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를 벌인 분야는 ‘일반 제조업’이다. 2015년 호황기를 맞은 화장품·화학·제약·음식료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 CEO가 혈투를 벌인 끝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1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아모레퍼시픽 등을 제치고 4계단 상승한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롯데케미칼·LG화학 등 화학 업체들의 치열한 승부 끝에 LG화학의 박진수 부회장이 전년 대비 5계단 상승하며 4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재무 성과 ▷비전 ▷글로벌 역량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박 부회장의 성적과 LG화학의 최근 성적은 일치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LG화학의 이차전지의 생산량을 늘려 매출을 적극 확대한 데다 이차전지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2015년 하반기 가장 큰 이슈몰이를 했던 한미약품의 이관순 사장은 일반 제조업 부문 5위에 오르며 올해의 CEO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사장은 올해만 총 4건의 신약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제약 업계 ‘톱’으로 자리 잡았다.
이슈 메이커 ‘한미약품’ 리더 등장전기·전자 부문에서는 ‘왕의 귀환’이 눈길을 끈다.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체 대표 CEO로 꼽히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3년 이후 다시 1위에 올랐다. 2위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다. 그는 2015년 11월 LG그룹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액정표시장치(LCD) 산업 성장이 둔화되고 공급과잉이 구조화되던 2012년 사장으로 취임한 후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 선도를 통해 2015년 3분기까지 9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6년 연속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12월 사장에 취임한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4위에 오르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이 사장 체제 이후 실적 악화에 놓인 사업들을 빠르게 정리하며 체질 개선과 위기 대응에 돌입했다.
면세점 사업권 획득으로 뜨겁게 달궈졌던 유통 부문의 베스트 CEO는 범삼성가가 싹쓸이했다. 1·2위는 삼성전자 계열(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3·4위는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 계열(김해성 이마트 부회장, 장재영 신세계 사장)이 나란히 올해의 CEO에 선정됐다.
신세계그룹의 두 CEO는 모두 이번 201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승진한 케이스다. 김해성 사장은 부회장으로, 장재영 부사장은 사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이번 부회장 승진으로 ‘포스트 구학서’로 자리매김한 김 부회장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 등 그룹 외연을 넓히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기타 서비스업 부문 2위는 아모레퍼시픽의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이, 3위는 서정 CJ CGV 사장이 올랐다. 국내 영화 산업이 흥행하면서 관람객이 크게 늘며 CGV는 2015년 경영 실적을 크게 늘려 왔다.
성장 기업 부문에서는 엔터테인먼트 CEO가 둘이나 모습을 보였다.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와 신원수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다. 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K-팝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 아이유·씨스타 등 유명 가수들이 소속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 합작 법인 설립으로 주식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화장품·패션·외식업 등 다양한 신규 사업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