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의 음식점부터 숨겨진 보물 같은 카페, 은빛 바다 위를 뛰노는 돌고래 스폿과 초록빛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무료 산책로까지. 유명 관광지 대신 현지인 추천 스폿에서 저렴하게 먹고 즐기는 방법이 있다.
지금 제주는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지로 발길을 돌린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며 범도민적인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다시 찾고 싶은 특별한 제주’로 옵서예. 제주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 굶주린 배를 쥐고 찾은 이곳은 제주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해초류 모자반을 넣고 끓인 몸국 맛집이다.
모자반이란 용어조차 낯선 이에게 몸국은 생경한 음식이었다. 처음 받아들었을 땐 미역이나 다시마와 비슷하지만 더 가는 줄기와 잎들이 가득 떠 있는 게 영 미심쩍었다. 휘휘 저어 한입 뜨자 입안에서 톡톡하게 씹히는 식감이 독특했다. 약간의 탄력감에 씹을 때마다 바다의 신선함이 살아나는 듯했다. 국물 속에서 늘어져 있던 해조류들은 입안에서 살아나는 듯 식감을 자랑했다. 씹는 맛의 재미를 느끼는 사이에 뚝배기 속 깊고 진한 국물이 혀끝을 감싸며 고소함이 퍼졌다.
“돼지고기 육수예요.” 도민의 말에 눈이 커졌다. 해조류에 돼지고기 육수라니. 육지와 바다의 이상한 조합은 한 술 두 술 자꾸만 숟가락이 가게 되는 매력이다.
제주 바다와 땅이 만들어낸 푸근한 어울림. 몸국은 제주도의 향토 음식으로 돼지고기를 삶으면서 생긴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국이다. 원래 잔칫날에나 먹던 것으로 제주도 음식 중 유일한 탕류라고 한다. 제주에는 유명 몸국 맛집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곳 ‘김희선제주몸국’은 제주도가 직접 선정한 ‘착한가격업소’다. 착한가격업소는 저렴한 가격, 청결한 가게 운영, 기분 좋은 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는 우수 업소다. 정부나 지자체가 선정한 착한가격업소에는 ‘착한가격’이라는 표찰이나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곳 현판에도 착한가격업소가 눈에 띄었다. 도의 인증답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몸국 한상차림이 단돈 9000원.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무생채를 올려주는 고등어구이는 1만2000원인데, 원재료값 하락으로 가격도 1만원으로 내렸다. 원재료값 인상에 가격을 올린다는 안내판만 수없이 봤는데 가격 인하는 이곳에서 처음 봤다. 꿀팁 하나, 만약 성명이 김희선이라면 이곳은 반드시 가야 하는 필수코스다. 동명이인에 한해 고등어구이가 무료다. 맛과 멋도 잡았다. 가게에서 용담해안도로와 비행기 포토 스폿이 도보로 2분이다.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레저의 시간으로 떠나보자. 국내에서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남방큰돌고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통한다. 제주 연안에만 현재 120여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형상 큰돌고래와 매우 비슷해 혼동하기 쉬우나 체형이 더 날렵하고 부리가 길며 복부에 반점이 있다. ‘돌고래 스폿’으로 유명한 곳은 제주에서도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서쪽의 노을해안로다. 대정서초등학교부터 신도포구까지 노을해안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거나 방파제 부근 쉼터에 정착해 돗자리를 깔고 앉아도 은빛 파도를 헤엄치며 뛰노는 남방큰돌고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도민에 따르면 10번 중 10번을 다 봤다고 하지만 시간 여유가 없는 관광객이라면 열에 여덟 번 정도라고 하니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좋다.
해 질 녘이 다가오는 오후 4시쯤에는 ‘퇴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으니 오전·오후대에 ‘제돌이’를 만나러 가자. 만나면 만나서 반갑고 못 만나도 바다를 오래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그러다 문득 만난 돌고래, 그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눈을 뗄 수가 없을 것이다. 육지에서 만나는 돌고래도 황홀하지만 만약 조금 더 비용을 내고 바다 위에서 돌고래를 만나고 싶다면 요트투어도 있다. 이땐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의 안전을 위해 운항 수칙을 준수하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M1971 에코투어는 해양수산부의 남방큰돌고래 관찰 가이드를 준수하면서 높은 확률로 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 노을과 바다, 파도 위의 스릴은 덤이다. 럭셔리한 요트에서의 70분, 온라인 예약 시 성인 기준 4만8000원이다. 바닷바람을 맞고 나면 어째선지 더 허기가 진다. 이럴 땐 고기 한 점에 소주 한잔이 제격. 서귀포시에 위치한 동호갈비집은 쉴새없이 밀려드는 손님에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찐’ 도민 맛집인데 가격표에 그 비밀이 있다. “생갈비 1인분에 300g, 2만2000원” 서울에서 고깃집을 다닌 이라면 놀랄 노자의 그램 수다. 2023년 7월 제주시에서 공식지정한 착한가격업소인 이곳은 원래 통문어 매운 갈비찜이 유명하다. 45년 경력의 메인 주방장의 손맛에 부산 단골도 있을 정도. 갈비찜을 먹으러 왔다가 “뭔데 저렇게 저렴해” 하며 주문하는 게 바로 생갈비라고. 이벤트 가격으로 내놨다가 지난해 착한가격업소에 선정되면서 울며겨자먹기(?)