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는 소설 ‘느림’에서 ‘속도’로 대표되는 현대를 이렇게 조소했다.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그의 안타까운 탄식처럼 과속 질주의 사회에서 느림의 미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 바람을 타고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도 명상 열풍이 상륙했다.
[Big story] 과속 질주의 사회…지친 마음을 해독하다
“누구보다도 빠른 판단력,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들을 창조해내는 창의성과 직관력은 명상 덕분이다.”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븐 잡스

“명상을 통한 깨어 있음과 타인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됨은 기업에 엄청난 이윤 창출을 가져다준다.” 구글의 엔지니어 겸 명상 전문가

혁신을 이끈 리더 가운데는 유독 명상 예찬론자가 많다. 비단 정보기술(IT) 전문가만이 아니다. 비틀스, 마이클 조던, 오프라 윈프리 등 글로벌 스타들이 한 소리로 “명상이 창의력과 통찰력의 근간이 됐다”고 찬사를 보낸다.

‘먼 나라’ 이야기에 머물던 명상 바람이 최근 국내 대중 속으로도 파고들고 있다. 대한민국 부(副)의 상징인 서울 청담동 한복판에 들어선 ‘원월드아카데미코리아’는 ‘명상계의 하버드’라 불리는 인도의 OWA 한국지사다. 자이요가 민진희 원장이 지난 2011년 첫선을 보였다. 그해 명상 강의 수강자는 50여 명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급성장 중이다.

겨울의 문턱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던 금요일 밤. 압구정로데오역의 성형외과와 카페가 즐비한 거리에 위치한 명상아카데미를 찾았다. 고요한 명상과 복잡한 도심이란 의외의 조합처럼, 번잡한 도심 속의 명상아카데미는 무거움을 내려놓고 아로마 향기가 폴폴 풍겨나는 아늑한 카페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스트레스로 마음이 무거울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멀리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지하철을 타고 와서 잠깐 명상을 하고 가면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

마음의 독소를 내보내다

문지현 원월드아카데미(OWA) 코리아인스트럭터(명상지도자)는 현대인을 사로잡는 명상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주말을 앞두고 여유를 만끽할 법한 금요일 밤임에도 40~50대 중년에서 20~30대 젊은이까지 명상을 체험하려는 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곳의 명상은 마음의 독소를 내보내는 ‘디톡스(detox)’가 타이틀이다. 고요한 정적 속에 명상지도자의 잔잔한 음성이 흐르자 사람들이 머리, 손목, 팔 등을 순서대로 좌우로 흔들었다. 모두가 손끝으로 온몸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듯 열정적으로 털어낸다. 다음으론 손바닥을 오목하게 해 몸의 구석구석을 두드렸다. 마음의 독소를 씻어내기 전 먼저 몸의 독소 배출이 선행돼야 한다.

수업 중반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마음의 해독 여행을 떠났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시원한 공기가 몸 안으로 스며들고, 내쉬는 숨을 통해 몸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렸다.

“고요하고 맑은 호수를 떠올려보세요. 내 몸이 물이 돼 맑은 호수로 변합니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깨끗하고 커다란 호수가 됩니다.”

설명에 따라 머릿속으로 고요한 호수를 그리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잔잔해지고, 불안, 분노와 같은 엉켜진 감정들이 그 물결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듯했다.

패션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 중인 50대의 김재준(가명) 씨는 “그동안 일상에서 단 1시간이라도 내게 집중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이원근(52) 씨는 “금융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순간 평정심을 잃고 큰 손실을 볼 때가 있는데 명상으로 얻은 심리적인 안정감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명상은 이렇듯 단 한 번의 체험으로도 고요함을 느낄 수 있지만, 꾸준한 명상으로 의사결정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문지현 명상지도사는 “명상은 마치 우리가 자는 순간처럼 뇌의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명상에 매몰돼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오히려 더 멀어지게 하는 어리석음은 경계해야 한다. 민 원장은 “명상을 할 때 자신의 마음속 행복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행복, 내적 상태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며 “이타적인 명상이야말로 진정으로 이 세상에서 행복하고 현명하게 살도록 이끌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명상 즐겨볼까
[Big story] 과속 질주의 사회…지친 마음을 해독하다
힐리언스 선마을
힐리언스 선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 10대 테마코스 치유여행지’다. 정신과 전문의로 유명한 이시형 박사가 촌장인 힐링 리조트다. 강원도 홍천 종자산 250m 고지에 위치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피톤치드 배출에 탁월한 잣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9개의 트레킹 코스에서 언제든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신선한 제철 재료와 친환경 식품으로 짠맛, 단맛, 기름진 맛은 빼고, 자연 영양은 더한 식단도 자랑거리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명상, 요가,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상생활에서 지친 사람 및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분을 위해 1박 2일 프로그램을 비롯해 30일 체험 등 중·단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며 50개의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 종자산길 122, 1588-9983
[Big story] 과속 질주의 사회…지친 마음을 해독하다
깊은 산속 옹달샘
아침편지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충주의 명상 타운이다. ‘잠깐 멈춤’과 ‘비움’, ‘채움 몰입’을 통해 휴식하고 명상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살 수 있도록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선사한다. 깊고 고요한 호흡, 걷기, 향기, 춤, 자연, 소리, 마사지, 마음 쓰는 법 등의 명상 훈련을 통해 그동안 들리지 않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연의 소리, 내면의 소리가 들리게 되고 평화로워진다. 개인의 경우 당일 명상에서 1박 2일, 2박 3일, 3박 4일, 6박 7일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으며, 20~100명을 기준으로 하는 기업·단체를 위한 ‘휴잠힐링’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절대 고독을 견디며 앞장서 달리는 고위급 리더들을 위한 ‘VVIP휴잠’도 마련돼 있다.
충청북도 충주시 노은면 우성1길 201-61, 1644-8421
[Big story] 과속 질주의 사회…지친 마음을 해독하다
삼화사 템플스테이
수많은 문객이 머물다 간 무릉계곡, 두타산에 위치한 삼화사에서는 ‘당신도 자연입니다’라는 템플스테이가 기다린다. 산사의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로 하루를 느끼며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보려는 수행 속에 얽매임 없는 여유와 휴식이 있다. 사찰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대중공양 시간과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개인의 의지에 따라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1박 2일(108배 참회 명상, 스님과의 대화, 범종 체험 등) 및 2박 3일(계곡 명상, 달빛 명상, 새벽 예불 등)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용추폭포, 하늘문, 신선바위를 지나는 산행 체험은 물론이고, 동해바다의 일출을 바라보며 낭만과 여유를 누려볼 수 있다.
강원도 동해시 삼화로 584번지, 033-534-7661~2

배현정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각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