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1 삼성전자는 왜 전장 사업을 하나
삼성전자가 지난 12월 9일 조직을 개편했다. 핵심 내용은 조직의 효율화다. 삼성전자는 지원 조직을 슬림화하고 현장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글로벌마케팅실은 글로벌마케팅센터로 축소하고 경영지원실의 기획팀·재경팀·지원팀·인사팀 산하 조직도 축소했다. 경영지원실 산하 글로벌협력팀을 커뮤니케이션팀에 통합하는 한편 커뮤케이션팀 IR그룹은 경영지원실장 직속으로 편제가 바뀌었다.
조직이 슬림화되는 상황에서도 신설된 곳이 있다. 바로 전장사업팀이다. 앞으로 전장사업팀은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 사업을 총괄한다. 자동차 전장은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정보기술(IT) 장치를 말한다. 텔레매틱스, 중앙정보처리장치(CID),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차량용 반도체 등 수백여 개에 달한다.
신설된 전장사업팀에 대해 재계 및 금융 투자 업계는 ‘(본격적으로 전장 사업을) 할 때가 됐다’고 평가하면도 약간의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놀란 이유는 삼성의 ‘과거사’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1990년대 중반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 여파로 사업을 접은 아픈 기억이 있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의 뒷정리를 모두 마치는 데는 거의 20년이 걸렸다. 그래서 항상 삼성은 ‘자동차 사업’ 진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손사래를 쳐 왔다.
그러면 왜 ‘할 때가 됐다’는 평가를 할까. 쉽게 이야기하면 사업성 때문이다. 맥킨지가 2013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전장 부품의 비율은 2010년 35%에서 2015년 40%로 2030년 50%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 부품이 늘어나는 이유는 자동차의 ‘스마트화’가 이뤄져서다. 자동차의 스마트화는 자동차 산업과 IT·반도체·통신 등의 전자 기술이 융합되는 추세를 의미한다. 현재도 차량 1대당 70여 개의 전자제어장치(ECU)와 1억 라인 이상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되고 있다. 고가의 차량일수록 전장 비중이 더 높다. 과거의 자동차는 ‘기계장치’였다면 미래의 자동차는 ‘전자장치’가 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주목받는 전기자동차가 활성화되면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아예 내연기관이 없다. 기존 내연기관의 역할을 배터리와 모터가 한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 구조상으로 보면 진동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과 별다를 게 없다고 봐도 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의 성장률 저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 이익의 70%를 냈던 스마트폰의 내부 이익 비율은 이제 30% 정도에 불과하다.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그 대신 반도체가 이익의 50~60%를 책임지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 사이클은 지금이 고점 부근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본격적으로 미래 먹을거리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세계 최대의 IT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로서는 성장이 예상되는 이 시장을 절대 놓칠 수 없다.
실제로 미래학자인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기술경영학과 연구교수는 삼성에 ‘극단적 선택’을 조언하기도 했다. 그의 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시장 가치’가 있을 때 빨리 중국 등 후발 주자에게 이 사업을 넘겨버리고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같은 곳을 인수해 전기차 분야를 강화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으라는 얘기였다.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치가 없다고 할 수도 없는 얘기다. 2 삼성전자, 전장 사업을 키우기 위해 먼저 무엇을 할까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전장 사업의 단기간 내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와 자율 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짧은 말이지만 여기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핵심 키워드는 셋이다. ‘인포테인먼트와 자율 주행’, ‘단기간 내 역량 확보’, ‘계열사 간 협력’이 그것이다.
