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삼성동 봉은사 인근 스피드메이트 오천점 김근용 사장의 말이다. 수입차 로고를 단 화려한 간판이 없어도 입소문을 타고 수입차 단골손님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공식 서비스센터만 고집하던 고객들이 강남과의 인접성, 빠른 수리 시간, 최대 50% 더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끼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메이트 재방문율 50%
SK네트웍스의 자동차 관리 브랜드 스피드메이트가 지난해 9월 수입차 정비 강화에 나선 지 15개월이 지났다. 스피드메이트 중 30개점에서 먼저 시작해 12월 현재 전국 201개소로 확대됐다. 그 사이 고객 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1월 650명에서 10월 1860명을 돌파했고, 12월 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재방문율이 50%로, 고객 10명 중 5명은 재방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2년 만에 소기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SK네트웍스가 스피드메이트를 통해 수입차 정비를 강화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수입차 정비 시장의 밝은 시장성이다. 그간 늘어나는 수입차 규모에 걸맞지 않게 정비 시장은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 왔다.
이는 자동차 보험료 상승으로 전가됐고 소비자 불만이 늘어났다. 결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7월 자동차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수입차 업체들은 ‘정비 정보’를 카센터에도 공개해야 한다. 서비스센터가 독점하던 시장이 경쟁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 23년 만에 면세점 사업에서 물러났지만 ‘카라이프(Car Life)’,‘패션’등을 통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컴퍼니’로의 진화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카라이프의 경우 자동차 제조를 뺀 직영 주유소, 렌터카, 중고차, 자동차 정비, 긴급 출동 서비스(ERS)를 아우르는 전략으로 상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피드메이트 오천점은 직영 주유소와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주유소 고객이 정비소로, 정비소 고객이 주유소로 유입되기도 한다. 주유소는 편의점·패스트푸드점을 더하는 ‘복합화’를 추진하는 한편 정비소는 수입차를 강화하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는 게 방향이다. 수입차 정비가 자리 잡게 되면 렌터카 및 중고차 사업에서도 수입차를 확대하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현재 매출 비중으로 보면 면세점은 전체의 1% 수준인 반면 ‘카라이프’ 사업의 에너지&카(E&C)부문은 50%로 규모가 크다.
스피드메이트는 최근 ‘수입차 정비 대중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전국 중소 정비업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수입차 정비 교육에 나서며 정비 업계 서비스 수준 향상과 함께 시장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회원사를 대상으로 ‘수입차 정비 입문 교육’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스피드메이트가 보유하고 있는 수입차 정비 시스템(부품 관련 IT시스템)과 교육 자료 등을 공유하고 부품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스피드메이트로선 핵심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부품 유통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자체 수입차 부품 정보 DB 구축
이렇게 되면 전국의 일반 카센터에서 수입차 정비를 확대하면서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수입차 정비에 낀 ‘거품’을 제거하고 시장이 다변화되는 길이다. 서비스센터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품 뿐만 아니라 애프터마켓 부품(OES) 등이 유통되면서 미국·유럽과 같이 ‘고객 선택권’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스피드메이트는 유럽에서 수입차 부품 정보를 수입해 자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그간 수입차 정비가 쉽지 않았던 데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입차는 국내차와 달리 같은 차종이지만 차량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부품을 채택하기 때문에 부품 정보를 모르면 정비를 할 수 없다. 스피드메이트가 경정비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하는 이유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다.
또한 보쉬의 범용 진단기를 들여와 ‘진단력’을 끌어 올렸다. 부품은 OES 제품 중 최고 품질로 알려진 유럽의 제품들을 수입하고 있다.
현재 50% 할인을 하고 있는 엔진오일의 경우 국산 모델을 사용한다. 수입차 제조사에 최고 등급 인증을 받은 국산 오일로, SK루브리컨츠가 만든 ‘지크 탑’이다. “BMW·벤츠·아우디 폭스바겐 등 수입차 제조사로부터 가장 높은 등급의 엔진오일로 ‘인증서’를 받은 제품으로 품질에 있어서는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윤재영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사업개발팀 부장은 강조했다.
스피드메이트는 최근 이벤트를 시작했다. 수입차 전용 엔진오일을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행사다. 고객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당초 11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윤재영 부장은 “고객 체험 행사 형태로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광고비 명목으로 기한을 연장하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 더 늘리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통해 두 가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는 경정비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가 상승했다는 것, 둘째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차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간 수입차 정비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고객 신뢰였다. ‘서비스센터가 아니면 믿을 수 없다’는 고객의 인식은 꽤 공고해 보였다. 그러나 엔진오일 이외에도 다양한 경정비를 실시하며 객단가가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유럽차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물꼬가 터졌다”고 윤 부장은 자신했다.
지난 12월 초에는 세 명의 엔지니어를 특별 채용하기도 했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10~20년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로, 교육 및 현장 지원에 투입될 예정이다. 결국 수입차 정비로 확실한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중정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스피드메이트는 중정비가 가능한 정비 공장을 지을 계획으로 이르면 내년 말쯤 본격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렌터카 사업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비중이 높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높은 중정비 수리 비용 때문이었다. 이 부분이 해결되면 SK네트웍스는 또 하나의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셈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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