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려면 도시에서 시작하라
Based on “Balanced Skills and the City : An Analysi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Entrepreneurial Skill Balance, Thickness, and Innovation” by Elisabeth Bublitz, Michael Fritsch and Michael Wyrwich, Volume 91, Issue 4, pp. 475~508)

연구 목적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기업을 운영하는 데 다방면의 역량을 보유하며 외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정신을 말한다. 하지만 창업에 필요한 다채로운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창업가는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다양한 사람이 밀집된 도시가 답이 될 수 있다. 도시는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와 다양한 경제활동이 밀집돼 있다. 성공할 수 있는 창업가적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지역이 창업의 요람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지역은 외곽 지역에 비해 우수한 인재와 자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가들이 처음 기업을 운영하기에 더 유리하다.

이와 관련해 엘리자베스 부블리츠 함부르크 국제경제연구소 경제학 박사와 독일 튀링겐 주의 예나대 연구진은 경제지리학 저널(Economic Geography)에 ‘창업가의 역량과 도시, 창업가 정신과 도시 밀집도, 혁신의 관계에 관한 분석(Balanced Skills and the City : An Analysi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Entrepreneurial Skill Balance, Thickness, and Innova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균형 잡힌 창업가적 역량과 도시 사이의 상호 보완적인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이 메커니즘이 어떻게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 주제
이 논문은 인구나 기업이 많이 밀집된 도시가 개인의 부족한 창업가적 자질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창업가가 초기에 창업할 때는 두 가지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개인이 모든 비즈니스 상황을 알고 균형 잡힌 기업가적 자질을 갖추거나 혹은 도시에 자리해 외부 인적 네트워크 및 자원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경제활동이 밀집된 도시에는 인적자원과 지식 등 다양한 생산요소들이 존재한다. 도시는 결국 개인의 부족한 기업가적 자질을 보완할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에서는 창업가 개인의 창업가적 역량과 입지 결정이 기업의 성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구했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기업이 창업한 후 처음으로 고용을 시작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도시 ▷기업가 개인의 능력 ▷혁신 등 세 가지 항목으로 설계했다. 먼저 도시는 시장의 집적도로 설명될 수 있고 도시의 크기나 특정 산업의 집중도로 결정된다. 창업가 개인의 역량은 기업가의 균형 잡힌 자질로 설명된다. 이는 기업가 개인이 창업하기 전 경험했던 회계·운영·생산 등 전문 분야의 수로 측정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은 기업이 새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더미변수(dummy variable)로 구성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크게 다섯 가지의 가설을 설정했다. 첫째, 기업인이 창업 후 직원을 최초로 고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시 밀집도가 높아질수록 감소한다. 둘째, 기업의 혁신이 있으면 최초 고용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 셋째, 기업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할수록 최초 고용까지의 시간이 늘어난다. 넷째, 기업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할수록 밀집된 시장, 즉 도시에서 더 많은 이득을 본다. 마지막으로, 높은 자질을 갖춘 나이 많은 기업가가 젊은 기업가보다 최초 고용까지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독일 내의 제조업과 지식 기반 서비스 비즈니스 분야의 창업자 110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다섯 가지 가설을 검증한 결과 혁신과의 최초 고용까지의 시간 관계를 제외하고 모두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최초 고용까지의 시간은 시장 밀집도가 높을수록, 기업가적 자질이 뛰어날수록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의 기업가적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뛰어난 사람보다 도시에 있을 때 많은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밀집된 도시에 들어서는 것이 기업가적 자질이 부족한 창업가에게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같은 기업가적 자질을 갖춘 창업가라고 하더라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혁신이 최초 고용까지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됐다.

이러한 결과는 도시와 창업가 간의 상호 보완적인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메커니즘을 통한 혜택은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적 자질을 갖춘 창업가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이는 개인의 역량이 부족한 창업가가 도시에서 창업할 때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기업가가 최초 입지하는 도시에 따라 기업의 성장 속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시사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이 밀집돼 있는 샌프란시스코 일대나 뉴미디어와 인터넷 콘텐츠를 다루는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뉴욕 등에 들어선 많은 스타트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모든 창업가들이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역량을 보유할 수는 없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지 적은 비용이 드는 지역에 입지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이 밀집돼 있는 도시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개인적 역량이 부족한 기업가가 도시로부터 받는 인적 네트워크 외부 효과는 개인적인 역량이 뛰어난 사람보다 더 크다. 또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도 기업의 개인적인 역량에만 초점을 맞춰 투자하면 투자에 대한 효과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투자자들은 창업가의 창업 자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민영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 minyoungkang@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