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통에 느낌이 예전 같지 않을 것 같았다. 연예인 병(?)에 걸렸거나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을 것이라 예상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오세득 줄라이 오너 셰프는 오랜 친구같은 편안함을 줬다. 인터뷰를 한 두 시간 가까이 그는 여전히 말이 많았고(?), ‘아재개그’로 넘치는 끼를 시종일관 발휘했다. 셰프로서의 철학과 인생의 목표, 후배들에게 조언을 던질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투자 제안도 넘치게 받는다는 요즘, 새롭게 준비 중인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열 삼성동 파르나스 몰에서 지난 11월 18일 그와 마주했다.
오세득 줄라이 오너 셰프 "높아진 위상 실감…현장에 맞는 셰프 필요"
요즘 많이 바쁘겠다.

“(휴대전화에 입력된 빡빡한 스케줄 표를 보여주며) 정신이 없다. 몸은 바빠도 셰프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반길 일이다. 꼭 방송에 나오는 셰프가 아니더라도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셰프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셰프들이 주방에 있지 않고 자꾸 TV에 나온다고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은데,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셰프들은 방송을 위한 셰프가 아니다. 나는 16년 차인데, 다들 요리만 10~20년을 해 온 실력 있는 셰프들이다. 절대 주방을 소홀히 하지 않는 프로들이다.”

광고나 방송 선택하는 기준 있나.

“식재료와 요리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이 나와 맞는 것을 위주로 한다. 캘로그 그래놀라는 양은 좀 적지만(웃음) 자연의 원물 함유량이 굉장히 높고, 한국육계협회 홍보대사를 하는 것은 닭고기를 많이 먹으면 전 세계 식량난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참여한다. (소 1㎏을 살찌우려면 6~7㎏의 사료를 먹어야 하지만 닭은 1.6㎏만 먹여도 1㎏를 찌울 수 있다.) 또 내가 좋아하고 맛있어하는 식품 광고라면 한다(웃음).”

사업 제안도 많이 받는다고.

“홈쇼핑, 기업, 개인 투자자들 등 수도 없이 많은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내가 가려는 목적과 다른 방향이라면 방송도, 사업도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사업 확장 속도가 남다르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내 경우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함께 투자에 들어간다. 연말에 파르나스 몰에 오픈할 스테이크 레스토랑부터 중식당, 브런치 레스토랑 등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여러 개다.”

레스토랑 투자 시 유의할 점은.

“요즘 젊은 투자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와 셰프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고,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를 명확히,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 가장 잘하는 장점을 살리면서 뜻을 맞춰 성공으로 이끌어 가야지, 무작정 돈 만 벌려고 덤볐다간 망하고 만다. 그러나 아직은 투자로 인한 외식업 확대는 시기상조다. 사람들이 레스토랑으로 더 몰려들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셰프 매니지먼트로 불리는 ‘플레이팅’에 합류했다. 계기는.

“교육에 뜻이 있다. 연예인 되려는 게 아니다. 플레이팅은 원래 현석이 형(최현석 셰프)과 열댓 명 모이는 셰프들, 그리고 김진표 이사(플레이팅)가 함께 하던 모임이었다. 모임이란 게 원래부터 뜻 맞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 아닌가. 우리가 모일 때면 항상 그런 얘기를 했다. 요리사 자격증만 있지 현장 경험이 부족한 요리사가 너무 많다고. 그러다 우리가 직접 가르쳐보자는 말이 나왔다. 나는 현재 고려직업전문학교에서 호텔조리학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국내 교육 커리큘럼은 개선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플레이팅 멤버들의 소신과 방향성이 확고하다.”

구체적인 교육 방침은.

“‘현장에 맞는’ 요리사를 만드는 것이다. 김진표 이사는 조리학교 운영 경험이 있고 모임 하는 셰프들이 선생님인데다 모두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에 이 안에서 충분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 출연은 이 교육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초 과정이다. 셰프들의 인지도가 높아져야 교육 과정에 신뢰가 생기지 않겠나.”

지금 인지도가 꽤 높아졌는데, 방송 이후 달라진 반응 보인 곳 있나.

“교도소에서 연락이 왔다(웃음). 교화 프로그램으로 요리를 하자는 거다. 사실 줄라이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레스토랑으로 편지가 한 통 왔었다. 소년원 재소자인데 사회에 나가 할 게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이미 죄 값을 치른 젊은 친구들이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는 게 먹먹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고 교도소에 교화 교육을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 내가 유명하지 않은 게 여러모로 걸림돌이었다. 그때 정말 유명해져야겠다고 느꼈다. 그런데 최근 이름이 알려지고 나니 교도소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온 거다. 유명해져서 가장 좋은 점은 하고 싶었던 일(교화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교육받은 아이들은 나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 같다.

“사회적 활동은 기업만이 아니라 요리사도 할 수 있다. 교화 교육 말고도 노인·농업 등과 관련한 일을 할 것이다. 노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반찬 공장을 만든다거나 못난이 농작물 거래, 유기농 농업 등이다.”

향후 계획은.

“현재 서래마을 줄라이 매장은 임대 계약이 끝나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단, 서래마을 줄라이는 (오너는 바뀌었지만)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된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