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유통 뜨고 게임 지고
유통 투자의 대부분은
쿠팡이었다.
쿠팡이 유치한 투자 금액만 3322억 원이다.

스타트업이 일반 자영업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앞으로 큰 사업 기회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사업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시장 형성 이전 산업에 진입하므로 자체 수익 창출 능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 태생적으로 스타트업은 투자에 의존해야 한다. 자본가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산업에 몰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플래텀이 발간한 2014 스타트업 투자 동향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유통·서비스 산업에 최대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2014년의 유통·서비스 산업 투자 금액 규모는 3488억 원으로 다른 섹터에 비해 현저히 크다. 전통 산업으로 분류되는 유통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의외다. 유통 투자의 대부분은 쿠팡이었다. 쿠팡이 유치한 투자 금액만 3322억 원이다.

로켓 배송으로 유통 및 물류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는 쿠팡은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직원 4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년 반 전 로켓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가 물류·배송 시스템을 시작했고 그동안 3500여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같은 기간 국내 30대 그룹 고용 규모의 40%다. 온라인 유통에 실리는 무게가 더해지며 사양길로 여겨진 유통이 고용과 투자 창출 산업으로 거듭났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나 게임, 종합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도 눈에 띄지만 종합 인터넷 기업의 전액, 게임의 88.4%, ICT 서비스의 27.6%가 단일 기업에 대한 투자다. 스타트업 투자의 쏠림 현상이 매우 크다는 근거다.

최대 투자를 제외한 보정 투자 금액을 살펴봐도 게임의 건당 투자 금액 규모가 생각보다 낮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내 게임 시장이 성숙 단계에 들어서 투자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해외에서는 에버노트·트위터·테라노스 등 유명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위기론이 화두다. 기술 변화가 빨라 뜨고 있다고 믿던 산업과 사양산업 간의 역전 현상도 빈번하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