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권지도⑫ ] 6200만 원으로 시작해 ‘연매출 12억 원’
동대문 상권의 대표적 의류 쇼핑몰인 두타에는 현재 430여 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블루워시인더스트리’는 그중에서도 매출 상위 10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대표적인 매장이다. 블루워시인더스트리를 이끌고 있는 노정호 대표는 1997년 6200만 원으로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시작해 지금은 블루워시인더스트리에서만 약 12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20년 베테랑이다.

◆ 품질·홍보·유통 전략 ‘다 갖춰야’

비슷비슷한 상품을 내걸고 판매하는 동대문 의류 상가에서 블루워시인더스트리의 제품이 유독 잘 팔리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노 대표는 “수많은 옷들이 뒤섞여 있어도 눈에 확 튈 수 있는 디자인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는 청바지 하나를 내놓더라도 남들과 비슷한 색깔의 청바지는 만들지 않는다. 멀리서 걸어오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저건 우리 집에서만 파는 청바지 색깔인데”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이를 위해 노 대표는 하루 3~4시간을 자며 전국 곳곳의 워싱 공장에서 밤새도록 수백 번의 워싱 작업을 반복했던 적도 있다. 노 대표는 “내가 생각했던 푸른색이 정확하게 구현될 때까지 집착을 보이는 것 같다”며 “그 집착이 손님들 눈에 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비결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류 시장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예전에는 품질·홍보·유통 중 하나만 뛰어나도 동대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며 “요즘에는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부족해도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노 대표가 꼽은 가장 좋은 홍보 방법은 매장의 ‘디스플레이’다. 동대문은 수많은 매장이 한자리에 밀집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손님의 발길을 끌기 위해서는 우선 ‘보기 좋아야’ 한다. 블루워시인더스트리에서는 패션쇼 모델에게 피팅하듯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스타일을 입혀 놓는다’.

소매 길이나 주름은 물론 마네킹의 포즈나 액세서리까지 신경 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매장에서 디스플레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노 대표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디스플레이를 바꾼다”며 “늘 새롭고 더 스타일이 살도록 디스플레이 방식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유통이다. 동대문에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하더라도 판매 채널을 동대문에만 의존해서는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 대표 역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온라인 유통 채널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때로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만날 만큼 적극적이다. 그는 “배달의 민족이 뜨기 전에 김봉진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만난 적도 있다”며 “이를 통해 변해 가는 요즘 세상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강여름 인턴기자 summe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