먼저 사업 목적으로 내놓은 인포테인먼트와 자율 주행을 보자. 인포테인먼트는 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시스템을 생각하면 된다. 이러면 떠오르는 게 있다. 디스플레이와 오디오가 합쳐진 제품, 바로 태블릿 PC다. 실제로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가장 먼저 태블릿 PC를 활용한 인포테인먼트 사업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동차와 IT의 결합으로 인포테인먼트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 규모는 올해 470억 달러(약 55조5070억 원)에서 2020년 2700억 달러(약 318조87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첫발을 뗐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출시된 BMW 신형 7 시리즈에 ‘터치커맨드 시스템’을 제공했다. 삼성전자 태블릿으로 차량의 좌석 조절과 냉난방 컴포트 기능, 라디오 및 동영상 등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태블릿 PC 채용을 넘어 보다 진일보된 계획도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 활용이 가능한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미러 링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현장에서 폭스바겐그룹 계열 세아트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인포테인먼트에 비해 자율 주행차는 좀 더 멀리 있는 목표다. 자율 주행차는 카메라 등 주행 환경 인식 장치와 자동항법장치를 바탕으로 조향·변속·가속·제동을 스스로 제어해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이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구글·애플 등 IT 기업들도 자율 주행차 기술력 확보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 주행차의 핵심 기술은 네 가지 정도로 거론된다. 레이더(Radar)·라이더(Laser Radar)·카메라(Camera) 등 3가지와 이를 제어하는 반도체가 그것이다. 삼성전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다. 반도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와 D램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세아트 같은 폭스바겐 산하 아우디와 손잡고 미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메모리 업체 최초로 아우디의 ‘진보적 반도체 프로그램(PSCP)’에 참여하기도 했다.
즉 현재 상황에서 ‘인포테인먼트’로의 집중으로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낸 후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자율 주행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전장사업팀을 관장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3 ‘단기간 내 역량 확보’ · ‘계열사 간 협력’의 의미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IT 메이커이지만 자동차 시장에서는 새내기나 다름없다. 특히 자율 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레이더와 라이더는 제대로 된 기술을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단기간 내 역량 확보’를 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과감한 인수·합병(M&A)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미국 벤처회사인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삼성페이의 핵심 기술을 확보했듯이 스마트 카와 관련한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라면 모두 (삼성전자의) 구매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쇼핑 대상’이 될까. 재계에서는 삼성이 라이벌인 애플을 모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소니를 따라잡았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의 부활이다. 애플은 스마트 카와 관련해 ‘타이탄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올 들어 공격적으로 관련 기업들을 집어삼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발표한 M&A만 5건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장기는 여러 가지다. 앞서 말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그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그룹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일관 생산 체계’다. 일관 생산 체계를 통해 이른 시간 안에 새 제품을 만들고 단가를 최소화한다. ‘계열사 간 협력’이란 바로 이를 의미한다.
이번에 전장사업팀이 출범한 곳은 삼성전자다. 하지만 이미 삼성의 IT 부품 계열사에서는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 왔다. 삼성 부품 계열사 중 자동차 전장 사업을 하는 곳은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다. 삼성전기가 여러 자동차 부품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삼성SDI가 전기차용 이차전지를 만드는 구조다.
이 중 현재 삼성의 자동차 부품 사업의 핵심 기업은 삼성전기로 볼 수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2014년부터 자동차 부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자동차 전자제어용 반도체인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자동차 블랙박스용 카메라 모듈을 만들어 왔다. 앞으로는 차량용 스마트폰 무선 충전, 통신 모듈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전기 혹은 삼성SDI를 흡수 합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전부터 삼성은 경쟁력 있는 제조 기업을 꾸준히 삼성전자로 흡수 합병해 왔다. 삼성전자·삼성후(後)자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흡수 합병’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 내에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SDI는 현재 별다른 캐시카우가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하던 케미칼사업부를 분사해 2016년 2월 롯데케미칼에 지분 90%를 매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삼성SDI가 추진하는 ‘이차전지’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삼성SDI는 현재 30여 개 수준의 중대형 이차전지 고객사를 확보했다. 벤츠·BMW·아우디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중대형 이차전지 사업이 ‘적자’라는 것이다. 먼 미래를 보면 삼성SDI의 이차전지 경쟁력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먼 미래’까지 가는 게 힘들다. 삼성전기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전기는 상당수의 매출을 스마트폰을 통해 내 왔다. 최근 삼성전기의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성장성이 떨어져서다. 그래서 삼성전기는 자동차 전장 사업에 적극 진출했던 것이다.
4 전장 사업 진출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을까
이제까지의 내용만 봐도 삼성이 자동차 전장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깜짝 발표’가 아니다. 단편적인 예가 특허다. 삼성전자가 지난 5년간 미국에서 낸 특허 3분의 2는 전기차 또는 자동차 전장 부품과 관련한 것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목 받는 것일까. 바로 삼성의 차세대 리더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전장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공식적인’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가장 주목하는 게 바이오 사업이다. 삼성은 삼성물산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1조 원을 낼 계획이다. 1조 원이란 엄청난 액수다. 그런데 ‘삼성’이라는 타이틀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200조 원, 삼성그룹의 매출은 300조 원쯤 된다. 너무 적다.
