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기업 손잡으러 왔어요"
영국 경제 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조사 결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호주 빅토리아 주의 멜번은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도시로도 정평이 나 있다. 호주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로부터 10년 연속 ‘AAA’ 등급을 획득한 것은 물론 호주 10대 기업 중 5곳의 본사(BHP빌리턴·리오틴토·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ANZ뱅킹그룹·텔스트라)가 자리해 있을 만큼 호주 경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의 필립 달리다키스 산업통상부 장관이 11월 20일 한국을 찾았다. 2014년 12월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교류 활성화, 500억 원 펀드 조성

달리다키스 장관은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의 딸들이 3년째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는 “한국 문화에 굉장히 친숙하다”며 “특히 한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장인 만큼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에서도 교역 파트너로서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빅토리아 주정부에서 한국으로의 수출 규모는 11억 호주 달러(약 9129억 원)에 달하며 한국에서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로 수입하는 제품은 19억9000호주 달러(1조6000억 원)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한국과의 교역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는 단연 쇠고기·양고기와 같은 친환경 농산품이다. 호주의 깨끗한 자연환경을 토대로 현재 한국을 포함한 16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밖에 바이오 및 헬스 케어 분야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달리다키스 장관은 “멜번은 호주 내에서도 알츠하이머나 암, 줄기세포 등 재생의학과 관련한 의학 연구·개발(R&D) 분야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는 도시”라며 “한국에도 바이오 분야의 뛰어난 기업들이 많은 만큼 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달리다키스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에 바이오 분야를 포함한 국내 여러 기업들과 만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달리다키스 장관은 이 밖에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실제로 호주 빅토리아 주는 민간 부문 고용의 47%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창출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중소 제조 기업이나 기술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방안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호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호주로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6000만 호주 달러(약 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또한 한국과 호주의 우수한 기업들이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도록 조인트벤처를 연계해 주거나 양국 간의 문화적인 차이를 좁히는 등의 다양한 역할을 도맡고 있다.

달리다키스 장관은 “FTA 체결 이후 스타트업이 진출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하기가 얼마나 막막한지 알기 때문에 이들에게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필립 달리다키스 장관 약력
호주 모나시대 정치학과 졸업. 뉴사우스웨일스대 통상학 석사. SCG 어드바이저리 대표.
2015년 7월 호주 빅토리아 주 산업통상부 장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