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가격·IT' 삼박자 경영에 업계 긴장
신동빈 롯데 회장도 라이벌로 지목

쿠팡맨·로켓배송·소프트뱅크 10억 달러 투자, 전기차 배송…. 최근 쿠팡이 뿌린 화제다. 이 화제는 전자 상거래 시장을 넘어 유통시장 전역에 변화의 불씨로 타오르고 있다. 유통 공룡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 역시 최근 쿠팡을 경쟁 상대로 지목하고 이들의 전략을 연구하고 나섰다. 쉼 없는 변신(혁신)으로 유통가를 위협하는 쿠팡에 글로벌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유통가 '공공의 적' 떠오른 쿠팡
“아마존이 한국에 와도 두렵지 않은 기업을 만들겠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11월 3일 기자 간담회에서 아마존과 같은 전자 상거래 업계 대형 업체들에 밀리지 않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 유통의 판을 바꿔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로켓배송’을 통해 사이트에서 상품을 둘러보고 주문한 뒤 배달받는 일련의 과정을 최적화하는 전자 상거래 모델을 구현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쿠팡의 서비스는 배송뿐만 아니라 유통 전 과정의 효율을 높여주는 종합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2010년 ‘소셜커머스’에서 출발한 쿠팡은 식당 할인권이나 상품을 공동 구매해 주는 게 주요 사업 영역으로, 경쟁 상대는 티켓몬스터·위메프 등이었다. 2014년부터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변모하며 생필품·의류·잡화·가전제품·가구 등을 판매하기 시작해 쿠팡의 경쟁자는 이마트몰·백화점·홈쇼핑·가전양판점이 됐다. 11월부터는 배송 품목을 확대해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전국 물류망 구축에 나선 쿠팡은 오프라인 대형 마트와의 경쟁 서막을 알렸다.

쿠팡이 유통 업계의 ‘공공의 적’이 된 결정적 계기는 2014년 3월부터 시작한 ‘로켓배송’이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직접 배송 시스템이다. 주문한 다음 날 (소셜 커머스와 계약한) 택배사가 아니라 자사 직원인 ‘쿠팡맨’이 직접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빠르고 친절한 쿠팡맨의 서비스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며 지난해 쿠팡에서 이뤄진 거래액은 연간 2조 원을 넘겼다. 2013년 1조2000억 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쿠팡 관계자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쿠팡맨들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의 호응이 높다”면서 “물품의 빠른 배송을 넘어 고객에게 감성까지 배송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가 '공공의 적' 떠오른 쿠팡
‘배송 혁명’ 일으킨 쿠팡

쿠팡은 현재 약 3500명인 쿠팡맨을 2017년 1만5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쿠팡맨의 평균 연봉은 4000만 원대다.

로켓배송을 위한 쿠팡의 투자는 과감하게 이어진다. 쿠팡은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물류센터를 21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14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전기차’를 도입해 배송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쿠팡이 보유한 배송 트럭을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다. 전국 물류센터에서 소비자 가정까지 모두 전기차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전기차가 아직은 비싸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배달 차량은 시내 운행이 많고 자주 정차해야 해 전기차가 장기적으로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친환경 물류센터를 짓기로 한 대구에서 시범적으로 전기차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까지 도입되며 더욱 거세게 불붙을 쿠팡발 배송 서비스 경쟁은 ‘신선식품’ 분야에서 확대될 전망이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신선식품 등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한 것”이라며 “신선식품 온라인 서비스는 막 개화한 시장으로, 쿠팡이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이마트 등 대형 마트도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새로운 유통 질서를 정립하고 있다”며 “발달한 물류 시스템을 통해 기존 업체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 유통 업체들 역시 저마다 배송 전략을 내세우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배송 경쟁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유통 채널에서 쇼핑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한 온라인 구매가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바일 쇼핑으로 한두 시간 내에 배송까지 가능해지면서 직접 물건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쇼핑의 필요성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쇼핑(PC쇼핑과 모바일쇼핑)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해 2012년 34조 원에서 지난해 45조 원으로 늘었다.

쿠팡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배송 전략은 정보기술(IT)이 바탕이 된다. 김 대표가 ‘쿠팡은 IT 기업’이라는 말을 달고 다닐 만큼 쿠팡은 IT 중심의 ‘혁신 전략’과 ‘인력’, ‘조직’이 합해지면서 모바일 서비스에서 독보적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의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유지하기 위해 플랫폼과 조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게 쿠팡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때 네이버 등에서 잘나가던 기술 인력이 대거 쿠팡으로 유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아마존·알리바바의 물류 개혁을 이끈 헨리 로우 부사장을 지난해 스카우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T 기반의 ‘최적 유통 구조’ 설계

쿠팡은 최적의 유통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2014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인 ‘캄시’를 인수했다. 캄시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구축 ▷유통 최적화 작업 ▷빅 데이터 분석 ▷이커머스 및 고객관리(CRM)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서비스와 프로덕트를 개발해 제공하는 기술 기업이다.‘현재’ 실리콘밸리·상하이·시애틀 등에 연구·개발(R&D)을 위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전자 상거래 업체 중 해외에 R&D센터를 둔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쿠팡의 조직은 혁신적 기법인 애자일(Agile)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프로덕트 오너(PO)라고 불리는, 예를 들어 30여 개의 스타트업(PO)이 내부에서 경쟁하는 방식이다. 2개월 주기로 개발 및 실행 결과물을 점검하고 리뷰하며 최종 검증된 서비스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로켓배송·쿠팡맨 등도 모두 PO가 내놓은 결과물이다.