물론 바이오 사업도 그 ‘폭발력’ 때문에 중요한 사업이다. 문제는 과정이 너무도 길다는 것이다. 결국 당분간 삼성은 기존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며 공식 진출을 천명한 자동차 전장 사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룹의 차세대 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B2B 사업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왔다. 자동차 전장 사업은 전형적인 B2B 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부회장 자리에 오르기 훨씬 전부터 자동차 사업에 관심을 가져 왔다. 한경비즈니스는 910호 ‘이재용 부회장이 만난 사람들’ 기사를 통해 2010년 12월 이 부회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던 시기부터 2012년 부회장 승진을 거쳐 2013년 5월까지 언론 등을 통해 나타난 이 부회장의 비즈니스 미팅을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나왔다. 이 부회장이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만난 주요 인사는 글로벌 IT 기업의 수장이나 국내 재계 및 정부 관계자가 아닌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이 부회장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BMW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 CEO들을 거의 모두 만났다.
가장 극적인 예가 이 부회장이 사장 승진 바로 다음날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 엑소르의 존 엘칸 회장과 미팅을 한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당시의 인연을 바탕으로 2012년 엑소르의 사외 이사로 합류한 후 현재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인의 미팅은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 당시부터 전장 사업을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생각해 왔으며 이제 삼성의 차세대 리더로서 자신의 구상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삼백(三白) 사업을 통해 삼성전자를 일으켰고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통해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냈다”며 “이재용 부회장 역시 새로운 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삼성전자를 더 키워야 하고 (삼성전자의 규모가 너무 커) 더 키우기 힘들다면 최소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사업을 통해 ‘지켜내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삼성전자 조직 개편에 대해 삼성 내·외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색깔’이 가장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유의 ‘실리주의’에 따른 지원 조직의 슬림화가 대표적이다. 즉 기존에도 그룹 차원에서 하고 있던 자동차 전장 사업을 삼성전자의 ‘신설 조직’으로 만든 것은 삼성그룹이 또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 여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5 국내외 경쟁 상대는
차세대 리더인 이 부회장이 오랜 숙고 끝에 ‘시동’을 건 만큼 이제 삼성전자는 사활을 걸고 자동차 전장 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 물론 삼성이라고 사업이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자동차 산업에 고배를 한 번 마셔 본 적이 있는 삼성이다. 어찌 보면 지금은 그 당시보다 사업 환경이 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먼저 기존의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은 삼성의 전장 사업 진출이 부담이다. 이런 부담은 삼성의 신사업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위협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10여 개 정도의 완성차 회사들이 전 세계의 가치 사슬을 주도면밀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회사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기획 설계 단계에 참여해 수많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완성차의 견제가 시작되면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삼성이 진출하고자 하는 ‘자율 주행차’ 분야에서 IT 기업들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현대·기아차다. 현대·기아차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 등 부품 계열사를 통해 미래차 개발에 집중해 왔다. 특히 자율 주행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칩을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그룹 차원에서 올해부터 2018년까지 스마트카, IT 개발에 2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장 사업에 진출한 기존 IT 기업도 부담이다. 대표적인 곳이 LG다. LG그룹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을 미래 먹을거리로 선정해 기반을 닦아 왔다. 이미 성과도 거뒀다. LG전자는 자동차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는 업계 1위에 올라 있고 최근에는 미국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인 GM과 차세대 전기자동차 부품 11종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현대차와 LG의 부담은 단지 국내의 이야기일 뿐이다. 글로벌 완성차인 도요타·폭스바겐·GM 등도 모두 ‘납품해야 하는 곳’이지만 반대로 ‘견제를 하는 곳’이 될 수 있다. 또 미국 IT 기업인 구글 등은 물론이고 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들까지도 독자적 자율 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위협도 있지만 삼성의 전장 사업이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아직까지는 대부분이다.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여준 것처럼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선 세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추격자”라며 “특히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에 나서 자동차 전장 분야의 전문 기업들을 손에 넣는다면 짧은 기간 안에 기술력과 시장 지위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IT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 등을 갖추기 위해선 상당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그걸 할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미래 전망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아낌없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반도체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어 새로 설립한 ‘전장사업팀’이 성장 전략만 제대로 수립한다면 수년 안에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메이커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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