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에서는 어중간하게 맡은 바 업무만을 열심히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남이 가지지 않은 필살기를 가져 강자가 돼야 생존할 수 있다. 다윗의 생존 방법인 필살기, 이것이 강자의 조건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성경 ‘사무엘 17장 37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3000년 전, 이스라엘 왕국은 동쪽 산악 지역에는 예루살렘, 베들레햄, 헤브론 등이 자리 잡고 있었고, 서쪽 지중해 연안에는 크레타 섬에서 온 해양 민족인 팔레스타인(Philistine)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두 민족은 서로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어느 날 전쟁이 발발해 중간 지역인 쉐펠라 지역에서 양쪽 군대가 대치하게 됐다. 이스라엘 군대는 북쪽, 팔레스타인 군대는 남쪽 산등성이에 각각 진을 치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산등성이에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방어가 유리하므로 어느 편도 섣불리 공격할 수 없어, 적이 공격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40일 동안 어느 쪽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대치 상태가 계속됐다.

대치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왕은 최고의 전사를 내보내 1대1 결투를 청했다. 팔레스타인의 전사는 2m가 넘는 거인인 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번쩍이는 청동 갑옷으로 무장하고 양손에 칼과 창을 들고 있었는데, 이 전사가 골리앗이다. 어마어마한 체격에 기가 질린 이스라엘군들은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침묵하는 상태가 됐다.

골리앗은 이스라엘 군대에 1대1로 맞서 싸워 상대가 이기면 진 쪽에서 종이 돼 섬기도록 하자고 소리쳤다. 사울 왕과 이스라엘군은 이 말을 듣고, 겁에 질려 대응할 수가 없었다. 이때, 형들이 있는 진영에 점심으로 볶은 밀과 빵을 가져다주러 간 다윗이라는 청년이 이 말을 듣고, 골리앗과 싸우겠다고 사울 왕에게 허락을 구했다.

말도 안 되는 어린애가 결투를 하겠다고 하니, 왕은 처음에는 허락을 하지 않았으나, 간청하는 내용을 듣고 허락한 후 사울왕은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를 빈다(사무엘 17장 37절)”라고 말하며 다윗에게 자신의 갑옷과 청동 투구, 칼을 내주었다.

다윗은 오히려 갑옷과 투구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를 거절하고 자신의 지팡이를 손에 들고 돌멩이 다섯 개를 땅바닥에서 골라 주운 후, 메고 있던 양치기 가방 주머니에 돌 다섯 개를 넣고는 ‘물매’를 들고 골리앗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80m 정도까지 다가간 소년 다윗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주머니에서 조약돌 하나를 꺼내 물매에 끼워 6~7바퀴를 빙빙 돌린 후 정확하게 거인의 두 눈 사이 정수리를 향해 돌을 날렸다. 정수리 급소를 맞은 거인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양치기는 달려가 거인의 칼을 꺼내 쓰러진 거인의 목을 벤 후, 목을 번쩍 들고 흔들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겁에 질려 그 길로 도망쳤고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는 골리앗과 양치기 소년 다윗의 결투 내용이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표현은 약한 쪽이 훨씬 강한 쪽을 이기는 경우를 말하는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그런데 다윗을 약자(underdog)라고 하는 것은, 힘에 의존한 외형상의 판단이다. 골리앗보다 덩치가 작고, 나이도 어리고, 무사도 아닌 양치기였기 때문에 모든 이스라엘 군대나 골리앗은 상대가 안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에 대해 잘못 판단한 것이다. 다윗에게는 ‘물매’라는 필살기(lethal)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CEO creative] 다윗과 골리앗으로 본 강자의 필살기
필살기(必殺技)란 상대를 반드시(必) 죽이는(殺) 기술(技術)을 말하는데, 권투 용어에서 유래했다. 일본 사무라이들은 완벽하게 단련된 자신만의 필살기(일본어로는 得意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사무라이라고 인정했다. 일단 한 기술의 달인이 돼 필살기로 인정되면 그 기술을 쓸 때 상대방이 그에 대응하지 못할 수준이어야 하며, 당해내지 못한 적은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 정도의 기술이 돼야 필살기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승리의 요소란 의미로, 필살기란 말을 사용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무술에서와 같이 한 번의 기술로 전세가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고대의 군대에는 기병, 보병, 궁수병 및 돌을 사용하는 석포병과 물매병(slinger)이 있었다. 물매병은 고무줄로 당기는 새총(slingshot)과 다른, 대단히 위협적이고 원시적인 무기였다.

