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12월 7일 삼성엔지니어링이 발표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향후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실권주)이 발생하면 일반 공모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사재 터는 이재용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는 자본 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상장폐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증자로 기존 주주들이 청약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회사를 살리고 기존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청약분이 발생하면 사재를 털어 3000억 원 한도로 일반 공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주주 피해 막겠다” 증자 참여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런 행보가 삼성의 리더답게 ‘책임 경영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그룹 리더로서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고 과감한 체질 개선을 통해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 사업 부진 등으로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4762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장기적 사업 침체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내년 3월 말까지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될 위기에 내몰렸다.

이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유상증자와 함께 서울 상일동 사옥 매각(장부가 3500억 원 상당)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대책을 마련했고 전 직원 무급 순환 휴직 실시, 임원 급여 반납 등 전사적 고통 분담 노력을 추진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순차입금이 현재 1조8000억 원 정도에서 1조 원 전후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무산됐던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을 내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기존 주주 미청약분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일반 공모에 참여할 계획이며 투자 차익이나 지분 확보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불투명한 것으로 비쳐졌던 증자 성공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관계사인 삼성SDI와 삼성물산 등 주요 주주들도 증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이재용 부회장은.
1968년생.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입사. 2010년 삼성전자 사장(COO). 2013년 삼성전자 부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