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6세대 ES 출시 이후 3년 만인 올해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 ‘올 뉴 ES’ 시리즈를 내놨다. 하이브리드 모델 ‘ES 300h’를 시승하러 가는 길. 하필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데다, 퇴근길 꽉 막힌 도심 탓에 수고스러움이 예상됐다.
[Life&car] 렉서스 ES 300h, 연비와 승차감 모두 '감동'
처음 접한 ‘렉서스 ES 300h’의 외관은 이날 날씨와는 상반된, 강렬하면서도 속 시원한 인상을 풍겼다. 날카롭게 생긴 헤드램프를 제외하곤, 전면부 전체는 시원하게 생긴 그릴로 채워졌고, 사이드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든든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후면으로 이어지는 라인에서는 새롭게 디자인한 알로이 휠이 눈에 띄었고, LS를 연상케 하는 ‘엘(L)’ 자형 디자인의 리어 램프가 전면부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6세대 ES와 비교하자면, ‘렉서스 올 뉴 ES’ 시리즈는 전면부 그릴을 가로지르는 바를 없앴고,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기존에 착하고, 동그란 이미지를 한층 더 날카로운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운전석에 오르기 전 ‘렉서스 ES 300h’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묵직하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실제 주행에서도 묵직한 승차감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자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조용하면서도 강한 ‘힘’

사실은 시동이 걸렸는지도 몰랐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내부 인테리어를 구경하면서 엔진의 숨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고요한 분위기만 이어졌다. 우선, 내부 인테리어에서는 속 시원한 전면부 스크린이 한눈에 들어왔다. 운전석 시트는 물론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대시보드 중앙을 기준으로 양 옆에 각각 위치한 계기판과 보조석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 상단은 촘촘히 박은 실밥 디자인을 얹어 우아함을 더했다.

국내 완성차에 익숙한 오너드라이버라면 ‘렉서스 ES 300h’의 내부 기능은 큰 혼동 없이 비교적 쉽게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실제 주행을 하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차는 물 위를 흐르듯 조용히 움직였다.

이는 하이브리드만의 특성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는 도심 주행 등 저속 구간에서는 연료 대신 주로 모터로 차량이 움직인다. ‘렉서스 ES 300h’도 저속에서는 연료를 소비할 일이 없다.

이 밖에 하이브리드의 특징은 배터리가 수시로 충전된다는 것. 실제 필요한 에너지만 엔진에 사용되고, 브레이크를 밟거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경우도 남는 에너지는 배터리로 이동한다.

그렇게 지하주차장에서 도심에 오른 ‘렉서스 ES 300h’는 내부에 빗소리만 남긴 채 정숙한 주행을 이어갔다. 일정 속도 이상의 가속이 붙게 되면 그제야 발끝으로 엔진의 작은 울림이 전달될 정도다.

전면부 널찍하게 생긴 스크린에서 윈도 브러시가 양 옆으로 한 번 왔다 가면 금세 시야는 다시 확 트인다. 꽉 막히는 도심 속, 앞뒤 좌우 늘어선 차들의 엔진소리가 들릴 정도로 ‘렉서스 ES 300h’의 고요함은 돋보였다.

간혹 막히는 도심에서 앞차와의 거리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가속 페달에 살짝 발을 대기만 해도 순식간에 조용히 따라잡는다. 빗길 주행에서 언덕을 오르거나, 내리막에서의 제동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안정적인 주행 성능에 ‘매료’

다음 날 본격적인 주행을 계획하고 차에 올랐다. 다행히도 날씨는 맑았다. 이날 주행 코스는 경기도 김포시청을 시작해 충청남도 아산까지 왕복 260km.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지나 중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에서 달려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은 설레었다 .

전날 경험을 했지만, 주말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 ‘렉서스 ES 300h’의 저속 주행은 역시 조용했다.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지나 영동고속도로에 오르면서 도로가 점차 뚫리자 고속 주행에서 ‘렉서스 ES 300h’의 또 다른 모습이 조금씩 튀어나온다.

가속 페달에 올린 발에 점차 힘이 들어갔다. 저속에서 고속으로 순간 속도를 높이자, 발끝의 고요함은 조금씩 엔진을 느끼고 있었다. 뻥 뚫린 구간에 접어들자 ‘렉서스 ES 300h’는 기다렸다는 듯이 별 힘도 들이지 않고 앞 차를 추월했다. 계기판 속도를 보고 흠칫 놀랐을 정도다. 고속에서도 내부 소음은 거의 없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고속 주행에서는 차체가 노면과 더 밀착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이유로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톨게이트를 벗어나 시내로 접어들면서 ‘렉서스 ES 300h’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금 다소곳한 주행을 보였다.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Life&car] 렉서스 ES 300h, 연비와 승차감 모두 '감동'
‘렉서스 ES 300h’는 지난 10월 492대가 판매돼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2위에 오르며, 일본차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올랐다. ‘렉서스 ES 300h’의 연료탱크 용량은 65리터로, 공인연비는 리터당 16.4km다. 쉽게 설명하면 이틀간 약 300km 거리를 주행하면서 마음껏 달렸지만, 총 다섯 칸으로 나뉜 계기판 내 연료 눈금은 한 칸 반만 줄었다.

‘올 뉴 ES’ 시리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ES 300h와 3500cc V6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ES 350의 두 가지 모델로 나뉜다. ES 300h의 부가세 포함한 국내 판매 가격은 6370만 원(Executive), 5590만 원(Supreme), 5180만 원(Premium)이며, ES 350는 6540만 원(Executive), 5680만 원(Supreme), 5270만 원(Premium)이다.

※ 렉서스 ES 300h
사이즈(전장×전폭×전고) 4900×1820×1450mm
엔진 형식 L4 DOHC VVT-i 앳킨슨 사이클
최고 출력 203마력 | 최고 토크 21.6kg·m/4500rpm
이산화탄소 배출량 103g/km
구동 방식 전륜구동 | 배기량 2494cc

나원재 기자 nw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