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새로운 삶의 문화가 있다. 킨포크 라이프, 킨포크족이 그것이다. ‘킨포크(kinfolk)’는 2011년 발행된 잡지의 이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2011년 포틀랜드에서는 작가·화가·사진가·농부·요리사 등 40여 명이 수확한 식재료로 함께 요리를 만들어 나눠 먹는 소박한 모임을 즐겼다. 이러한 일상을 투영하되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이들의 문화를 담은 캐주얼 잡지가 ‘킨포크’의 시발점이다. 이 잡지가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수많은 킨포크 문화의 추종자들이 생겨났다.
킨포크는 친족이나 일가를 뜻하는 말로, 느린 삶의 기쁨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전 세계적인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미국 오리건 주의 인구 60만 도시인 포틀랜드는 킨포크 문화의 고향이자 성지다. 킨포크의 기본 철학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즉 진정한 킨포크 라이프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느림과 여유…소비 시장 바꾸는 ‘킨포크 문화’
느림과 여유…소비 시장 바꾸는 ‘킨포크 문화’
‘여유’가 ‘럭셔리’다
킨포크 라이프는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빨리빨리’로 대변되던 한국 문화에서 벗어나 느림과 여유를 찾아 취미와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퍼졌다. 평범함 속의 여유가 진정한 럭셔리라는 개념으로 킨포크 문화의 의미가 확장되면서 화려한 명품이나 브랜드의 노출보다 일상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문화를 소비하는 것으로 변형됐다.
킨포크 문화는 특히 한국의 식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 자리를 즐기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으로, 20~30대에서 빠르게 활성화됐다. 1인 가구의 비율이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20~30대에게 보편적인 하나의 감성이 된 외로움을 킨포크 문화가 일부 해소해 줬다.
킨포크 열풍은 소비양극화지수와 연관 지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2015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올해 소비양극화지수는 16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양극화지수는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자신의 소비 계층을 바탕으로 상류층 대비 하류층 비율을 수치화한 것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양극화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에서 자신을 소비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65.2%로, 지난 조사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중산층을 세분화하면 중산층의 ‘하’에 속한다는 응답이 42.8%에서 48.5%로 5.7% 포인트 늘어났다.
기존의 소비 시장은 대중적인 필요성이 중시되던 문화였다면 지금은 각자의 개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다. 변화된 분위기와 함께 킨포크 문화는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며 기업들의 마케팅 역시 변화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킨포크 문화의 도입과 유기농 식품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유기농 제품의 판매, 자연주의 식재료, 친환경 밥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유기농 제품을 유통하는 대상의 초록마을, 풀무원의 올가홀푸드 등이 주목받고 있다.
외식 문화 역시 변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내세운 한식 뷔페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유명 브랜드를 찾던 소비자들은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건강과 가치에 집중하는 개인 브랜드를 찾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도 뉴욕의 매그놀리아, 셰이크색과 같은 개인 브랜드에 주목하며 마케팅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킨포크의 자연스러움이 스몰 웨딩, 셀프 웨딩 등 결혼 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또 셀프 인테리어의 관심으로 소형 가구와 주방·거실 등의 인테리어 용품, 실생활 리빙 제품 등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홈 퍼니싱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킨포크 문화의 확산으로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미국에서 상장된 유기농 식품 유통 전문 기업 역시 성장하고 있다. 스프라우트 파머스 마켓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영업이익률은 계절적 요인이 있지만 개선되며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프레시 마켓 역시 매출이 증가 추세다. 킨포크의 본래 의미처럼 브랜드와 자기 사이의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기업 브랜드보다 개인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미국에서는 개인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2014년 판매량 기준으로 전체 소매점에서 21%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느림과 여유…소비 시장 바꾸는 ‘킨포크 문화’
대상홀딩스·한샘 등 수혜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킨포크 문화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관련 기업의 매출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기농 식품 유통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친환경 농산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초록마을은 2011년 대상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단숨에 대상홀딩스의 매출액 중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대상홀딩스가 대상(주)의 실적을 연결 기준으로 잡으면서 초록마을의 절대적인 매출 비율은 축소됐지만 증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시장의 성장과 함께 대상홀딩스의 매출 성장을 지켜볼만하다.
국내 최대 유기질 비료 생산 전문 업체인 효성오앤비 역시 킨포크와 관련된 종목이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친환경 농산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식품 브랜드에 유기질 비료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인 효성오앤비가 주목된다.
효성오앤비는 2013년 상장됐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등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식품 시장과 동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킨포크 문화로 자신에게 행복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되면서 화려함과 유명함보다 각자의 취향을 고려하고 자기만의 삶의 형태를 찾게 됐다. 이에 따라 인테리어를 할 때 필요한 소품들을 직접 고르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홈 퍼니싱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한샘은 부엌 가구 전문 회사로 출발한 뒤 토털 홈 인테리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샘은 홈 인테리어 매장인 플래그 숍을 홈 퍼니싱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인테리어 사업은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하면서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리바트 역시 플래그 숍이라는 홈 퍼니싱 매장을 확대 운영하면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고 있다. 홈 퍼니싱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이케아·한샘 이외에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면서 가정용 가구 부문의 매출이 상승하며 전체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