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방 프로젝트의 박무림 대표는 “처음부터 이 공간을 카페나 펍, 갤러리로 한정짓지 않았다”며 “그래서 간판도 따로 없다”고 소개했다. 정다방 프로젝트의 모태는 30여 년 전 개업한 ‘정다방’이라는 작은 다방이다. 5년 전,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며 폐업 위기에 처한 정다방을 박 대표와 지인들이 합심해 ‘문화 대안 공간’으로 재창출했다.
◆ 식음료 판매·공연기획 ‘연매출 2억 원’
정다방 프로젝트의 1층은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이자 펍이다. 그런데 회벽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의자도 전혀 아늑하지 않다. 테이블 배치도 마치 공장 작업실 같아 불편하다. 바로 옆 건물의 지하 1층엔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전시장도 투박하긴 마찬가지다. 어떤 것도 꾸미지 않은 채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했다. 전시되는 작품에 따라 공간의 성격에 최대한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처음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많이 불편해한다”며 “하지만 이 불편함에 호기심을 느끼고 계속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올해로 5년째 시각예술 분야의 신진 작가들에게 ‘무료’로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안 공간은 창업 후 3년을 버티지 못하는 곳이 일반적이다.
이와 비교해 정다방 프로젝트는 현재 식음료 판매와 외부 전시·공연 기획 사업으로 1년에 약 2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공간 운영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이나 기업과 협업해 문화 행사를 기획한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다방 프로젝트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날것 그대로의 거친 특성을 강조했다. 작품 전시 또한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에 맞추기보다 마니아들이 만족할 만한 ‘파격적이고 거친’ 작품만 전시하는 것이 철칙이다. 최근에는 서한겸 작가의 ‘예뻐 보여, 플라스틱’ 전시를 진행했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예술로 승화했다. 박 대표는 “단맛은 금방 질리지만 쓴맛은 맛보면 맛볼수록 매력적이고 중독된다”며 “지금까지 정다방 프로젝트가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강여름 인턴기자 summe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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