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육즙 가득한 생갈비에 제주에서만 찍어 먹는 ‘멜젓’은 고기맛을 더 깊게, 더 풍부하게 만든다. 불판 위 마늘과 양파만 올렸다면 하수. 멜젓엔 고추를 송송 썰어 불판 위에 지글지글 끓이고 고사리를 불판에 함께 구워 고기와 곁들이면 천상의 맛이 따로 없다. 300g 양이 솔찬히 많아 배가 부르지만 남은 생갈비와 고사리를 잘게 잘라 만든 볶음밥은 필수다. 현재 도내 착한가격업소는 총 310개소다. 도는 올해 상반기에 착한가격업소 62개소를 신규 선정했고 하반기에도 신규 업소를 선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제주 맛집을 찾기 위해 SNS를 하루 종일 뒤적였다면 이제 그런 수고는 덜어도 좋다. 제주시청 누리집에서 ‘착한가격업소’를 검색하면 된다. 정부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에는 ‘착한가격’이라는 표찰이나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네이버 지도나 티맵, 카카오맵에서도 착한가격업소를 검색하면 인근의 착한가격업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곳보다 도민이 즐겨 찾는 숨은 맛집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천혜의 자연 제주에서는 애월 바다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빛 바다 풍경을 보는 것도 꿈같은 일이지만 잘 꾸며놓은 관광지도 색다른 제주의 맛을 보여준다. 제주시 서귀포에 위치한 ‘숨도’(옛 귤림성)는 관광에 이골이 난 여행 기자들도 단번에 사랑에 빠질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70%를 기대했다면 120%의 만족을 주는 곳. 제주만이 가진 천혜의 자원 현무암, 바닷내음과 귤나무의 향이 뒤섞인 제주의 바람, 남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귤나무와 희귀한 식물까지. 제주의 자연을 나누고자 사비를 털어 숨도를 운영하는 민명원 회장은 1만여 평의 대지에 제주의 야생화를 심고 석부작을 조성했다. 입구부터 귤나무가 반기는 이곳엔 최근 제주 관광지 곳곳에 조성된 ‘핑크뮬리’는 보이지 않는다. 제주의 야생화가 좋아 일부러 심지 않았다는 그는 대신에 제주 자연석 현무암 위에 야생초를 착근시킨 석부작을 실내 온실 가득히 진열했다. 이 석부작만 관리하는 이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애착이 크다. “투박한 돌덩이를 초록의 뿌리가 굽이굽이 휘어 감으며 껴안아 가는 과정은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생명의 감동”이라고. 이곳엔 복수초와 고란초, 죽백란, 만년석송, 한라구름채, 돌단풍 등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들과 분재 작품들로 최대한 인공적인 멋을 배제해 들판과 오름에서 느낄 수 있는 야생 생물들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동백꽃과 억새, 이름 모를 들꽃. 숨도의 드넓은 정원만으로도 표값이 전혀 아깝지 않지만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카페는 이곳 숨도의 히든카드다.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원목 인테리어는 곳곳에 여백을 두어 ‘쉼’을 테마로 잡았다. 넓은 창에서 바라보는 경관도 운치 있지만 야외에서 1만여 평의 대지를 내려다보는 경관도 빼어나다. 주말 오후에는 이곳 주인장 민 회장이 운영하는 음악카페도 열린다. 한때 음악인이었던 그가 수집한 1만5000장의 LP와 억대를 호가하는 하이엔드 스피커 골드문트로 귀 호강까지 누릴 수 있다. 1980~90년대 LP바처럼 희망곡을 적어 DJ를 겸하는 민 회장에게 전달하면 그가 직접 하이엔드 스피커로 누리는 LP의 세계로 안내해준다. 담백한 질감, 투명하고 충실한 음이 웅장하게 들릴 것이다.
‘가성비’ 투어에 숙소 추천도 빼놓을 수 없다. 숨도는 이 모든 것을 더해 8만~10만원대(콘도형·목조형 15평형 기준) 펜션도 운영하고 있다. 주말, 공휴일도 10만원인데 조식까지 공짜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진짜 휴식을 얻고 싶은 이라면 감히 ‘강추’를 날린다.
제주 52만8000원 vs 일본 113만6000원올해 상반기 제주를 장식한 오명 중 하나는 ‘값비싼’이었다. “제주 갈 돈으로 일본을 간다”는 얘기는 제주의 꼬리말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사실은 ‘무근’이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 인사이트가 지난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제주·일본 여행자의 평균 지출액을 분석한 결과 제주 여행비는 52만8000원, 일본 여행비는 113만6000원으로 2.15배 차이를 보였다.
제주도 칼을 빼들었다. 일부 관광지의 값비싼 가격에 불평이 제기되자 제주도 신뢰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가 민원 해결이다. 제주 여행객의 만족도 향상과 여행 품질관리를 위해 ‘제주관광서비스센터’를 설치했다. 불편 사항에 따라 빠른 피드백이 특징이다.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한가격업소’는 음식점부터 이미용, 세탁업, 숙박업, 목욕업, 기타 등등 여행에서 필요한 모든 곳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도 홈페이지 내 착한가격업소 현황에서 지역과 업종을 검색하면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주도가 지원하고 제주관광협회가 운영하는 ‘탐나오’는 가성비 제주여행 특화 공공 플랫폼이다. 항공, 숙소, 렌터카 등 여행에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20% 즉시할인 쿠폰은 물론 ‘최저가’ 상품에 대규모 할인 이벤트가 즐비하니 여행 전 반드시 검색해야 할 곳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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