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권지도⑫ ] 상생 앞세운 ‘두산 면세점’, 낙수효과 기대
“여긴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이 옷을 사는 곳이 아니에요. 중국인 매출이 70%가 넘어요.”
동대문의 대표적 의류 쇼핑몰인 두타에 입점한 한 의류 매장 관계자는 ‘동대문의 오늘’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말마따나 요즘 두타·밀리오레·굿모닝시티 같은 의류 쇼핑몰엔 한국인보다 해외 관광객이 더 자주 눈에 띈다. 대부분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다.

‘대한민국 쇼핑 1번지’ 동대문 소매 상권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건 밀리오레(1998년)와 두타(1999년)와 같은 대형 의류 쇼핑몰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쇼핑 관광객이 몰려들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그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결정적 원인은 의류 쇼핑몰의 ‘공급과잉’이었다. 인근에만 비슷한 콘셉트의 쇼핑몰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상가마다 3.3㎡(1평) 크기밖에 안 되는 좁은 면적에 박스 형태로 돼 있는 점포들이 밀집한 구조였다.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들이 싼값에 대거 공급되면서 ‘B급 의류 상권’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문제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상가 내의 점포 임대료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는 점이다. 이때의 영향으로 현재도 동대문 소매 상권은 꽤 높은 임대료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근 뉴밀레부동산 하미을 실장은 “이곳은 각 쇼핑몰마다 임대료 산정 방법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두타는 임대료의 개념이 아닌 매출에 따른 수수료로 임대료로 낸다.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약 17~20%의 수수료를 낸다. 밀리오레와 굿모닝시티는 각 상가의 임대주가 직접 임대한다. 3.3㎡ 기준 매매가는 1000만~6억 원까지다.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 원, 임대료 400만 원까지다. 동대문 소매 상권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급속도로 동대문 상권을 떠나갔다. 그 빈자리를 대신 채우기 시작한 이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 상권지도⑫ ] 상생 앞세운 ‘두산 면세점’, 낙수효과 기대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2014년 3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정식으로 문을 열고 동대문 의류 쇼핑몰의 대표 격인 두타 역시 같은 해 9월 리모델링 후 재개장하면서 해외 관광객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동대문은 인근에 흥인지문 북측 성곽을 비롯한 국내 유적지들과 가까워 관광객들이 접근하기에 좋은 자리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서울 시티투어 버스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출발한다.

이는 통계 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울시는 지난 2월 ‘2014년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조사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 1141만8019명 중 동대문을 방문한 비율이 61.9%에 달했다. 명동(77.6%)에 이어 둘째로 많이 찾은 곳이었다(복수 응답). 매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두타나 밀리오레 상가는 평균적으로 매장 내의 매출 중 70~80% 정도를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만 상권의 미래를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두타 앞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씨씨는 “단체 관광 코스 중 하나여서 동대문에 왔다”며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예쁜 옷들이 많아 좋지만 가격이 비싸 많이 사지는 못했다”고 웃어 보였다. 그에 따르면 비숫한 디자인의 옷을 중국에서는 2분의 1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대문 상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키워드로 부각되는 것이 ‘면세점’이다. 지난 11월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두산은 본사가 들어선 동대문 두타 건물에 9개 층 규모(대략 1만7000㎡)의 면세점을 꾸밀 계획이다. 배형식 두산그룹 관계자는 “면세점에도 동대문 지역 브랜드를 발굴해 입점시킬 계획”이라며 “중소기업 제품 판매 면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갖출 것”이라고 구체적인 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두산 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한 상인은 “보통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건물 위에서부터 내려오며 쇼핑을 즐긴다”며 “면세점이 두산 본사에 높은 층에 자리하면 그곳에서 물건을 잔뜩 구매한 중국인들이 아래층 두타 소매점에서 추가로 옷을 구매하겠느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반면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적어도 면세점의 집객 효과로 동대문 의류 쇼핑몰에 유동인구를 뿌려주는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부터 DDP 개장을 비롯해 동대문 상권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면세점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만하다”고 밝혔다.

굿모닝시티 뒤쪽 먹자골목 성행

복합 쇼핑몰의 흥행 여부를 가장 쉽게 판가름할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상가 내 푸드 코트’다. 최고의 절정기 뒤에 이제 막 바닥권을 지난 동대문 의류 쇼핑몰들 역시 푸드 코트는 그야말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 힘입어 서서히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에는 상가 내 푸드 코트를 대신해 밀리오레와 굿모닝시티 뒤쪽 먹자골목에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모여들고 있는 추세다. 5~6층 규모의 상가 건물들이 죽 들어서 있다. 업종은 의류 쇼핑몰에서 소화하는 못하는 화장품과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인근의 부동산 관계자는 “가게가 얼마 없고 크기가 큰 상가(66~132㎡)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66㎡(20평) 기준 권리금 10억 원, 보증금 3억 원, 월 임대료 1000만 원 정도다. 안민석 연구원은 “최근 들어 1층 점포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출점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라며 “향후 동대문 상권을 커버할 만한 먹자골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만하다”고 전망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