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손님들이 ‘이 가격에 어떻게 이런 음식이 나오지’란 생각이 들면 성공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독특한 소품과 분위기 잡는 조명, 그리고 고급스러운 플레이팅. 이 세 가지의 조합이 바로 ‘안녕 시리즈’의 성공과 일맥상통한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자연스레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독특한 소품은 기록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여기에 조명까지 뒷받침 되니 셀카를 포함한 사진 촬영에 최적의 조건이 완성된 셈이다. 실제로 가게 안에는 여기저기에서 휴대폰을 꺼내 가게 ‘셀카’ 찍기에 열중하고 있는 손님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이 공간을 단순히 식사만 하고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멋을 소비하도록 만들고싶다”는 심 대표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SNS 마케팅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심 대표는 “어느 날 지인이 전화해서는 엄마들 카페에 ‘안녕식당’이 이슈라는 얘기를 해준 적도 있다”며 “손님들이 직접 홍보를 해주니 빠른 속도로 고객이 늘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오늘 뭐 먹지’ 페이지에 포스팅이라도 되는 날에는 강동구 거주민뿐 아니라 외지에서 일부러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도 부쩍 늘어난다.
심 대표는 “지금도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인테리어 잡지나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인상적인 것들을 메모하고 이를 냉장고에 늘 붙여둔다”고 말한다. 이 메모들이 바로 심 대표가 공간을 꾸미거나 메뉴를 개발하고 음식을 플레이팅 할 때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얻으며 현재 매출은 안녕 식당 한 곳에서만 월 6000만 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인근 거주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호역 상권에서도 상당히 높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그는 “요즘은 SNS가 워낙 잘 발달돼 있어서 개성 있는 가게들은 입지 조건과 관계없이 고객들이 먼저 알아봐준다”고 말했다.
강여름 인턴기자 summe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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