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한테까지 전화가 몰려온다. 반가운 일이다(웃음). 사실 대중이 셰프란 존재를 통해 음식이나 요리, 식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게 더 좋은 일이다. 이런 셰프 열풍이 한국의 음식 문화 발전으로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셰프의 예능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급하게 시장이 커지면서 너무 예능 영역으로만 비쳐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긴 하다. 본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요리를 통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오피니언 리더’로서 포지셔닝 하기를 바란다.”
식당 경영을 하며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그간 숱하게 사기를 당했다(웃음). 요리만 할 줄 알았지 비즈니스와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는 게 문제였다. 경영과 브랜드 관리능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파악했다. 그때 난 굿 쿡(Good Cook)이었지 굿 셰프(Good Chef)는 아니었다.”
굿 쿡과 굿 셰프의 차이가 있다면.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굿 쿡이다. 하지만 굿 셰프가 되려면 주방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쉽게 얘기해 굿 쿡은 자신의 세계에 사는 아티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굿 셰프는 레스토랑 전체를 디렉팅하고 매니징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에서부터 소비자의 니즈, 브랜드 일관성을 위한 마케팅, 직원 교육, 재무·회계 등과 같은 경영 마인드와 능력을 갖춰야 굿 셰프가 될 수 있다. 영국의 유명 셰프인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처럼 식당을 기업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셰프에 투자자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주의할 점은.
“이런 투자 패턴은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외식사업의 본질적 성향과 스토리, 가치는 전혀 모른 채 스타 셰프에 투자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만 한다는 거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와 셰프가 추구하는 사업 방향과 가치를 한 곳으로 모으기 어렵다. 그래서 셰프도 완벽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투자자에게 어프로치 해야 한다. 상권‧재무‧회계‧마케팅 등을 셰프 역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셰프에게 전문 팀(회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스타 셰프라는 게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다.
“좋은 점도 있겠지만 일단 스타 셰프가 하는 레스토랑이 잘되는 곳은 거의 없다. 이를테면 ‘에드워드 권이 만드는 스파게티는 뭔가 굉장히 달라야 하고 특별할 것이다’, 뭐 이런 기대 심리에 못 미치면 바로 컴플레인으로 이어진다. 투자자도 빠른 매출 상승을 기대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기업에 소속되는 셰프도 늘고 있는데.
“기업에 들어가건, 투자를 받건 그 전에 셰프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셰프 자신의 브랜드를 브랜드화 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 기업이 셰프에게 어프로치 하는 것은 샐러리맨으로서다. 그럼 이 셰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깔을 버릴 수밖에 없다. 기업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경제이익집단이므로 이 사람(셰프)의 색깔을 보존해주기 보다는 투자한 것 이상의 이익을 요구할 것이고, 셰프는 이 결과를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기업의 논리이므로, 기업에 소속되기 전 셰프 개인의 브랜드화 전략이 필요하다.”
셰프로서 최초로 셰프 브랜드를 해외에 수출했다.
“2015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EK푸드 브랜드인 한식 전문 레스토랑 엘리멘츠(Elements)를 열었다. 한국의 셰프 레스토랑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러시아 내 고려인 사업가와 아르메니아인 투자자가 100% 투자를 약속하며 브랜드 수출을 했다. 내년에는 프렌치 레스토랑 브랜드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JW메리어트 호텔에 수출한다. 결국 ‘에드워드 권’이라는, 또 EK푸드가 가진 ‘요리’라는 재능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 숱한 실패를 거듭하며 스터디한 결과다.”
셰프 양성 교육에 요리 기술만이 아닌 경영 및 창업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나.
“레스토랑 인테리어, 디자인, 주방 설계, 기물 선택, 음악, 동선, 인원 구성, 마케팅, 상권 등을 배워야 한다. 재료 본질에 대한 이해와 활용 기술을 터득하는 것은 기본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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