IT 개발자 수도 전자 상거래 업체 중 가장 많다. 모바일 부문 IT 전문가는 UX센터 전문 인력만 100여 명이 넘는데다 2013년 기준 R&D센터 개발자는 500명이 넘는다. 글로벌 R&D 조직은 약 200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쿠팡 소비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물류와 로켓배송(직접 배송)을 책임지며 개인 정보 보호 경영 시스템 국제 인증도 획득했다.

예를 들어 쿠팡의 시스템을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또는 홈페이지)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접속자의 나이·주소 등의 정보와 함께 기존 구매 내용, 자주 검색하는 상품 등의 정보를 분석해 추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겨울 외투가 많이 팔리기 시작하면 쿠팡의 물류 창고에서도 겨울 외투를 앞쪽에 배치한다. 또 주문과 결제가 끝나면 어떤 트럭이 어느 물류센터로 가서 어떤 순서로 물건을 실어 배송하라는 지시가 쿠팡맨의 단말기에 자동으로 뜬다.

“주문·배송·사후 서비스 등 전 과정을 프로그램을 통해 최적화하기 때문에 정확성과 비용 측면에서 우수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세계적인 투자회사들도 쿠팡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4년 5월 미국의 세쿼이어캐피털이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도 3억 달러(약 3300억 원)를 쿠팡에 투자했다. 올해 6월엔 손정희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투자했다. 쿠팡은 이 자금을 전국 물류센터 구축 등에 투입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쿠팡 투자 이유에 대해 “이커머스 기업의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IT를 기반으로 혁신해 나가는 쿠팡의 기업 문화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가격’ 역시 쿠팡의 강점이다. 쿠팡은 제로 마진과 역마진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상품 판매 수수료가 주요 수익 모델인 것을 넘어 직접 판매 사업까지 확장하며 상품 품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토대로 쿠팡은 모바일 앱 1위로 성장했다. 한국인 2명 중 1명이 쿠팡 앱을 설치했고 이 회사 평균 거래액의 75% 이상이 모바일에서 발생한다. 국내 최초로 최단기간 모바일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고 2012년 7월부터 34개월 연속 모바일 앱 이용자 수 1위 기록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는 통에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인건비·물류센터 등에 대폭 소요된 배송 시스템도 한몫했다. 쿠팡은 지난해 3485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 손실은 1215억 원에 달한다. 쿠팡은 2012년부터 매출액이 845억 원에서 1464억 원(2013년), 3485억 원으로 꾸준한 증가했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0.19%에서 마이너스 35%까지 하락하면서 손실 폭이 확대됐다.

쿠팡이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다. 오히려 제로 마진의 공격적 가격 정책을 앞으로도 이어 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영업 손실은 과감한 투자에 따른 것으로, 올해도 그럴 것이고 내년에도 그럴 것”이라며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의 서비스 혁신을 지속해 국내 온라인·오프라인 유통시장의 강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통가 '공공의 적' 떠오른 쿠팡
‘수익 빨간불’ 켜져…쿠팡은 “안 급해”

김 대표 역시 당분간 투자 모드를 유지하고 흑자 전환 시기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투자를 통해 쿠팡이 고객 경험의 혁명을 일으키고 이를 통한 고객 증가가 쿠팡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이 당장 이윤을 좇지 않는 속내가 ‘트래픽 확보’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트래픽’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쿠팡은 그동안 기존 유통 체계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지만 아직 국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전체 유통시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무점포 유통시장에서 소셜 커머스사들의 침투율은 10%에 불과하다. 모바일 웹페이지 접속 트래픽만 보더라도 소셜 커머스사들이 압도적인 트래픽은 보이지 않는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소셜 커머스의 모바일 웹 순방문자는 631만 명이다. 오픈 마켓이 1433만 명, 홈쇼핑이 841만 명으로 소셜 커머스 3사가 밀린다. 소셜 3사 중에서는 위메프가 273만 명으로 가장 많고 쿠팡이 194만 명, 티몬이 164만 명이다. 하지만 모바일 앱 트래픽에서는 쿠팡이 881만 명으로 1위다. 위메프와 티몬은 각각 697만 명, 545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가 전통 유통 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아직은 쿠팡이 상품 수수료에서 벗어나 광고·마케팅·핀테크 등으로 확장할 만한 트래픽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트래픽만 확보되면 상품 마진 외에도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가 '공공의 적' 떠오른 쿠팡
알리바바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티몰로 유명하지만 상품 수수료 수익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광고 및 마케팅 서비스 제공으로 나오는 매출은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또 알리바바가 트래픽 측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한 이후에는 자체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결국 쿠팡이 광고 및 마케팅 솔루션과 같은 ‘플랫폼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값싼 가격을 미끼로 트래픽 확보에 힘을 쏟을 것이란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다만 이러한 역마진 가격 정책이 유통 채널 간 객단가(평균 구매액) 경쟁으로 이어져 기존 유통사들의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소셜 커머스와의 경쟁 강도가 가장 심화된 업종은 홈쇼핑이다. 그나마 홈쇼핑 업체들이 TV 매출 감소를 모바일 취급액 확대로 채우고 있지만 소셜 커머스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성장률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백화점 업체들을 긴장하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쿠팡이 객단가가 높은 브랜드 의류·가전제품·화장품 등의 고관여 상품 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상품을 쿠팡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셀렉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