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가 300대 기업 법무팀과 50개 주요 로펌을 대상으로 로스쿨 랭킹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둘째 조사다. 올해 조사에서도 서울대 로스쿨이 종합 1위, 고려대 로스쿨이 사립대 1위, 부산대 로스쿨이 지방대 1위를 차지했다. 상위권 순위는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변화의 바람도 감지됐다.
글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은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서 출범했다. 다양성·전문성·국제화 등을 표방하며 처음 문을 연 지도 어느새 7년이 지난 것이다. 한경비즈니스가 2014년에 이어 둘째로 직접적인 수요자인 로펌과 기업 법무팀을 대상으로 전국 25개 로스쿨의 실력을 평가했다.
이번 평가는 총 8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진행됐다. ▷문제 파악 능력, 법해석 및 추론, 법정보 등의 역량을 묻는 ‘법 지식’ ▷정보 수집, 의사소통, 협상 능력, 법문서 작성 등의 능력을 갖췄는지 묻는 ‘법 응용력’ ▷법원 및 로펌 인턴 등으로 실무 관련 훈련이 잘돼 있는지 묻는 ‘실무 관련 훈련’ ▷교과과정이나 졸업생의 전문성을 묻는 ‘분야별 전문성’ ▷법지식 외 특정 분야에 대한 경력과 배경 등을 추구하는지 묻는 ‘다양성 추구’ ▷정의·불편부당·도덕성 등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보는 ‘정의·불편부당·도덕성 교육’ ▷지역사회에 대한 졸업생의 공헌도를 살펴보는 ‘지역사회 공헌’ ▷미래 법학도에게 추천하고 싶은 로스쿨을 묻는 ‘진학 추천’ 등이다.
2015 전국 로스쿨 평가 결과 서울대 로스쿨이 총점 629점을 획득하며 25개 전국 로스쿨 중 종합 순위 1위 자리를 지켰다. 종합 2위 고려대(591점)와의 격차는 38점으로 지난해(20점)보다 커졌다. 서울대 로스쿨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 로스쿨은 단순한 개인적 영달이 아닌 법조직역의 공공성에 역점을 둬 변호사의 공익적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2년 연속 종합 1위
서울대는 전체 8개 설문 항목 중 ‘법 응용력’, ‘실무 관련 훈련’, ‘분야별 전문성’, ‘정의·불편부당·도덕성 교육’, ‘지역사회 공헌’, ‘진학 추천’ 등 6개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특히 ‘지역사회 공헌’ 항목은 지난해 4위에서 올해 1위로 상승했다.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 가장 크다고 평가 받은 것이다.
서울대 로스쿨은 재일동포 실업가였던 학봉 이기학 선생을 기리기 위해 ‘학봉상’을 제정하고 올해 제1회 학봉상 논문 공모 및 연구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일 문화 교류와 양국 관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논문과 연구 계획을 공모했다. 한국과 일본 전문 연구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다수 지원했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연구자,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구자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는 것이 서울대의 설명이다.
서울대는 지난 8월 법무법인 율촌과 손잡고 ‘법이론 연구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연구센터를 통해 법철학·법정책학·법사회학·법사학·법인류학 등 기초법 분야를 한국의 법적 현실과 문화에 맞춘 학문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서울대는 정의·불편부당·도덕성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본 ‘정의·불편부당·도덕성 교육’ 항목에서도 1위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올랐다. 서울대 로스쿨은 올해 7월부터 ‘임상법학1’ 수업을 선보였다. 총 6개 강좌로 개설된 임상법학1 수업에서는 공익 소송을 난민 인권, 여성 인권 등의 분야로 나눠 소수자 인권침해와 차별에 관해 이해하고 인권 단체 실무자 또는 당사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자리는 물론 실제 공익인권 소송 수행에 참여해 검토보고서·소송서면 등을 작성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사립대 1위 ‘고려대’…연세대 맹추격
사립대 부문 1위는 고려대 로스쿨(종합 2위)이 차지했다. 총점은 15개 사립대 중 가장 높은 591점을 받았다. 지난해(450점)보다 무려 141점이 올랐다. ‘법 지식’과 ‘지역사회 공헌’ 항목에서 1위, ‘실무 관련 훈련’과 ‘정의·불편부당·도덕성’ 항목에서 2위, ‘법 응용력’, ‘분야별 전문성’, ‘다양성’, ‘진학 추천’ 등 4개 항목에서 3위를 차지했다.
로펌 및 기업 법무팀 관계자들은 특히 고려대 로스쿨의 전문 인증 제도와 해외 인턴 파견에 주목하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은 15개 첨단 법 중심의 전문 인증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해상법·조세법·노동법·공정거래법 등이 대표적인 특화 인증 프로그램이다. 또한 매년 재학생 중 10여 명을 선발해 해외 인턴으로 파견하고 있다. 미국·홍콩·싱가포르 등 고려대 로스쿨과 교류 관계에 있는 대형 로펌들이 주요 파견 기업이다. 왕복 항공료 등 소요 경비의 일부도 로스쿨에서 지원한다. 100년이 넘는 법대의 전통을 이어 받아 3000명이 넘는 법조인 교우 회원도 또 다른 힘이다.
