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신세계’ 약속 지킨 정용진 부회장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을까. 올 한 해에도 국내 기업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내수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이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질병 사태로 침체됐고 해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저유가 시대를 맞이했다. 해외 비중이 높은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조선·해운·철강·건설업 등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기업들은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섰고 기업 회생 절차(법정 관리) 신청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만큼 올해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최악이었다.

경영 환경이 좋은 시기에는 기업들 간에 차별이 없다. 좋은 기업은 어려운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올해 경영 환경이 최악인 상황 속에서 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은 연초에 약속한 투자와 고용을 지켰다.

신세계의 올해 투자 실적은 약 3조5000억 원으로 당초 계획인 3조3500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고용 실적은 7.4% 증가하면서 당초 목표인 1만4500명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는 작년 초에 ‘비전 2023’을 선포했다. ‘비전 2023’은 신세계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 청사진으로 복합 쇼핑몰, 해외 사업 등을 확대해 2023년까지 매출 88조 원, 투자 31조4000억 원, 고용 17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담았다. 신세계는 최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와 채용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뢰의 신세계’ 약속 지킨 정용진 부회장
복합 쇼핑몰에 지속적인 투자

신세계그룹은 국내에 10여 개의 라이프스타일센터를 세워 향후 그룹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하남·고양삼송·안성·대전·인천청라 복합 쇼핑몰 등이 차례로 문을 열 예정이다.

내년 말 오픈 예정인 하남 유니온스퀘어에는 약 1조 원이 투입됐다. 하남 유니온스퀘어는 하남시 신장동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부지 11만7000㎡에 건축 총면적 44만여㎡ 규모로 쇼핑과 레저·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유통일괄형(SPA) 및 패션 브랜드 등을 유치할 계획을 갖고 있어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구성의 명품 쇼핑몰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올해 이마트타운을 비롯해 총 6개의 점포를 연 이마트는 신규점 개설에 힘입어 10월 누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매출이 4.1% 늘어났다. 특히 지난 6월 오픈한 ‘이마트타운’은 이마트의 20년 유통 노하우를 집약해 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자리한 이마트와 열린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를 함께 입점시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마트 최초로 선보이는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 마트’, ‘더 라이프’, ‘피코크 키친’ 및 각종 서비스 상품 기획자(MD)까지 총망라한 초대형 종합 유통 문화 체험 공간으로, 25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비가 들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초대형 점포를 만든 배경에 대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성장 침체에 이른 대형 마트 업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마트는 급성장하는 온라인·모바일 시장에 발맞춰 물류센터 건립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온라인 전용센터 1호점인 보정센터에 이어 2호점인 김포센터가 내년 초 오픈한다. 수도권 서부 및 인천권역을 담당하게 될 김포센터는 투자 금액 1600억 원, 하루 처리 규모 2만 건으로 보정센터에 비해 2배에 달한다.
‘신뢰의 신세계’ 약속 지킨 정용진 부회장
백화점 단일 매장 ‘2조 원 시대’ 연다

이마트와 함께 신세계의 또 다른 핵심 사업 축인 신세계백화점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10월 누계 기준으로 전년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개장을 앞두고 있는 신세계 대구점, 신세계 김해점과 증·신축 중인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 B부지 등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강화에 나섰다.

영업 면적만 8만3306㎡에 달하는 대구점은 약 8000억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내년 말께 문을 열 예정이다. 강남점은 신관 5개 층 1만7521㎡의 증축 공사를 내년 2월 마무리 짓고 8월까지 기존 본관 리뉴얼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강남점 영업 면적이 8만7934㎡로 확장되면 백화점 단일 매장 기준으로 ‘2조 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한 신세계디에프는 면세점 구성 및 오픈, 운영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르면 내년 4월 말, 늦어도 5월 중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에 시내 면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을 최대한 일찍 여는 게 ‘경제 효과 및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라며 “브랜드 유치, 매장 리뉴얼 등 면세점 구성을 위한 조직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10월 중국 하이난면세점과 미션힐스 리조트에 오픈하는 시내 면세점에 국내 상품을 단독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신세계디에프는 글로벌 면세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 향후 해외 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내년 3월에 문을 열 예정인 하이난 시내 면세점 한국관은 영업 면적 약 4000㎡ 규모로 면세점 전체 면적 2만㎡의 20% 정도를 차지하며 한국 화장품 및 패션 관련 브랜드 총 50여 개를 입점시킬 예정이다.

신세계의 또 다른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는 국내 유통 업체 최초로 간편 결제 서비스 ‘SSG페이’를 올 7월 출시했다. 지난 11월 기준 다운로드 90만을 돌파한 SSG페이는 백화점·이마트·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 2700여 개에서 사용할 수 있다. 내년까지 이용 가능한 점포 수를 4만여 개로 확대하기 위해 현재 외부 가맹점과 협의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복합 결제 서비스 비율은 30%를 넘어서고 있고 1회 이상 사용자의 재사용률도 50%에 육박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의 다양한 결제 수단 선택의 폭을 넓힌 SSG페이의 운영 전략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는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난 해소를 위해 협력(파트너)사와 함께 대규모 ‘동반 채용’에 나섰다. 지난 9월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 박람회’를 연 것. 이번 채용 박람회는 신세계백화점·이마트·신세계인터내셔날 등 10개 신세계그룹사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115개에 이르는 파트너사도 함께 참여해 총 125개 기업이 현장 채용을 진행했다. 여기에 방문한 취업 준비생도 총 1만 2000명에 달했다.

신세계가 이런 ‘동반 채용’ 행사에 나선 것은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한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며 “이번 채용 박람회가 진정성과 내실을 겸한 실질적인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