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 역시 좋지 않다. 2016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성장의 쌍끌이 역할을 해 온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사상 처음으로 1% 금리 시대에 진입했고 13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 600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 고령화에 따른 노후 대비, 주거비 인상 등으로 소비할 여력이 없으니 내수 진작도 쉽지 않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이처럼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어떤 재테크 전략이 바람직할까.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자산 운용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만큼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보호막 중 하나는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 주식, 해외 펀드 시장에서의 배당주와 같은 자산은 2016년에도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리 불확실성 해소…바이오·제약 주식 ‘유망’
주식·펀드 시장이 유망한 이유는 이렇다. 중국·유럽·일본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상태라 불확실성이 해소돼 내년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유망 주식으로는 ‘바이오·제약’이 꼽힌다.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로 국내 바이오 제약 산업은 성장 산업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부동산은 ‘수익형 부동산’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투자가 인기가 높을 전망이다. 오피스텔 투자에서는 대기업·관공서 이전 등 인구 유입이 활발한 마곡·분당·동탄 지역의 전망이 밝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고액 자산가일수록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2016년 역시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지 시장은 ‘수도권 지역’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지방 지역의 개발 호재가 거의 소진된 것은 물론 주택 가격이 ‘지방 강세, 수도권 약세’에서 벗어나 최근 들어 수도권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이런 정황을 놓고 볼 때 주거지역과 공업지역이 상승할 개연성이 있고 수도권 개발 예정 지역의 지가도 일정 부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의 진행 상황에 따라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은 ‘남양주시’와 ‘시흥시’다.
하지만 부동산은 집값 하락 우려가 여전하다. 당장 내년은 아니지만 3년 뒤인 2018년 수도권 아파트 평균가격이 현재에 비해 하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부터 쏟아지는 사상 최대의 분양 물량이 3년 뒤 입주 시점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투자도 유망하다. 특히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선진국 펀드 또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의 전망이 밝다. 특히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모멘텀이 가장 크다. 민간 소비와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섰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등 노동시장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정보기술(IT)·바이오 업종의 부흥 역시 미국 경제 발전의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
유로존은 그리스·스페인 등 남부 유럽 재정 위기로 침체의 시간을 보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확대로 2012년 이후 경기가 회복세를 잇고 있고 추가 양적 완화 정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금값 하락 지속…예금은 6개월 미만 단기로
더욱이 내년부터 해외 펀드 투자에 대한 비과세가 적용돼 투자자들이 몰릴 전망이다. 내년부터 개인 투자자들은 한시적으로 해외 상장 주식에 직간접적으로 60% 이상을 투자하는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에서 매매차익·평가차익·환변동분을 ‘비과세’ 받을 수 있다. 국내 주식 펀드와 달리 해외 주식 펀드는 주식의 매매·평가 차익과 환차익이 모두 배당소득에 포함돼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개인별로 납입 한도는 3000만 원까지로 운용 기간 10년 동안 비과세해 준다. 무엇보다 ‘2015년 세법개정안’은 해외 상장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신규 펀드’만이 혜택 대상이었지만 해외 상장 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기존 펀드’도 전용 계좌를 통해 신규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상건 상무는 “발생한 수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해외 펀드 투자자들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고 했다.
이처럼 2016년에는 새로운 절세형 상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해외 펀드 비과세 다음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대표적이다. ISA는 해당 계좌 안에 예금·적금·펀드·주식·채권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담아 투자할 수 있는 통합 계좌를 뜻한다. 해당 계좌에서 발생한 모든 손익을 합산한 운용 수익 200만 원에 대해 비과세되는 점이 특징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를 고려해 볼만하다.
절세와 함께 ‘비용 효율적’인 투자 수단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상장지수펀드(ETF)다. ETF는 증권거래세가 없다. 게다가 일반 펀드에 비해 유동성도 좋다. 여기에 금융 당국은 개인연금·퇴직연금·ISA와 비과세 해외 주식 펀드에도 ETF를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칠 예정이다. 해외 투자처로는 베트남을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은 버블이 거의 없는 상태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를 대체할 만하다.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상대적으로 고관세인 미국의 섬유 및 의류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베트남에서 생산한 섬유제품 수출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점도 매력적이다. 베트남은 섬유가 주요 수출 품목이다. TPP 역외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투자를 고려해 볼만하다는 설명이다. 금 투자에 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16년이나 2017년까지 금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라고 조언하며 온스당 1000달러 이하로 내려갔을 때 살 것을 권했다.
무엇보다 재테크 지형도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변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인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올해 말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한국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도 오를 것을 감안해 예금은 6개월 미만의 단기 상품에 가입한 후 다음 금리 상승 시기를 노리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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