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전기차 시대…핵심 기업 ‘톱 10’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7.0% 성장했다. 각국 정부들이 당근(보조금)과 채찍(환경 규제)으로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강제하고 있다.
성장의 핵심은 중국과 유럽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500만 대의 신에너지 자동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2016년 3분기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3만76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4.8% 증가했다.
폭스바겐 사태의 여파도 크다. 하이브리드카·전기차·수소전지차·클린디젤 등 4대 친환경차 중에서 클린디젤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수소전지차는 아직 이르다. 수소전지차가 2020년 이전에 의미 있게 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분간 ‘친환경차=전기차’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15년 50만 대에서 2020년 393만 대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전기차 밸류 체인을 배터리·전장화·경량화라는 3가지 틀에서 접근했다.
자동차의 심장은 엔진이다. 전기차에서 엔진 역할은 배터리와 모터가 담당한다. 이 중 배터리가 핵심이다.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모터는 구조가 단순하다. 배터리에서 공급받는 출력에 따라 모터의 출력이 결정된다. 모터의 개선보다 배터리 출력 향상이 효율적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기업 중 핵심 기업은 LG화학과 삼성SDI다. 전기차 확산의 걸림돌은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다. 배터리 성능과 가격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행히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10년 kWh당 550달러를 웃돌던 배터리 생산원가는 2016년 300달러 전후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LG화학이 GM의 순수 전기차인 볼트(2017년 출시)에 납품하는 가격은 kWh당 145달러다.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소형 모바일 배터리 분야의 강자인 LG화학·삼성SDI와 탁월한 고객 기반을 확보한 파나소닉(테슬라 납품)·BYD (BYD 납품) 등의 4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4개의 핵심 소재로 만들어진다. 양극재(리튬이온을 생성하는 역할), 음극재(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역할), 전해액(리튬이온이 움직이는 통로 역할), 분리막(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는 역할)으로 구성된다. 총원가에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85%이며 이 중 재료비의 비율이 무려 60%에 육박한다. 재료비의 75%(나머지는 첨가제·테이프·케이스 등)가 4개 핵심 소재로 총원가의 45%를 구성하는 셈이다.
일부 소재는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삼성SDI가 직접 만드는 추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역량이 뛰어나다. 이에 따라 양극재에 강점이 있는 에코프로, 전해액에 강점이 있는 솔브레인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배터리 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피앤이솔루션도 눈여겨볼 기업이다.
전장 부품에서는 LG전자·LG이노텍·우리산업이 핵심 기업이다. 자동차는 점차 전자 기기로 변신하고 있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는 더욱 그렇다.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자동차 부품을 재설계해야 한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자체가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정보·문화·생활공간으로 변해 가는 트렌드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시스템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자동차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주행 보조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타이어 모니터링 시스템, 야간 주행 비전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를 위해서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반도체, 기타 IT 부품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내 국지 IT 기업들이 자동차 전장 부품에 뛰어들었다.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기회 요인이다. 구동 모터, 디스플레이, 발광다이오드(LED), 카메라 모듈 등의 신규 수요는 LG그룹의 선전이 기대된다.

경량화 관련 종목도 눈여겨봐야
전기차 전용 공조 장치를 만드는 우리산업(PTC히터)을 주목해야 한다. 자동차의 전장화로 기존 IT 업체들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타 IT 부품 등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또 LG전자와 LG이노텍도 돋보이는 기업이다. 양사는 제너럴모터스(GM)와 제휴해 전기차용 핵심 부품 11종을 납품할 예정이다.
또한 자동차 경량화와 관련해 주목할 기업은 코다코와 코프라다. 자동차 연비 개선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배터리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경량화다. 배터리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한 시점에서 경량화는 더욱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 경량화는 금속과 비금속 소재(엔지니어링 플라스틱)로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속에서는 알루미늄 채택이 늘어나고 있다. 알루미늄의 비율은 철의 30%에 불과하다. 마그네슘이 더 가볍기는 하지만 가격이 알루미늄의 3~4배 수준이어서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어렵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주조) 분야에서 코다코가 돋보인다. 금속을 대체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사용량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와 성장을 공유하는 코프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