1초에 약 6~7번의 속도로 물매를 돌리다가 돌을 발사하면 초속 35m쯤 되는데, 200m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히 맞힐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다윗의 승리는, 다윗의 물매라고 하는 필살기에 의해 승리했다고 알고 있다. 이것은 1차원적 시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3차원적 시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만일, 다윗이 전투에 나가겠다고 요청했을 때 어린 아이가 물매만 가지고 그 거대한 거인을 상대할 수 없다고 사울 왕이 거절했다면, 골리앗을 제압할 사람이 없으므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패했을 것이며 그 결과, 지금의 이스라엘 운명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사울 왕이 예상 외로 다윗에게 상대가 안 되는 골리앗과의 결투를 허용한 것은, 사울 왕의 직관력과 안목이 대단해 이 전투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필살기는 물매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결투를 나서기 전에 사울 왕이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를 빈다”라는 말을 한 것은, 다윗에게 정신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준 것이다. 활이나 눈에 잘 보이는 무기를 사용했다면 골리앗도 전투태세를 갖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 외로 조그마한 돌멩이를 빠른 속도로 던졌기 때문에 잘못 보았거나, 우습게 보고 방심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골리앗의 큰 체격과 중무장한 갑옷으로 몸이 둔해 피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몸을 1cm만 틀어도 돌이 투구나 갑옷에 맞아, ‘탁’ 하는 소리만 내고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 골리앗은 다윗을 우습게 여기고 무방비 상태로 쳐다보고만 있다가 정수리에 돌을 맞아 죽임을 당한 것이다. 결국 골리앗의 오만(hubris)이 패자로 만든 것이다.

결투 직전 사울 왕이 다윗에게 주님의 가호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한 것이 어린 다윗의 심적 동요를 막아준 것이다. 아무리 물매를 잘 던진다 해도 겁을 먹어 심적 동요가 일어나면, 명중률이 떨어져 실패하게 된다.

양궁 경기 장면에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윗이 신앙심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울 왕의 말을 통해 ‘신이 나를 보호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져 실패 없이 정확히 맞춘 것이다. 이렇게 심적 안정과 평소 양을 치면서 물매 연습을 오랫동안 해 명사수였기 때문에 정확히 급소를 가격할 수 있었고 승리의 요인이 됐다.

다윗은 결투에서 승리한 후, 용병으로 들어가 사울 왕의 호위대원이 돼 두각을 나타냈으며, 얼마 안 돼 장군으로 승진해 필리스티아인을 연달아 물리쳐 큰 전공을 세웠다. 이런 전공으로 다윗은 사울 왕의 딸을 아내로 맞이했다.

그 후, 다윗은 군부에 자기 세력을 구축하고 지지층과 불만에 찬 계층을 규합해 사울 왕을 위협했고, 다윗이 바로 예언자의 계시를 받은 미래의 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울 왕은 다윗을 제거하려 했다. 다윗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울 왕을 피해 이스라엘을 떠나 망명길에 오르게 됐다.

다윗이 없는 이스라엘 군대는 필리스티아인에게 연패했고 사울 왕도 전사하고 말았다. 다윗은 내란을 수습하고 이스라엘을 통일한 후, 마침내 위대한 왕으로서 군림하게 됐다.

이로써 양치기인 다윗 왕은 후대에 이르러 이스라엘 민족의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후대로 가면서 미화되고, 메시아의 사상과 직결돼 성경에 기록되게 된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이 주는 교훈은 이렇다. 첫째, 번쩍이는 청동 갑옷과 무시무시한 검을 든 거인보다, 지팡이와 돌멩이밖에 없는 양치기라도 ‘필살기’만 있으면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사울 왕과 같은 안목과 직관력이 있는 지도자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개인이든 기업이든 규모에 관계없이 오만한 상태가 되면 망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의 말처럼, 현 시대에서는 어중간하게 맡은 바 업무만을 열심히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남이 가지지 않은 필살기를 가져 강자가 돼야 생존할 수 있다. 다윗의 생존 방법인 필살기, 이것이 강자의 조건이다.

오늘날, 기업들도 저마다의 필살기가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왕자로 군림한 것은, 컨베이어 시스템이라는 필살기를 고안했기 때문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또한 간판 방식이라는 필살기를 창안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됐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모바일업계의 아성을 쌓고 있던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 LG, 블랙베리 등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승자가 된 스티브 잡스 고(故) 애플 이사회 의장의 필살기는 플랫폼 전략이었다. 이처럼 필살기는 권법이나 격투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며, 오늘날 기업 경영에서도 생존을 위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인스티튜드 대표 | 일러스트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