연세대는 사립대 2위, 종합 3위 자리를 지켰다. 순위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같지만 총점 587점을 받으며 고려대를 맹추격 중이다. 두 학교의 총점은 불과 4점 차이로 지난해(16점)보다 크게 좁혀졌다. 특히 연세대는 ‘다양성’ 항목에서 로펌 및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해당 항목 1위를 차지했다. ‘법 응용력’, ‘분야별 전문성’, ‘진학 추천’ 등에서도 고려대를 앞섰다. 반면 ‘지역사회 공헌’ 항목에서는 비교적 낮은 순위(5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10위권(종합 순위 기준) 내에서는 성균관대(종합 4위)·한양대(종합 5위)·서강대(종합 6위) 로스쿨이 ‘톱 6’ 자리를 지켰다. 그중에서도 성균관대는 ‘정의·불편부당·도덕성’ 항목에서 61점을 받으며 지난해 항목별 순위 3위였던 연세대(59점)와 자리를 바꿨다.
지난해 종합 8위였던 경희대는 총점 140점을 받으며 7위로 한 계단 올랐고 서울시립대(8위·125점)와 이화여대(9위·110점)도 순위가 상승하며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했다. 지난해 평가에서 서울시립대는 공동 11위, 이화여대는 18위였다.
특히 이화여대는 올해 4월 대법원이 임명한 신임 재판연구원 66명 가운데 8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서울대(8명)·부산대(8명)와 함께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로스쿨로 주목받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평가에서 9위와 10위를 차지했던 한국외국어대(13위)와 중앙대(11위) 로스쿨은 ‘톱 10’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항목별 순위를 살펴본 결과 두 로스쿨은 특히 ‘지역사회 공헌’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항목에서 중앙대는 6점을 받으며 21위, 한국외국어대는 2점을 받으며 최하위인 25위를 기록했다. 지방대 부진…1위는 ‘부산대’
이번 평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방대의 전반적인 부진이다. 지난해 종합 순위 7위를 기록한 부산대를 비롯해 경북대·전남대·전북대·충남대·동아대·제주대 등 다수의 지방대가 중위권에 안착했던 것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방 로스쿨의 선두 주자 부산대는 올해도 지방대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종합 순위는 10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부산대는 종합 7위로 지방대 로스쿨의 자존심을 지킨 바 있다.
부산대는 지난 4월 로클럭(재판연구원) 임용에서 가장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이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실무 관련 훈련’ 항목에서 공동 15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항목 점수는 불과 3점으로 1위인 서울대와 무려 85점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항목별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이변을 일으켰던 ‘지역사회 공헌’ 항목에서는 올해도 비교적 높은 점수(41점)를 받았다. 하지만 1위 자리는 서울대(44점)와 고려대(44점)에 내줬다. 지역사회 공헌은 전체 8개 항목의 조사 중 유독 지방 로스쿨이 강세를 보이는 항목이었다. 지난 평가에서는 부산대가 1위, 전남대가 2위, 경북대가 3위를 기록하며 이른바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의 독주를 막았다.
하지만 올해는 부산대(7위→10위)·경북대(공동 10위→11위)·전남대(공동 10위→14위)·전북대(14위→15위)·동아대(16위→18위)·충북대(19위→22위)·강원대(22위→24위) 등 대다수 지방대 로스쿨의 순위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로스쿨 시장에도 서울 주요 대학과 지방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로펌은 변호사 이력을 간판에 내걸고 손님을 끌어오다 보니 아무래도 지방대 로스쿨보다 서울 주요 대학 로스쿨의 선호도가 높은 것”이라며 “무분별하게 로스쿨이 난립하도록 방치한 것부터 문제였고 이대로 가다간 다수의 지방대 로스쿨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올해는 지방대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지역사회 공헌’ 항목의 점수 차이가 근소한 만큼 내년에는 또 다른 지각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국 로스쿨 평가’ 어떻게 조사했나
2015 전국 로스쿨 평가는 한경비즈니스·NICE평가정보가 공동 선정한 2015년 300대 기업의 법무팀 및 기업 법률 담당자와 50개 주요 로펌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랭킹을 매겼다. 평가 대상은 전국 25개 로스쿨이다. 질문 항목은 총 8개로 ‘법 지식’, ‘법 응용력’, ‘실무 관련 훈련’, ‘분야별 전문성’, ‘다양성 추구’, ‘정의·불편부당·도덕성 교육’, ‘지역사회 공헌’, ‘진학 추천’이다. 응답자들은 각 항목에 가장 ‘그렇다’고 생각되는 대학을 5개씩 뽑았다. 답변에 기재된 로스쿨은 각각 1표로 계산해 이의 합계로 순위를 매겼다. 조사 기간은 2015년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였고 300대 기업 중 총 100개 기업에서 답변을 보내왔다. 설문 조사 분석은 글로벌리서치가 맡았다.
조사 대상 전국 로스쿨
강원대·건국대·경북대·경희대·고려대·동아대·부산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아주대·연세대·영남대·원광대·이화여대·인하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중앙대·충남대·충북대·한국외국어대·한양대(총 25개 로스쿨, 가나다순)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