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일대에는 곳곳에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사무소가 산재돼 있다.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해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옷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디자인이다. 옷 한 벌을 판매하기 위해 A 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자 가장 정성을 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템의 개발과 선정이다. 아이템에 따라 색깔과 소재를 선택하는 것 또한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이 필요하다. A 씨는 “동대문 상권은 하루에 6만 개 이상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갖춘 옷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라며 “여전히 상당수의 디자이너들이 동대문 상권으로 모여드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A 씨가 동대문에서 운영 중인 매장도 이 과정에 도움이 많이 된다. 각 시즌에 맞는 여러 가지 상품을 제시하는 ‘실험 장소’나 마찬가지다. 손님들의 반응을 살핀 뒤 이를 다음 의상 디자인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2. 동대문종합시장- 원단 구매
디자인 작업을 끝낸 A 씨가 향하는 곳은 서울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9번 출입구 근처의 동대문종합시장이다. 원단과 부자재를 판매하는 종합 상가로, 원단은 물론 단추와 레이스 등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도 원단을 판매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편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A 씨는 다양한 원단을 한곳에서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데다 온라인에서 판매하지 않는 원단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동대문종합시장을 직접 방문해 원단을 구매하고 있다. 디자인 사무실이나 매장과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A 씨는 “사무실과의 거리가 가까워 언제든지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동대문에 사무실을 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3. 동문시장 근처 봉제 공장-샘플 제작과 공장 생산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어느 정도 만들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샘플 제작을 시작한다. 동문시장 근처엔 조그만 봉제 공장이 많다. 대부분의 봉제 공장에서 옷 제작을 계약하면 무료로 샘플 작업을 해준다. 봉제 공장에서 만든 샘플을 통해 회의를 거쳐 공장 생산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는 생산 과정에 돌입하면 기본 티셔츠 100장을 기준으로 재단 공정에서 프린팅 공정까지 보통 5일 정도 소요된다. 물론 A 씨가 ‘긴급 요청’한다면 친분에 따라 제작 속도가 더 빨라지기도 한다. 이 공정이 모두 끝난다면 약 50%의 과정이 끝난다. A 씨는 “이 과정에서는 공장 관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원하는 제품을 받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4. 청평화시장(도매), 두타(소매) 등 의류상가-유통과 판매
A 씨는 도매와 소매를 같이한다. 생산을 마친 옷은 청평화시장·신평화시장 등 도매 업체에 일부 상품을 공급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한다. A 씨는 현재 두타에 있는 단독 직영 매장 외에도 삼성동 코엑스에서도 편집숍을 하나 더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이 넓어지면서 중국에도 소매 의류 매장을 내고 현지 매니저를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최종 소비자가의 10~20%를 이윤으로 산정한다. 직접 도매와 소매를 관할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 달리 유통비용이 저렴하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세 개의 매장(두타 매장, 편집숍, 중국 매장)에서 연간 10억 원 내외의 매출을 올린다.
이지연 인턴기자 new911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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